정부의 유료방송 규제완화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며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방송을 산업적 가치로만 재단해 공공의 미디어 플랫폼이 위축되는가 하면 그에 따른 방송의 사영화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료방송의 지나친 규제완화가 지역 공공성을 훼손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3월 5일 공공미디어연구소, 언론개혁시민연대, 참여연대,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인모임 노동위원회, 케이블 방송 공공성 강화와 비정규직 노동인권보장 공대위가 주최한 ‘케이블 방송 규제완화에 따른 문제와 지역 공공성 확보방안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본 토론회에는 케이블 설치 기사들이 대거 모여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발제를 맡은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과도한 유료방송 규제완화는 지역 미디어의 위축을 야기한다”며 “특히 케이블 사업자는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실시하는 만큼, 지역성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케이블 SO 가입자 점유율은 관련 시장의 포화와 IPTV의 공세에 밀려 정체 혹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디지털 케이블 방송 상품의 판매와 그에 따른 홈쇼핑 송출 수수료, 단말장치 대여 매출액 증가의 여파로 전체 매출액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김 팀장은 “향후 매물로 나온 수도권 최대 케이블 사업자인 씨앤앰의 인수 향배에 따라 관련 시장은 더욱 요동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케이블 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전에도 이미 관련 시장이 팽창할 유인효과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이어 김 팀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 유료방송 시장의 공룡으로 부상한 KT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IPTV 법 개정안이 처리 되지 않은 부분도 문제로 삼았다.
하지만 김 팀장이 유료방송 규제완화에 따른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지목한 것은 그 반대급부인 공적 미디어 플랫폼 축소 및 동력상실이 아니었다. 김 팀장은 유료방송 규제완화, 즉 케이블 규제 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며 지역 미디어 말살을 가장 커다란 문제로 꼽았다.
이에 김 팀장은 “정부 규제가 완화되면서 SO,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콘텐츠 육성, 기술 개발 등에 투자하기보다 과도한 가격 경쟁을 하고 있다”며 “투자 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에 적은 인력으로 제작하는 지역 방송 콘텐츠는 질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지역 미디어 말살이 벌어질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김 팀장은 “케이블 SO 사업자의 사업 승인 조건에는 지역성 구현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IPTV 법 개정에 맞추어 케이블 SO 사업자의 지역성 강화를 더욱 촉구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를 위해 지역 채널 제작 관련 법과 규제를 강화하고 지역 유료방송 시청자 위원회 설치, 지역채널 방송직 종사자들의 협의체 구성,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 사업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팀장의 요지는 지나친 유료방송 규제완화 정책은 궁극적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케이블 사업자의 공공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권역별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전국구 케이블 사업자’를 양산하기보다 지역 미디어를 살릴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