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조건부 재허가’ 한숨 돌렸지만…30억 원은 어디에서? ...

‘OBS 조건부 재허가’ 한숨 돌렸지만…30억 원은 어디에서?
방통위, 내년까지 30억 원 자본금 확충 조건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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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재허가 조건[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보류했던 OBS에 대한 재허가를 조건부로 의결했다. 재허가 취소라는 고비는 넘겼지만 30억 원 규모의 자본금을 확충하기까지 녹록치 않은 상황이어서 OBS가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방통위는 12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올해 말 허가 유효 기간이 만료되는 OBS에 대한 재허가를 3년 조건부로 의결했다. 다만 내년 12월 31일까지 30억 원 규모의 자본금을 확충하지 않으면 바로 재허가 취소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30억 원은 3년 전 재허가 심사 시 OBS가 약속한 50억 원 증자 계획 중 미이행 금액이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12월 14일 전체회의에서 OBS에 대한 재허가를 보류했다. 방통위는 “OBS가 지속적인 경영 악화로 완전자본잠식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향후에도 경영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최다액출자자의 경영 정상화 의지는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자본금 확충을 비롯한 유동성 위기 시 최다액출자자의 지원 의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청문을 실시해 구체적인 계획을 확인한 뒤 재허가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OBS는 지난 2013년에도 재허가 기준 점수인 650점을 충족하지 못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등을 제출한 뒤 3년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당시 OBS는 2014년까지 50억 원 증자, 현금 보유액 87억 원 유지 등을 재허가 조건으로 약속했다. 하지만 재허가 조건으로 내놓은 계획들을 이행하지 못해 최근 방통위가 과징금 4,000만 원을 부과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부분이 심사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후 OBS는 향후 증자 시 최다액출자자가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도의 금액 범위 내에서 증자에 참여하는 계획과 회사 경영 위기 시 최다액출자자와 주요 주주 등의 지원 의지를 밝힌 이사회 특별 결의서를 12월 23일 진행된 청문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구체성이 결여됐다”며 “최다액출자자의 성실한 이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지만 국회와 경인지역 자치단체장, 지역시민사회단체 등의 건의서, OBS 종사자 등의 방송에 대한 의지, 경인지역 시청자의 시청권 보호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OBS에 대한 재허가를 조건부로 의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OBS에 대한 재허가 불허가 마땅하지만 이렇게 되면 당장 OBS 사원 240명이 일자리를 잃고 지역의 유일한 민영 방송사가 없어져 시청자의 공익도 침해된다”며 “향후 1년 동안 유예기간을 두고 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OBS 구성원들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OBS지부는 12월 2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OBS 전체 구성원의 퇴직금 55억 원을 출자 전환해 자본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OBS 노조는 “OBS 재허가 청문회를 앞두고 뼈와 살을 깎는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며 △OBS 전체 구성원의 퇴직금 55억 원 출자 전환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과 새로운 투자 유인을 위해 무상감자 실시 △퇴직금 출자 전환을 통한 증자와 대주주 추가 증자 및 신규 튜자 유인으로 방통위 재허가 조건 충족이라는 OBS의 회생 방안을 내놓았다.

박철현 OBS 노조 부지부장은 “방통위는 주주의 출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주주는 방통위가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투자를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 방통위가 재허가 거부를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잃고 지역 시청자들은 지역 방송을 잃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기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던진다는 각오로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박 부지부장은 “OBS 구성원들은 창사 후 9년 동안 단 한 번의 임금 인상도 없었고, 경영위기 때마다 임금 반납․호봉 동결을 하면서 처절하게 좋은 방송을 하고자 노력해왔다”며 “방통위와 대주주는 (OBS 구성원들의 결단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도 12월 21일 성명서를 내고 “방통위가 OBS 재허가 결정을 보류한 것은 지역 방송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재허가 승인을 촉구했다. 민주당 인천시당 “OBS는 수 년 전부터 적자에 직면했지만 방통위는 인구 300만 명의 대한민국 3대 도시인 인천 시민을 홀대하고 무시하고 있다”며 “100% 자체 편성을 해 온 OBS가 지역 방송으로서 충실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방통위는 “내년에 30억 원 규모의 자본금 확충을 조건으로 부가했지만 과거 재허가 시 증자 조건을 불완전 이행해 조건을 위반한 전례가 있기에 이번에는 기한 내 증자 조건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 허가를 취소키로 했다”며 “향후 OBS가 제출한 계획 및 관련 조건에 대한 이행사항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언론사 관계자는 “광고결합판매비율을 상향 조정해주는 방안 등 정책적 지원 없이는 OBS가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구성원들이 방송사를 살리겠다고 퇴직금까지 내놓았는데 방통위와 경영진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