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안에 직수율이 0%가 된다고?

[칼럼] 5년안에 직수율이 0%가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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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영상대학교 구재모 교수가 공식석상에서 "향후 5년 안에 지상파 직접수신률은 0%가 될 것이다"고 전망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전국 디지털 전환에 따른 방송환경 변화와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실현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실증적이지 못한 견해와 추측’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2일, 구재모 교수는 KBS 국제회의실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UHDTV 기술제작 워크숍’에 참석해 ‘UHDTV 이해와 제작기술’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며 "5년 안으로 직접수신률은 0%가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는 강의 중에 구 교수가 직접수신 가구 현황을 설명하면서 불거진 내용이며 강의 교재에는 이 같은 내용이 명기된 ‘0% 전망’도 정확하게 적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구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우선 전국 디지털 전환 및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라는 변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구 교수는 지난 8일, KBS는 제주도에서 자사의 다채널 서비스인 ‘K 뷰’를 전격적으로 실험방송하고 있으며 전국 디지털 전환도 비록 주무부처 로드맵의 부재가 발견되기는 하지만 순조롭게 준비되고 있다는 점을 무시했다. 동시에 구 교수는 직수율 하락의 원인이 되는 유료 매체의 불법 및 탈법적 행태와 방통위의 무능-이를테면 무리한 자막고지 및 가상종료, 아날로그 지역별 순차종료 및 채널재배치와 디지털 전환 예산 삭감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현재 보여지고 있는 일부분의 모습만 가지고 이 같은 0%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물론 지상파의 위기는 분명히 실존하는 ‘위협’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사들이 직수율 상승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못했던 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는 디지털 전환 정국을 맞이해 이 같은 실책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 즉 700MHz 대역 주파수 확보 및 다채널 서비스라는 분명한 히든카드가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디지털 전환 자체가 난시청 해소에 일정정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도 이제는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구 교수는 이 같은 ‘변화’를 모두 무시하고 그저 년도별 추이를 통해 지극히 산수적인 데이터 산출을 통한 발언을 했기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하락을 기준으로 숫자 ‘5’ 다음이 ‘4’가 되는것처럼, 구 교수는 ‘1’다음이 ‘0’이기 때문에 지상파 직수율이 0%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방송 패러다임의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가지 ‘요인’들을 모조리 무시하고 ‘직수율 0%’라는 데이터를 산출한 구 교수에게 학자적인 ‘기본 역량’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다른곳에 있다. 바로 ‘증빙의 건’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구 교수의 이 같은 발언과 교재에 아무리 문제가 많다 하더라도 훗날 이 ‘증빙자료’들이 남아 전혀 다른 상황에서 활용된다면 문제는 더 심해진다는 점이다. 즉 잘못된 배경으로 탄생한 잘못된 데이터와 예측이 일정정도 정책 및 로드맵 설정에 활용된다면 그 결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구 교수의 발언 및 교재 적시문제는 훨씬 심각한 사항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가 우월적인 직위를 박탈당하고 일개 PP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심지어 국가 기간의 플랫폼을 포기당하고 유료 매체와의 ‘생존 경쟁’에 몰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제기되곤 한다. 충분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말이다. 현재 디지털 전환 정국을 맞아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행정편의주의로 일관한 자막고지와 가상종료로 직수율 자체를 뚝뚝 떨어트리고 있으며 앞당긴 아날로그 순차종료로 자신들이 ‘아마추어’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비한 700MHz 대역 주파수 확보와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 여기에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분명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반격 카드다. 어리석은 정책 수립에 관련 예산만 축소시키는 것도 모자라 유료 매체의 막강한 자본력에 휘둘리는 ‘방송 주무부처’ 방통위가 아무리 미디어 공공성의 가치를 왜곡한다고 해도 어찌되었건 지상파 방송사가 주장하는 ‘정의’는 존재하기 때문이다.(물론 정치적인 부분을 제외한 순수 기술 플랫폼에 입각한 이야기다. 방통위와 지상파 방송사의 정치 호흡은 잘 맞는다. 당장 MBC 상황을 보라.)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구 교수의 발언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변수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현재의 상황만 고려한 그의 강의와 교재가 당장 수정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니면, 현재 주무부처의 어리석음을 고도로 비판했다고 봐야 하는가? 그렇다면 이야기가 또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구 교수의 더 실증적인 발전적 연구가 아쉬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