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구성원, 재허가 위해 퇴직금 55억 원 내놓았다 ...

OBS 구성원, 재허가 위해 퇴직금 55억 원 내놓았다
OBS 노조 “뼈와 살 깎는 심정으로 퇴직금 출자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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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자본잠식 위기에 빠진 OBS에 대한 재허가를 보류한 가운데 OBS 구성원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OBS지부는 12월 2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OBS 전체 구성원의 퇴직금 55억 원을 출자 전환해 자본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OBS 노조는 “OBS 재허가 청문회를 앞두고 뼈와 살을 깎는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며 △OBS 전체 구성원의 퇴직금 55억 원 출자 전환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과 새로운 투자 유인을 위해 무상감자 실시 △퇴직금 출자 전환을 통한 증자와 대주주 추가 증자 및 신규 튜자 유인으로 방통위 재허가 조건 충족이라는 OBS의 회생 방안을 내놓았다.

앞서 방통위는 12월 14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OBS가 지속적인 경영 악화로 완전 자본 잠식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향후에도 경영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최다액출자자의 경영 정상화 의지는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자본금 확충을 비롯한 유동성 위기 시 최다액출자자의 지원 의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청문을 실시해 구체적인 계획을 확인한 뒤 재허가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OBS는 지난 2013년에도 재허가 기준 점수인 650점을 충족하지 못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등을 제출한 뒤 3년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재허가 조건으로 내놓은 계획들을 이행하지 못해 최근 방통위가 과징금 4,000만 원을 부과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부분이 심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OBS 노조는 “OBS에 대한 방송 정책의 차별과 소외가 있었음에도 방통위는 이를 도외시한 체 대주주의 증자만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주주는 방통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음에도 여전히 이행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방통위와 대주주가 서로의 책임을 떠넘기는 동안 경인지역 시청주권은 땅바닥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박철현 OBS 노조 부지부장은 “방통위는 주주의 출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주주는 방통위가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투자를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 방통위가 재허가 거부를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잃고 지역 시청자들은 지역 방송을 잃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기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던진다는 각오로 내린 결단”이라고 말을 꺼냈다. 박 부지부장은 “OBS 구성원들은 창사 후 9년 동안 단 한 번의 임금 인상도 없었고, 경영위기 때마다 임금 반납․호봉 동결을 하면서 처절하게 좋은 방송을 하고자 노력해왔다”며 “방통위와 대주주는 (OBS 구성원들의 결단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OBS 재허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OBS의 문제는 단지 추가 증가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통위가 지역 방송에 대한 정책적 모색을 해왔는지 모르겠다”며 방통위 정책에 의문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OBS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역 민방들이 가지고 있는 주주에 대한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경인지역의 시청주권 문제를 방통위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OBS는 태생부터 △SBS와 경쟁해야 하는 수도권 방송 사업자 △제한된 광고 시장과 수익 모델 부재에도 불구하고 100% 자체 편성을 해야 하는 제약 △뒤늦게 허용된 유료방송 역외 재송신 승인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미디어렙 경쟁 체제 시행 후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로 경쟁 사업자인 SBS미디어크리에이트가 지정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OBS 방송 권역인 경기‧인천지역 국회의원 58명은 ‘OBS 경인TV 정상화를 위한 광고결합판매 지원 비율 확대 촉구 건의문’에 서명하고 이를 방통위에 전달했다. 이들은 “방통위가 실시한 ‘방송 광고 지원 방안’ 연구 용역 결과 자체 제작 비율이 높은 방송에 대해 광고결합판매비율을 상향 조정해주는 방안은 OBS뿐 만 아니라 모든 지역 방송의 자체 제작을 견인해 지역민들에게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라며 “OBS의 생사가 걸린 광고결합판매 지원 비율 고시에 반드시 용역 결과를 반영해 수도권의 소중한 문화 자산인 OBS가 고사하는 일이 없도록 해 줄 것을 건의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OBS 지역 주민과 정치권,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그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김 정책국장은 “물론 2013년 부과된 재허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책임은 그 주체인 최다액출자자에게 있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OBS 경영진, 오래된 지역 방송의 패러다임을 고수하며 지역 민방이 전국 방송 사업자와 유료방송 사업자에 종속되도록 방임한 방통위 등 모두의 책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OBS를 살리기 위해 내부 구성원들이 나서자 정치권도 힘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12월 21일 “방통위가 OBS 재허가 결정을 보류한 것은 지역 방송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재허가 승인을 촉구했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성명을 통해 “OBS는 수 년 전부터 적자에 직면했지만 방통위는 인구 300만 명의 대한민국 3대 도시인 인천 시민을 홀대하고 무시하고 있다”며 “100% 자체 편성을 해 온 OBS가 지역 방송으로서 충실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한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방송 사업자가 재허가나 재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다른 사업자가 인수할 때까지 12개월의 범위에서 방송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추 의원은 “최근 OBS 재허가 여부를 두고 방통위가 소신 있는 결정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재허가 거부 시 갑작스러운 방송 중단으로 인한 문제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시청자의 권리 보호와 노동자의 고용 불안 해소 등을 위해 방통위가 당분간의 방송 유지 등의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