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플랫폼 정책에 대한 제언

[칼럼] 지상파 플랫폼 정책에 대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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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정부조직 개편에서 방송담당 부서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로 이원화되었다. 방통위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의 인허가에 관련된 규제를 미래부는 유선방송과 통신사업자에 대한 인허가 및 지상파 방송의 기술기준 제·개정의 업무를 주로 담당하게 되었다.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난 지금 방송정책 관련 주요 현안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방통위와 미래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클리어 쾀(Clear QAM) 허용 △8VSB 허용 △지상파 의무재전송 범위 확대 △지상파 다채널 허용 △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방안 논의라 할 수 있다. 미래부가 유료방송 진흥을 위해 규제완화를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방통위는 지상파 진흥을 위한 규제완화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상파도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주로 논의되고 있는 주요 방송정책 현안들은 하나같이 정부, 지상파, 유료방송(케이블, 위성, IPTV) 사업자간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어 해법을 찾기도 어렵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각 현안에 대한 의미, 쟁점사항과 사업자별 입장에 대해 살펴보면서 방송의 공적책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플랫폼 정책,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최근 이슈가 되는 주요 방송정책 현안들은 하나같이 유료방송 부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부(방통위, 미래부)의 친 유료방송 종합정책세트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다. 방송 본연의 공익성, 공공성은 상실되고 정부가 전 국민을 유료방송으로 가입시키려는 정책을 펴고 있지 않나 의심케 한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도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의 안일함도 한 몫을 하고 있었다. 지상파 방송사는 그 동안 콘텐츠 중심의 정책만 추진하다보니,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직접 유통시킬 수 있는 자사 플랫폼에 대해서는 소홀히 한 면이 있다. 그 결과 지상파 콘텐츠 유통망을 유료방송이 장악하여 지상파 방송 플랫폼의 존립마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상파 방송의 플랫폼 경쟁력 약화는 舊 정보통신부의 지상파 DTV 방송표준을 미국방식(ATSC)로 선정(1997.11.)할 때부터 예견되어 왔던 것이다. 그 당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시민단체와 언론노조 등은 방송의 공공성, 공영성을 무시하고 산업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기자회견, 토론회, 집회 등과 같은 약 5 년간에 걸쳐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그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 댓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작년 말 아날로그 TV방송을 종료한 지상파 방송사업자에게는 디지털 전환 비용으로 수천 억 원 대의 차입금과 난시청에 따르는 주파수 부족문제, 직접수신 가구의 하락 등 총체적인 난관에 빠지게 되었다.

   
 

 

플랫폼간의 경쟁 2라운드 : 클리어 쾀, 700MHz 주파수 대역

주요 방송정책 현안에 대해 지상파와 유료방송, 플랫폼사업자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유료방송사업자(케이블, 위성, IPTV) 간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방송이 보편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시청취자간 정보격차를 완화하고, 고품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시청취자의 복지를 확대한다는 본연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욕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자간 갈등 해소의 첫 출발점을 시청자를 위한 정책적 고민에서부터 삼아야 한다. 지상파는 플랫폼사업자인 동시에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이기 때문에 유료방송과 경쟁관계에 있어 상황이 더 복잡해 보인다. 


먼저 클리어 쾀(Clear QAM)에 대해 알아보자.


쾀(QAM)이란 케이블 방송에서 디지털 신호를 전송하는 기술표준이고, 클리어 쾀(Clear QAM)은 쾀을 없앴다는 뜻으로 도시청(盜視聽)을 예방하는 CAS 등의 인증시스템을 제거하고 TV수상기 안에 셋톱박스를 내장해 별도의 셋톱박스 없이도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방식이다. 셋톱박스 비용이 빠져 저렴하게 디지털 케이블TV를 볼 수 있지만, 채널은 지상파와 보도 ․ 공공 ․ 종교 등의 일부 채널로 한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방송 디지털전환 정책(’12.10.)과 디지털전환 활성화 특별법(새누리당 김장실 의원, ’12.12.28. 입법 발의)에 포함되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상황에서 국회법을 무시하고 미래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래부에서는 케이블의 클리어 쾀 정책허용을 표면적으로는 사업자 자율에 의해 추진키를 원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금년 8월 중 미래부 차원에서 이해관계자 조정 등 행정업무 지원은 물론이고 셋톱박스 사업자 공개입찰을 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클리어 쾀이 케이블 사업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계륵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케이블방송 가입자들이 IPTV·위성방송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아 케이블 가입자 규모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홈쇼핑 전송료 수입을 얻는 장점이 있을 수 있으나, 저가형 케이블 상품의 고착화를 초래하여 시장질서를 교란시킬 우려 등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상존하고 있다. 클리어 쾀 보급대상 가구 수는 전체 저소득층 156만 가구의 10% 인 16만 가구 정도로 케이블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상품가격은 기존 아날로그 가격 수준으로 예상된다. 아날로그 가격이 대략 5천원에서 6천원이고, 경제적 취약계층이 30%정도 할인 받으면 3천원에서 4천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이미 미국에서도 클리어 쾀이 규제 형평성의 문제와 도시청의 이유로 지난 2012년 폐지된 제도라는 점이다. (‘13.7.19. 클리어쾀 도입에 관한 워크숍 중, KTSkylife 노준배 팀장)

 

지상파 방송사업자는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다채널 지원 방법으로 무료 기반의 지상파를 지원하는 하는 것이 우선이지, 유료방송을 통해 지원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을 역설해 왔다. 위성방송이나 IPTV사업자도 케이블TV로만 디지털 전환을 유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케이블 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자구 노력을 강구해야 하고, 저소득층 아날로그 가입자들이 위성, IPTV로 옮길 수 있는 매체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700MHz 주파수 대역에 대해 살펴보자.


대상 주파수는 현재 방송용 채널 52 ∼ 69번 (698MHz ∼ 806MHz : 108MHz)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로, 차세대 방송을 할 수 있는 지상파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주파수 대역이다. 현재는 舊 방통위가 700MHz 주파수 대역의 108MHz중에서 40MHz를 각각 20MHz로 분할해 통신용을 배정 의결한 상태다.

 

미래부와 통신업체는 모바일 트래픽 해소와 국제적 조화를 내세워 통신용 할당을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는 700MHz 주파수 대역은 UHDTV 등 차세대 방송과 난시청 해소를 위해 방송용 할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UHDTV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한 것처럼 일정기간 동시방송 송출이 필수적이므로 신규 주파수(700MHz 주파수 대역) 확보 필요). 미래부는 지난 7월 유료방송 중심의“차세대 방송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하려 했으나, 지상파 방송사 반발 및 세부내용의 부실을 이유로 추가 논의 후 결정키로 한 바 있다. 당시 차세대 방송기술 발전전략(안)에서는 케이블 ’14년부터, 위성 ’15년부터 UHDTV를 조기 상용하겠다는 로드맵이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UHD 콘덴츠 제작능력을 갖춘 지상파는 로드맵 자체에서 제외되어 있었고, UHD 가용 주파수 확보도 담보하고 있지 않아 상용화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상파 4사는 미래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서를 제출하면서 유료방송 중심의 UHD정책은 국민의 보편적 정보 환경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도리어 지불 능력이 있는 대상만 기술발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디지털 빈부격차(Digital Divide)의 심화를 주도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았다.

 

현재 미래부는 방통위와 700MHz 주파수 할당 논의를 위해 전담반을 구성해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가서 금년 말까지는 정리할 계획이다. 



지상파와 종편의 콘텐츠의 경쟁 : 8VSB

8VSB는 지상파 디지털TV 방송의 전송표준이다. 케이블방송에서는 지상파를 아날로그와 케이블 가입자 모두에게 HD 전송이 가능한 반면, PP(종편 포함)의 HD방송은 디지털 가입자에게만 제공하고, 아날로그 가입자에게는 아날로그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 케이블방송에서 8VSB가 지상파 외의 PP에게도 허용이 된다면, 허용된 PP프로그램은 아날로그 가입자에게도 HD 전송이 가능하게 된다. 케이블 방송 총 가입자는 약 1,500만 가구이고, 그 중 디지털 가입자는 약 500만 가구이고, 나머지 약 1,000만 가구가 아날로그 상품 가입자이다. 디지털 가입자는 지상파와 종편 등을 HD로 시청 가능하나, 케이블 가입자의 67% (약 1,000만 가구)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아날로그 가입자들은 지상파만 HD로 시청하고, 나머지 채널들은 아날로그로 시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편과 케이블사업자는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8VSB 방식 허용을 미래부에 요청하였다. 종편은 현재 HD로 방송중임에도 시청률이 저조한 것이 아날로그케이블 가입자들의 저화질에 기인한다고 판단하고, 케이블사업자는 아날로그케이블 가입자가 DTV를 소유하면서 IPTV, 위성방송 등 타 사업자로 이탈을 막아 현재의 플랫폼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전환에 따른 별도비용 없이 화질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래부는 8VSB 연구반을 가동해 케이블TV의 지상파 이외의 채널에 8VSB 변조방식 허용에 관한 연구를 중심으로 9월까지 이해관계자들(지상파, 종편, IPTV등) 의견을 수렴하여 허용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사업자는 “케이블 및 종편의 8VSB 허용은 정부의 매체별 균형적인 지원정책에 어긋난 특정 방송사업자에 대한 특혜로 방송시장에 심각한 왜곡 발생, 아날로그케이블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정부정책 역행 ”이라고 반대 입장이다. IPTV사업자와 위성방송사업자도 유료방송사업자의 디지털 전환은 사업자간 자율경쟁에 의해 사업자 스스로 추진해야할 문제라며 공정경쟁 기반 와해 가능성 지적 등 8VSB 허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소 PP도 퇴출 우려로 인해 이들의 주장과 마찬가지다. 반면 디지털 전환 비율이 낮은 SO와 대형 PP는 8VSB를 찬성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간의 균형발전은 지상파 다채널 허용부터

국내 미디어 시장은 현재 과포화 상태라 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방송에 이어 지난 MB정권하에 출범한 종편의 출현은 국내 TV 수신환경을 급격하게 바꾸어 놓았다. 국내 TV시청 가구 90% 이상이 케이블 등 유료방송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 아날로그 TV방송의 종료로 지상파는 전국적인 디지털방송을 실시함으로써 전파 수신환경이 과거 아날로그 시대와는 다르게 좋아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 수는 늘어나지 않고 심지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상파 디지털방송은 대도시 아파트의 경우에 공청안테나를 설치하면 수신할 수 있고, 실내 안테나만으로도 수신 가능한 지역이 많다. 그러나 아날로그 TV시절부터 지상파의 자사 플랫폼에 대한 무관심과 유료방송의 적극적인 영업활동(?)으로 인해 지상파 직접수신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각인되어 지금은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하는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의 친 유료방송 정책 또한 지상파의 앞날을 어둡게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설문조사 기관의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 지상파에게도 기회가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료방송 가입의 이유가 크게 다채널 시청과 지상파방송 난시청 이유를 꼽는다. 지상파의 디지털방송 이후 전파 수신환경이 좋아져서 난시청지역이 해소되고, 다채널 시청만 가능하면 어느 정도 직접수신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상파 디지털 전환을 실시한 OECD국가 중 유일하게 다채널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다. 이유는 정부가 국민의 편익보다 유료방송의 눈치를 더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은 지상파를 적대적인 경쟁관계로 인식하고 있어, 지상파 다채널이 잠재적으로 자사 고객을 빼앗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한편, 케이블의 디지털 전환이후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 증가에 따른 지상파 재전송료 비용 지불 상승에 대해서도 걱정을 하는 이중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와 유료방송의 잘못된 판단이다. 지상파 다채널을 허용한다고 해도 갑작스런 대규모의 가입자 이동은 없을 것이라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정 부분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 수는 미디어 매체 균형 발전 측면이나 유료방송의 재전송료 인상부분 완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