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규 / 방송기술저널편집 주간 , SBS라디오기술팀 부장
[방송의 디지털전환이란?]
방송의 디지털전환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그동안 아날로그로 시청하던 TV를 디지털로 바꿔서 시청하면 되는 것일까? 고스트가 심하던 4:3 아날로그 화면을 16:9 HD급 깨끗한 화질로 보는 것이 디지털전환의 궁극적 목표일까? 2012년까지 HDTV 보급을 확대하고 미처 HDTV를 구매하지 못한 노약자 가구나 차상위층 가구에 정부가 나서서 DtoA컨버터를 나누어 주는 것으로 디지털전환을 끝마쳤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위의 내용이 당장 디지털전환의 가장 당면한 목적일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전환의 진정한 목적은 디지털화가 가져다 주는 무수한 장점과 수신환경의 편리성를 시청자에게 제공하고 다양화된 부가서비스를 빠르게 확산시킴으로써 방송과 산업과 시청자 모두가 무한히 발전하도록 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수신환경을 더욱 쉽고 편리하게]
디지털로 표현되는 DTV방송의 장점에는 고스트 없는 고화질 고품질 방송의 수신을 비롯하여 동일한 주파수 대역에서 더 많은 채널의 수용,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 방송과 통신의 통일된 융합이 있을 수 있다. 아울러 수신환경을 좀 더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혜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 TV를 보려면 옥외에 긴 철봉이나 장대를 올리고 그 끝에 커다란 야기안테나를 달아야만 겨우 TV를 볼 수 있었다. 디지털전환이 이뤄지면 이론상 이런 불편함은 사라져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디지털전환을 목전에 둔 지금도 DTV 수신전계강도의 기준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즉, 측정차에 탑재된 6m 높이의 야기안테나를 기준으로 약 43 dBuv/m의 전계강도를 DTV 가시청권으로 측정하고 있다. 이미 주머니 속 핸드폰이 통신의 대세인 지금, 옥외수신이 겨우 가능한 수준의 DTV 방송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은 디지털전환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일이다. DTV는 이제 옥내수신은 물론 언제 어디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문명의 이기가 되어야 한다.
[DTV 수신전계강도, 실내수신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DTV방송 수신환경 기준을 실내수신 기준으로 바꾸는 것이 디지털의 장점을 살리는 길이라고 한다면, 각 가정에 실내안테나를 나누어 준다고 실내수신환경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송신측의 노력과 기술개발로 시청자가 편리하게 DTV를 수신할 수 있는 방법과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디지털전환의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의 DTV 송신기 출력은 장소에 따라 아날로그방송의 1/10 혹은 2/10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더구나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된 후에는 아날로그방송에 의한 전파간섭이 사라져 DTV 출력을 더 높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DTV 송신기 출력은 2012년 이후의 주파수 배치계획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향후 제대로 된 디지털전환을 추진하려면 수신전계강도를 옥외수신 기준에서 실내수신 기준으로 바꾸고 현재의 출력제한 기준을 조정하여 지상 1m 높이나 아파트 베란다 안쪽 1m 범위에서 현재의 수신전계강도가 나올 수 있도록 각 방송사의 노력을 강제하는 것이 빠른 방법일 수 있다.
[통신의 디지털전환 그 이후의 변화]
이미 통신의 발달에서 경험하고 있듯이 디지털이 가져온 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급속한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통신의 디지털전환아 시청자에게 준 가장 큰 혜택은 물론 편리해진 사용환경일 것이다. 한번 디지털전환이 이뤄지면 다음 단계의 전환은 더욱 급속도로 다가온다는 사실은 핸드폰의 변화로 이미 우리 모두가 직접 체험한 바 있다. 통신은 벌써 제4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iPhone과 스마트폰 열풍은 이미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 올렸던 인터넷 강국, 핸드폰제조 강국의 명성은 iPhone의 공격으로 일순간에 무너지고 있다. 곧 iTV와 GoogleTV가 제2의 공격을 해 오면 디지털TV와 모바일TV 선두국가라는 명성도 쉽게 희석될 상황에 놓여질 수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준비]
이동통신이 발달하는 과정을 눈여겨보면 기존의 고전적 음성통화와 새로운 인터넷 기술이 경쟁과 융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모바일환경으로 꾸준하게 진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방송 역시 한 번 디지털 환경으로 바뀌면 곧 인터넷 및 통신의 환경과 경쟁하고 융화하면서 이동수신과 실내수신 환경을 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iTV와 GoogleTV의 등장이 예고되었듯이 어떤 식으로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이뤄질 것은 자명하다. 어떤 식의 융합이 이루어질 것인지 지금은 잘 알 수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던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을 구사해야 하고 더 앞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세대방송과 700MHz 대역의 활용]
방송의 디지털화는 곧 또 다른 차세대 방송으로의 진화를 가속시키게 되어 있다. 당장 HDTV시대를 지나 3DTV시대가 도래하였으며 곧 UDTV(Ultra HDTV)시대가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UDTV시대가 3DTV를 앞설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이런 차세대방송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주파수를 충분하게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차세대방송 기술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준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세계 방송시장의 선점을 추구한다면 다른 나라보다 앞서서 환경을 구축하려는 방송사, 산업계, 관련정부의 통일된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700MHz대역은 차세대 방송을 위한 대역으로 중요한 대역이 될 것이 분명하고, 통신과의 융합을 위한 기초대역으로 할애가 되어야 마땅하다.
[최고의 DTV전송기술과 통신기술과의 융화 추구]
3DTV와 UDTV 그리고 HD-MMS를 비롯하여 Mobile방송 동시전송과 IP기반 인터넷융합 기술의 구현이 차세대방송의 목표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시청자 수신환경 역시 지금보다 더욱 자유로워 져야 한다, 그러자면 현존하는 최고의 압축·전송기술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기존 DTV와 더불어 한동안 공존해야 하므로 주파수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주파수 확보가 어려운 전파환경인 만큼 SFN(Single Frequency Network)기술과 같이 주파수 효율적 사용기술도 필요하다. UDTV나 3DTV 등 대용량 전송을 위한 압축전송 기술도 현재의 MPEG2보다 더욱 고효율인 기술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현재보다 지상파 콘텐츠가 다양해질 것이므로 하나의 채널로 HD 다채널방송을 제공하고, 다양한 부가서비스까지 수용할 수 있을 때, 시청자는 비로소 차세대 방송 수신을 위해 스스로 투자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TV의 지능화를 이루기 위하여 현재의 데이터방송표준을 하루빨리 버리고 Web2.0이나 안드로이드 혹은 Linux 등을 TV에 탑재하여 애플이나 Google 등 인터넷의 어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갖다가 시청자 자신의 TV를 스스로 진화시킬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700MHz대역 일부를 통신과 함께 사용할 필요도 함께 검토해 봐야 한다.
[700MHz대역 공공서비스 존 과 방송통신 융합 존으로 활용]
누군가 버스전용차선은 도로의 공공서비스 존이라고 말했다. 유사한 이유로 700MHz대역 중 절반이상은 공익적 차원에서 무료보편적인 지상파의 차세대방송 존으로 지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고품질 방송제작과 무헬기 이동중계기술에 700MHz대역은 꼭 필요하므로 신기술 중계환경 구축을 위하여 중계용 마이크로웨이브대역으로 채널 일부가 할애되어야 하고, 무선마이크 대역으로도 할애할 필요가 있다. 그외에 iPhone이나 안드로이드폰 등 통신의 앱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는 방송통신 융합 존도 필요하다고 본다.
[VHF대역과의 역할 분담과 주파수특성 활용]
700MHz대역만 차세대방송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VHF대역 역시 차세대방송 존으로 지정되어야 한다. 특히 2012년 디지털전환 이후 아파트나 공공주택의 VHF수신시설이 철거되거나 방치되지 않도록 차세대방송의 실험전파가 서둘러 발사되어야 한다. 700MHz와는 현저하게 다른 주파수 특성으로 인해 앞으로 어느 쪽이 더 활용성이 좋은지 자세한 실험이 이루어져야 하고 주파수 특성에 맞는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 세계 방송시장 선점이 목표라면 차일 피일 미룰 시간은 없다. 곧 2012년이 다가온다. 그 동안 제주도 등에서 진행되던 필드테스트는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면 곧바로 수도권에서 실질적인 수신환경 개척을 위한 실험으로 전환해 실시돼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차세대방송은 현존하는 최고 기술의 고품질방송을 구현해야 하고, 시청자 수신환경을 자유롭게 더욱 해야하며, 다음 세대의 기술전환을 용이하게 이끌 수 있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