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반영 못하는 ‘낡은’ 시청률 조사

현실 반영 못하는 ‘낡은’ 시청률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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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스마트폰이 TV를 제치고 일상생활 필수 매체로 자리 잡은 지도 몇 년이 지났지만 국내 시청률 조사는 여전히 TV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매체에 대한 이용자 인식과 시청 행태의 변화를 추적‧분석해 내놓는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매체로 스마트폰을 선택한 사람은 56.4%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TV를 선택한 사람은 38.1%로 이 수치는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시간점유율 측면에서도 스마트폰이 TV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TV 이용 시간은 2013년 3시간 3분에서 2017년 2시간 28분으로 최근 6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스마트폰의 이용 시간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이용자들이 TV와 같은 전동 미디어에서 스마트폰이나 SNS 등의 매체로 대거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고령층이 있기 때문에) TV를 통해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지만 낮은 연령층으로 갈수록 TV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TV 수상기 앞을 떠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 시청률 조사는 이러한 미디어 시청 행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와 TNMS에서 실시하는 시청률 조사는 전국 3,000 가구 이상을 확보해, 각 가구의 TV에 피플미터기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허나 해당 시청률 조사는 1인 가구 시청률이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시청률 등을 반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기존 시청률 조사의 한계를 보완하는 다양한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KBS에서 지난 2월 발표한 ‘코코파이’도 그 중 하나다. ‘코코파이(Korea Content Program Index for Evaluation, KOCO PIE)’는 TV 안팎의 시청행태를 보여주는 두 가지 지표(PIE-TV와 PIE-nonTV)로 구성된다. 먼저 PIE-TV는 TV 내 통합시청자수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 본방송, 재방송, 유통채널, TV-VOD의 시청자수를 모두 합하여 계산하고, PIE-nonTV는 TV밖 프로그램 이용 행위를 측정하는 지표로 뉴스, 커뮤니티, SNS, 동영상의 네 가지 영역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조사한다.

KBS는 “1인 가구 증가, N-스크린 발달 등 생활 및 시청 환경의 변화로 기존 시청률 자료가 제대로 된 시청 행태를 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해당 지표를 이용하면 기존 시청률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유의미한 시청 행태들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시청률 조사를 보완할 자료로 ‘도량형 데이터’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높다”며 “방통위와 코바코가 협엽해 올 1월 오픈한 ‘방송 콘텐츠 가치 정보 분석 시스템(Response About Content On the internet, RACOI)은 시청률로 측정하기 어려운 시청자의 온라인 반응을 수치화해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량형 데이터는 의사결정에 활용 가능한 제도화된 측정 기준으로 현재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방송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고, 미디어 시장 내 새로운 기준 설정을 위해 각각의 ‘미디어 도량형 데이터 산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지수 미네소타대학교 교수와 김정 경기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광고‧미디어‧콘텐츠 육성을 위한 미디어 도량형 도입과 방송통신, 인쇄, 인터넷, 옥외, 크로스미디어 관련 미디어 이용 데이터 거버넌스 정립을 위해 공적인 비영리기관으로 ‘미디어시청즉정위원회’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