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언론노조, 18년 만에 첫 산별협약 체결

지상파-언론노조, 18년 만에 첫 산별협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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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MBC‧SBS‧EBS 등 지상파 방송사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제55회 방송의 날 첫 산별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상파 4사와 언론노조는 지난 6월 12일 산별교섭 상견례를 실시한 뒤 방송공성정분과, 제작환경개선분과, 방송산업진흥분과 등으로 나눠 매주 분과별 교섭을 진행해왔다.

언론노조는 “2000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후 18년 만에 이뤄진 산별교섭”이라며 “이번 산별교섭은 촛불혁명으로 본격화된 ‘방송 정상화’ 국면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를 강화하고, 장시간 노동으로 얼룩진 제작 환경을 개선해나가자는 제안에 지상파가 동의하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9월 3일 오후 1시 30분 MBC 대회의실에서 열린 조인식에는 양승동 KBS 사장, 최승호 MBC 사장, 박정훈 SBS 사장, 장해랑 EBS 사장을 비롯해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 유규오 언론노조 EBS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지상파와 언론노조 먼저 정치적 환경 변화와 경영진의 성향에 따라 방송의 공정성이 좌지우지되는 일이 없도록 공정방송 실현 의무와 제도를 명확하게 규정했다. 또 노동시간 단축 법 개정 취지에 따라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한 원칙과 개선 방향에도 합의했다.

언론노조는 “불필요한 업무와 관행을 없애고 제작 시스템 개선, 인프라 확충, 적정 인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불가피할 경우에만 노사합의를 통해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드라마 제작 현장 스태프들의 노동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 제작 환경 협의’를 의무화하는 특별 대책에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드라마 제작 시에는 사전에 방송사 책임자와 제작사 대표가 스태프 당사자들과 촬영 시간, 휴게 시간 등 제작 환경에 대해 충분히 협의한 후 제작 현장을 운용해야 한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드라마와 예능 분야의 장시간 노동 관행을 보다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특별협의체를 가동하고, 정부에는 이 같은 노력이 방송 업계 전반에 확산되도록 ’드라마 제작 현장 가이드라인‘ 제정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방송사의 다양한 고용 형태 및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도 합의했다. 이에 각 방송사는 올 하반기 비정규직 실태 및 개선 방안 조사에 착수하고,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지상파와 언론노조는 방송의 공공성 강화와 지속가능한 발전, 시청자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이를 위한 공동 정책 요구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지상파 관계자는 “차별 규제의 해소와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 회수 및 조정, 공영방송의 안정된 공적 재원 마련을 위한 노력과 함께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정책 환경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IP 기반의 지상파 무료 방송 플랫폼 형성 등 지상파 무료 공적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수립해야 하고, 대형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이동통신단말장치에 FM 라디오 수신 기능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