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필모 전 KBS 부사장 정치권행 놓고 비난 쇄도

정필모 전 KBS 부사장 정치권행 놓고 비난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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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정필모 전 KBS 부사장의 정치권행을 놓고 KBS 내부 구성원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3월 23일 4·15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명단과 순번을 확정했다. 정 전 부사장은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명단에서 비례 8번을 받았다.

KBS 내부에선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신뢰성, 정치 중립성 위반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는 24일 성명을 통해 “KBS인들에게는 언론인의 정치 참여와 관련해 수차례의 아픈 기억이 남아 있다. 오전에 KBS에 출근했다가 오후에 청와대로 출근했던 민경욱 씨의 사례를 비롯해 비슷한 일이 있을 때마다 비판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KBS의 공정성은 훼손됐고 묵묵히 제자리에서 현업을 지키는 모든 구성원들은 상처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KBS 새노조는 “비록 현업단체들의 추천 인사로 후보자가 됐다고는 하지만 스스로 고사할 기회도 있었을 것인데 고사도 하지 않았고 구성원들에게 최소한의 입장을 표명하지도 않았다”며 “정 전 부사장과 이창현 KBS 시청자위원장의 부적절한 행보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KBS 노동조합(이하 KBS 노조)은 정 전 부사장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KBS 노조는 30일 성명을 통해 “KBS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치 중립과 공정한 방송은 사규 첫 부분에 명시돼있을 정도로 가장 우선하는 의무사항”이라며 “그러기에 KBS인의 정치적 커밍아웃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임에도 KBS 앵커에 이어 대표성이 있는 부사장까지 특정 정치권에 뛰어든 것은 공영방송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KBS 노조는 정 전 부사장의 후보 선정에 한국기자협회장과 한국PD연합회장의 추천이 이뤄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KBS 노조는 “비례 후보 명단에 없던 정 전 부사장은 재심 결과라며 당선 안정권인 후보 순번 8번으로 갑자기 튀어나왔다”며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보도를 해야할 언론단체가 후보 선정에 영향을 끼쳤다니 언론사에 남을 오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PD연합회장인 고찬수 KBS PD협회장은 추천 결정을 철회했다. 고 회장은 27일 “미디어 분야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줄 비례대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정 전 부사장을 추천했으나, 언론의 독립과 공정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정 전 부사장의 비례대표 출마가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과 신뢰성에 상처를 입혔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추천 결정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BS 노조는 “고찬수 연합회장은 정 전 부사장 후보 추천을 뒤늦게 철회했으나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추천 철회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며 “KBS 구성원 전부가 공식적으로 정 전 부사장 후보직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정 후보를 추천한 행동은 정당성도 없고, 대표성도 없다”고 말했다.

KBS 기자협회도 정 전 부사장의 출마를 규탄했다. KBS 기자협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정 전 부사장은 KBS를 바로 세우기 위한 ‘진실과미래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아 인적청산 작업을 진두지휘 했고,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 인터뷰 보도 논란이 벌어졌을 때 시청자위원회에 참석해 “뼈아픈 반성과 성찰을 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참담하게도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역시 정 전 부사장과 같은 정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며 “이것이 정 전 부사장이 그렇게도 강조했던 저널리즘이었는지 묻는다. 정치권력을 비판하던 감시견이 34일 만에 정당의 애완견으로 바뀐 현실에 괴로워하는 후배들에게 정 전 부사장은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