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횃불이 됐다.

[사설]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횃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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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종석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12월 3일 6차 촛불집회에 사상 최대 인원인 232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촛불은 곧 꺼질 것이라 했던 한 새누리당 의원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1차 촛불집회부터 6차 촛불집회까지 광장으로 몰리는 국민들의 수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방치할 수 없다는 국민들의 의지를 보여준다. 촛불이 횃불이 되자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움직였다. 야당의 탄핵 움직임을 모르쇠 하던 새누리당 비박계는 “탄핵이 가결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돼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공표와 상관없이 탄핵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치권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눈치만 보던 그들을 이렇게 이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촛불이었다. 정직하게 열심히 일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사회를 물려주고 싶지 않은, 자녀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픈 부모 세대와 열심히 공부해도 나아지지 않는, 돈 있고 빽 있는 친구들만 살아남는 사회에서 살기 싫은 학생들의 의지가 권력에 따라 철새처럼 움직이는 정치권과 그런 정치권을 감시하기는커녕 동조한 언론을 움직였다.

참으로 대조적이게 공정 사회를 구현해야 하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등의 주요 정당과 대선주자들은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흔들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마도 촛불의 숫자에만 집중했을 뿐, 내재된 민의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란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이다. 결국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이미 너무 많은 국민들이 좌절하고, 힘들어했다. 이만큼이면 충분하다. 이제부터는 정치권의 몫이다. 탄핵 가결이든 부결이든 이후의 정국 정상화에도 긴 시간과 혼란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국민들이 마음 편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치권이 그 방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 내재된 민심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빠르게 정국을 수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더불어 대통령도 국민들을 위해서 늦었지만 마지막 결단을 빨리 내려주길 바란다. 더 이상의 시간 끌기는 하루하루 급변하는 세계 흐름 속에서의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자녀 세대의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아무 조건 없는 퇴진으로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책무를 다하기 바란다.

대통령의 용단이나 정치권의 사심 없는 협의가 빨리 이루어져, 추운 날씨와 혼잡한 인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촛불을 들던 국민들의 분노가 희망으로 변화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