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탄력 받나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탄력 받나
공청회 진술인들 각 사안별로 불꽃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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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전숙희 기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1월 18일 전체회의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한 가운데 이날 열린 공청회에서는 주요 내용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갔다.

지난해 7월 발의된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4개 법안에 대한 개정안에는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당 7명, 야당 6명 등 13명으로 늘리고 △사장 선임 시 사장추천위원회 설치 △재적 이사 3분의 2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사업자 5명과 종사자 5명 동수로 편성위원회 구성 △편성위원회에서 편성책임자 임명 제청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강상현 연세대 교수, 이창근 광운대 교수,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 등은 각 사안마다 첨예하게 부딪혔다.

현행 여야 추천 이사 수 불균형에 대해선 공감
먼저 현행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인 여야 추천 이사의 수적 불균형에 대해서 다들 공감했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에서 명시한 내용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강상현 교수는 “다양성 보장 차원에서 전체 이사 수를 늘이고, 공정성 실현 차원에서 여야 추천 인원의 균형을 유지한 점은 바람직하다”며 “KBS와 방문진, EBS 모두 국회 추천과 대통령 임명으로 통일한 것도 바람직하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최진봉 교수도 “이사회 구성을 여야가 비슷한 비율로 추천토록 개정한 것과 임명 방식을 대통령 임명으로 통일한 부분 역시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반면 이창근 교수는 “장기적으로 개선책을 모색해야 하나 공영방송의 구조 개편 이전까지는 국회 추천이 아닌 현행 방통위 추천 방식을 유지하는 게 낫고, 여야 배분 비율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지성우 교수는 “국회에 이사회 추천권을 전적으로 일임한다면 ‘공영방송의 정치화’가 불가피해 공영방송을 제대로 감독‧관리할 수 있는 인사가 선임되는 대신 정파적 인사만 추천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현행보다 실질적으로 권력분립의 원리를 덜 침해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표했다.

특별다수제 놓고도 찬반 팽팽
찬성 측 “일방적 임명 없도록 한 것 자체가 의미”
반대 측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고, 타협의 산물로 부적임자 낙찰될 가능성 커”
사장 선임 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장 임면 시 재적 이사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강상현 교수는 “사장추천위원회 추천 과정을 거침으로써 그 절차가 좀 복잡해졌으나 사장 인선 과정이 보다 투명하게 되고 충분한 여론 수렴 및 검증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찬성했다. 다만 사장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그 수와 배분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을 방송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진봉 교수는 “특별다수제를 통해 사장을 선임하도록 함으로써 여당이 일방적으로 임명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공영방송의 공정성 확보에 의미가 있는 조치”라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창근 교수는 “특별다수제는 교차투표(Cross-Voting, 정당과 관계없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투표하는 것)가 상식화되는 단계에서 도입해야 실효성이 있는데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입할 경우 사장 선출 과정을 교착 상태에 빠뜨리거나 타협의 산물로 부적임자가 낙찰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행 제도와 특별다수제를 절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성우 교수도 “국회선진화법에서 보듯이 특별다수제를 통과하기 위한 의사 합치는 지극히 어려워 사실상 선임 절차가 지연되거나 선임에 이르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별다수제 도입의 단점에 대해서 말했다. 지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에 의한 일방적인 사장 선임과 그로 인한 구성원들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선 현행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했다.

“자율적 통제 기구로 편성위원회는 반드시 필요해” VS “방송의 공정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어”
편성위원회를 놓고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강상현 교수는 “방송 종사자의 제작 자율성과 보도 공정성 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경영진과 실무진이 함께 참여하는 자율적 통제 기구로서의 편성위원회는 반드시 필요하고, 경영진과 실무진 동수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최진봉 교수 역시 “편성위원회를 명문화시킴에 따라 방송 제작의 공정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편성위원회 설치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다만 “현행 개정안에는 편성위원회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시 이를 중재할 법적 기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는데 가칭 ‘조정위원회’를 설치하거나 또는 현행 ‘시청자위원회’가 편성위원회 갈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근 교수는 “방송 편성을 내부적 문제로만 국한해선 안 된다”며 “편성위원회에 수신료 납부자 또는 시청자 대표의 참여 내지 의견 제시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성우 교수는 “노사 동수로 편성위원회를 구성‧운영하게 되면 방송 편성이 의도하지 않은 정쟁의 대상이 돼 방송 업무 전반에 심해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저해한다”며 “방송의 공정성 확보는 중요하지만 이는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편성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대해 반대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도입 시기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이창근 교수는 “시기적으로 권력 구조 변화가 큰 때에 방송법 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도입 시기에 의문을 표했다. 이에 대해 야당 측 의원들은 “방송법 개정안이 어떻게 준비돼 왔는지 그 과정을 알고 있느냐,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반박했다.

현재 관련 업계와 학계, 시민사회단체,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 개입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공영방송 보도 논란 등 KBS와 MBC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꼭 도입해야 한다는 데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