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 추천 및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부적격 인사로 평가받았던 공영방송 이사들이 재선임되면서 ‘밀실 인사’ ‘챙겨주기 인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8월 13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최성준 방통위원장 주재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KBS 이사 후보 11명을 추천하고 MBC 방문진 이사 9명을 선임하는 내용의 KBS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임원 선임안을 의결했다.
먼저 KBS 이사 후보 11명은 강규형, 권태선, 김경민, 김서중, 변석찬, 이원일, 이인호, 조우석, 장주영, 전영일, 차기환 씨로(가나다 순) 3연임 논란이 일었던 차기환 현 방문진 이사가 포함됐다.
차기환 이사는 2009년 7월 정부여당 추천 몫으로 방문진 이사에 선임된 이후 총 6년 동안 방문지 이사직을 맡아왔으며 방문진 이사를 연임하는 동안 김재철 해임안 부결 등에 앞장서왔다. 또한 자신의 트위터에 ‘일간베스트(일베)’, ‘수컷닷컴’, ‘뉴데일리’ 등의 사이트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 등의 글을 퍼날라 여론의 눈총을 받아온 대표적인 보수 인사이기도 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8월 5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차기환 씨는 변호사이지만 서울시장 후보였던 박원순 씨 아들 병역 의혹,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 등에 변호인을 자처하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야당 인사들의 저격수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왔다”며 “KBS 구성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차기환 씨를 KBS에 밀어넣으려 한다면 KBS 구성원들의 전면적인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어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KBS 이사회가 호선하는 이사장에는 ‘뉴라이트’ 성향의 이인호 현 이사장의 유임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이사장 취임 당시에도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강연에 감동받았다는 발언을 하는 등 역사 편향적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바 있어 이번에도 KBS 내외부의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차기환 이사와 함께 논란 가운데 서 있었던 김광동, 김원배 현 방문진 이사와 고영주 현 방문진 감사 역시 방문진 이사로 선임됐다. 이날 선임된 방문진 이사 9인은 고영주, 권혁철, 김원배, 김광동, 유의선, 이인철, 유기철, 이완기, 최강욱 씨고, 감사는 한균태 씨로 정해졌다.
차 이사와 함께 6년 동안 방문진 이사를 맡고 있는 김광동 이사 역시 대표적인 우익 인사로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 시 국정원을 적극 두둔하는 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김원배 이사는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박 인사 중 하나다. 고영주 감사도 대표적인 극우 인사로 꼽힌다. 고 감사는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된 부림사건 담당 검사로 1982년 부산지검 공안검사를 지냈으며, 1995~1998년 대검찰청 공안기획과에서 근무했다. 특히 고 감사는 지난해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떼쓰는 사람들’로 매도하는 한편 정부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해 야당 추천 위원인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은 “전례없는 3연임에 방송 제작 자율성 침해 인사도 연임시켰다”며 강력 반발했다. 앞서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3연임 금지 △정파적 나눠먹기 금지 △편성 및 제작 자율성 침해 인사 금지 등 구체적인 인선 기준을 요구했고 이 때문에 당초 7월 31일 열릴 전체회의가 8월로 연기된 바 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그동안 3차례에 걸쳐 회의를 무산시키면서 여당 추천 위원들에게 협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무기한 표류시킬 수 없어 회의에 임하고 표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원칙과 기준이 없는 인선’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향후 관련 법령의 개정과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 이사 추천과 방문진 이사 선임 결과가 전해지자 방통위를 규탄하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8월 14일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방송사 구성원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정치적 편향성과 자질을 문제 삼아 강력하게 반대했던 인물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포함됐다”며 “공영방송을 권력의 손아귀에서 결코 내려놓지 않으려는 정권의 탐욕을 다시 한 번 노골적으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 결과는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방통위 구성의 근본적인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영방송의 독립과 공정성 회복을 위해 방통위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의 문제를 반드시 바로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권력에 굴종한 방통위는 스스로 해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공영방송의 이사는 공익 실현에 적합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무시하고 극우 성향의 인사, 정권 편향적인 인사들의 이사 선임을 밀어붙였다. 소수 방통위원들의 문제 제기와 합리적 의사 결정 요구를 철저히 짓밟은 오늘 방통위의 합의제 원칙은 처참하게 무너졌다”면서 “언론노조 12,000명 조합원들은 권력 하수인들에게 불복종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선언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야당 추천 방통위원의 강경한 반대와 시민사회의 비판 목소리를 뭉개버리면서까지 이처럼 부끄러운 인물을 포함해 3연임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우리가 국민의 힘으로 ‘국민을 눈과 귀를 막고, 공론의 장의 역할을 거부하고 있는 공영방송’을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이날 방통위가 내놓은 KBS 이사 추천과 방문진 이사 선임 결과는 또 다른 공영방송인 EBS 이사 선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BS 이사는 총 9명으로 EBS법에 따라 교육부 장관, 한국교총이 추천하는 각 1명을 포함해 방통위가 임명한다. 방통위는 8월 4일부터 17일까지 EBS 이사 후보자를 공개 모집했으며 이들의 결격사유 확인 등을 거쳐 전체회의에서 EBS 이사 임명안을 의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