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방위, 벌써부터 암울하다

국회 미방위, 벌써부터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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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최진홍)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하반기 구성이 거의 완료됐다. 일찍부터 미방위원장에는 홍문종 의원이 선출됐으며 여당 간사에는 상반기에 이어 조해진 의원이 맡았고, 야당 간사에는 17대 국회에서 문방위로 활동한 우상호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홍문종 의원(페이스북)

나머지 위원에 여당은 권은희 의원, 민병주 의원, 류지영 의원, 신의진 의원, 이재영 의원, 강길부 의원, 서상기 의원, 심학봉 의원, 박창식 의원, 이군현 의원을 배치했으며 야당은 전병헌, 장병완, 문병호, 최원식, 최민희, 홍의락, 송호창 의원을 미방위에 포진시켰다.

   
조해진 의원(페이스북)

총 24명의 미방위원은 위원장 포함 여당 12명, 야당 교섭단체 11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되며 남은 자리는 7.30 재보궐 선거가 종료되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이 맡았던 비교섭단체 1명의 자리는 아직 미정이다.

   
우상호 의원(홈페이지)

이처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미방위가 90% 이상 윤곽을 드러냈다. 하지만 벌써부터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공영방송 및 각 방송사 이사회를 비롯해 다양한 ‘언로’의 핵심을 쥐고있는 국회 미방위 구성 면면이 벌써부터 파행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상반기 국회 미방위가 방송 공정성 법안 및 방송법 개정안 정국에서 ‘식물 상임위’로 전락한 상황에서, 하반기 국회 미방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여당은 강성과 전문성 부족, 야당은 분열이 키워드다.

우선 국회 미방위원장에 선출된 홍문종 의원이다. 홍 의원은 하반기 한선교 미방위원장에 비해 상당한 ‘강성’으로 분류되며 국회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친박 핵심인사로 여겨진다. 그런 홍 의원이 하반기 미방위원장을 맡으면 야당과의 관계정립에 있어 상당한 파열음이 예상된다.

당장 국회 미방위원장 선출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홍 의원이 국회 미방위원장직에 출마했을때 청와대와 각을 세웠던 진영 의원과의 표차이가 8표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당시 투표에서 여당 의원들은 민심을 잃어가는 청와대에 대한 경고의 뜻으로 예상을 뒤엎고 진 의원에게 많은 표를 몰아주었다. 이에 간신히 당선된 홍 의원의 입장에서는 청와대와 당 모두 포기할 수 없기에, 이런 기대에 부응하고자 국회 미방위에서도 강성 모드를 고수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선교 의원의 경우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핵심현안에 있어 여야 간사의 협의에 모든 것을 맡겼다면, 홍 의원은 공세적인 이슈 파이팅을 통해 야당과의 소통 자체를 가로막을 확률이 있다는 관측이다. 정리하자면, 상반기와는 성격이 다른 ‘소통의 부재’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홍 의원은 현재 ‘박 대통령 성공이 새누리당 성공’이라는 슬로건으로 7.14 집권여당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홍 의원은 6월 15일 중폭 수준의 개각으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발탁된 최경환 후보자와 원조 친박에서 비주류 핵심으로 부상한 서청원 의원과 함께(서 의원도 전당대회 출마자) 서울 여의도 모 식당에서 비밀리에 회동한 후 6월 16일 전격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홍 의원이 당권을 완벽하게 쥐지 않더라도 최소한 집권여당 최고위원직에 오를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최고위원과 상임위원장을 동시에 맡았던 관례가 없는 점은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국회를 떠나 입각한 최 후보자가 여전히 ‘친박’의 이름으로 여당의 당권경쟁에 영향을 미친다는 부정적인 비판과 더불어, 추후 국회 미방위 구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로 국회 미방위에 입성한 3선의 서상기 의원도 변수다. 서 의원은 상반기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으며 나라를 시끄럽게 만든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사건에 연루됐으며, 상반기 국회 정보위가 미방위 못지않은 ‘식물 상임위’가 되는 것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 의원이 맡은 상반기 국회 정보위는 예산안 심사를 끝으로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당장 서 의원의 국회 미방위 포진을 두고 야권 일각에서는 ‘암담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서상기 의원(페이스북)

게임 중독법을 발의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신의진 의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미방위로 자리를 옮기게 된 신 의원은 게임 중독법, 즉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강하게 추진해 여론의 관심을 모은 바 있지만, 국회 미방위가 게임산업 진흥에 방점을 찍은 정책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파열음이 예상된다.

일단 신 의원은 상임위를 옮겨도 계속 게임 중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위에서도 게임 중독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입법 활동을 펼쳤다는 비판을 받는 신 의원이 국회 미방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게임산업 진흥을 강력히 추진하며 2013년부터 5대 한국 e-Sports 협회 협회장을 맡고있는 야당의 전병헌 의원과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다.

   
신의진 의원(페이스북)

야당도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상반기 간사를 맡았던 유승희 의원에 비해 하반기 간사를 맡은 우상호 의원이 비교적 ‘타협과 소통’에 있어 후한 점수를 받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물론 국회 미방위원장과 일부 여당 의원들의 소통불가에는 도리가 없지만, 그래도 여당과 끈질기게 대화를 나누며 현안을 대승적으로 끌어갈 인사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야당도 상반기부터 이어져 오는 내부 불화설이 문제다. 특히 상반기 야당 간사를 맡았다가 하반기에 여성가족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유승희 의원이 다른 의원들과 갈등이 심각했었다는 후문이다. 이는 2월 국회 방송법 개정안 정국에서 종합편성채널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조항을 두고 여야가 극한으로 대치할 때 불거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를 두고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내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간사인 유 의원과 다른 야당 의원들이 신경전을 펼쳤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런 분위기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유 의원이 자리를 옮긴 상황에도 이어진다면 국회 미방위 ‘야당의 전투력’은 시작하기도 전에 지리멸렬하는 셈이다.

원래 국회 미방위는 ‘방송 및 언론’에 대한 주도권 경쟁 측면에서 여야 의원들의 치열한 프레임 다툼이 벌어지는 곳이다. 그 만큼 중요하고 핵심적인 자리며, 의원 입장에서 간절하게 원하는 소위 ‘카메라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명당’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번 하반기 국회 미방위는 인기가 없었다. 그래서 여야 모두 국회 미방위 상임위원 확보에 비상이 걸린 바 있으며, 심지어 여당에서는 지원자가 몰린 일부 상임위 지원 의원 가운데 추첨에 떨어진 의원을 환노위 법사위와 함께 미방위로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또 야당 역시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방송위원회 출신인 최민희 의원을 비롯해 전반기 국회 미방위에서 활동하던 의원들이 타 상임위로 대거 이동 신청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홍문종, 조해진, 민병주, 권은희 의원(여당)과 유승희, 전병헌, 최원식 의원(야당)만 현 국회 미방위에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은 강경모드로 일관하는 한편, 비전문가 출신 의원들을 대거 포진시켜 의도적으로 국회 미방위를 식물 상임위로 유도하고, 야당은 모래알 같은 조직력을 내보이며 중요한 현안에서 이합집산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신료 현실화 및 통합 방송법을 비롯해 UHD 정책부터 방송 공영성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커버해야 하는 국회 미방위의 ‘스타트’가 심상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