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최진홍)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국가 재난망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기점으로 관련 정부부처가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5월 27일 안전행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재정부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 재난망을 조기 구축한다는 뜻을 밝혔으며 기재부는 지금까지 국가 재난망의 발목을 잡았던 예비 타당성 조사도 생략하겠다는 통 큰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황범순 안행부 재난안전망추진기획단장은 “이번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일주일 전 담화문을 통해 언급한 재난망 사업에 대한 ‘조속한 결론’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식은 LTE로 굳어지고 있다. 사실상 기술독점과 고립 문제가 있는 테트라(TETRA)와 와이브로(WiBro) 대신 경찰, 소방, 지방자치단체 등 구호·구조 기관이 음성 통신 이외에 영상전송, 관제, 멀티미디어 메시징 기능이 가능한 LTE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분위기도 좋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지는 LTE 상용망을 활용해 국가 재난망을 구축할 경우 기존 테트라 방식은 10년 동안의 투자 운영비를 감안하면 총 1조7,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현재 물망에 오른 LTE 방식은 절반 수준인 8,000억 원에 불과할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독자망으로 구축할 경우 비용은 높아지지만 국가 재난망의 핵심인 ‘안정성’에 있어서는 상당한 강점을 가지게 된다.
통신 3사는 국가 재난망 사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번 국가 재난망 사업에 정부의 의지가 모임에 따라 해당 사업을 따내면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에 KT는 자신들이 독보적인 육해공 네트워크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며 위성과 디지털 기반 테트라 주파수공용방식(TRS)의 통신기술도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한편, 관피아 논란을 무릅쓰고 안행부 출신 공무원까지 영입해 국가 재난망 전담팀을 구성하여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LTE에 강점을 가진 LG유플러스는 네트워크 사업 부서에서 전사적으로 나서며 국가 재난망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SKT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미래부가 지난 3월 발주한 PS(공공안전) LTE 연구 수행 기관으로 선정된 만큼,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LTE 국가 재난망을 구축할 최상의 주파수 대역을 물색하는 중이다. 우선 가장 강력한 후보지는 700MHz 대역 주파수다. 방송과 통신이 할당 전쟁을 펼치고 있는 해당 주파수가 국가 재난망에 적격이라는 평이 대다수다.(상용망의 경우에는 별도의 주파수가 필요하지 않다. 해당 글에서는 전용망을 전제로 한다)
미래부는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700MHz 대역 주파수를 국가 재난망에 활용할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최시중 위원장 시절 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해당 주파수 상하위 40MHz 폭을 통신에 할당한 상황에서 현 미래부가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통해 이를 확정했고, 여기에 국가 재난망 대역을 삽입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해당 주파수의 통신 상하위 40MHz 폭 할당이 방통위원장 고시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효력이 없으며, 이에 무제한 요금제 및 모바일 IPTV 활성화로 주파수가 부족하지 않음을 반증한 통신을 빼고 무료 보편적 UHD 플랫폼이 가능한 방송과 국가 재난망이 해당 주파수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해당 주파수에서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실험방송을 실시하는 중이다. 그런데 지상파 UHD는 HEVC 압축방식이 사실상 결정된 상황에서 전송방식에 있어 현실적인 DVB-T2냐, 몽상적인 ATSC 3.0이냐를 두고 논쟁이 예고되고 있으며 지상파 UHD 표준정합모델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4월 케이블과 IPTV, 6월 위성방송의 UHD 상용화가 실시된 상황에서 지상파 UHD 가능성은 요원한 셈이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은 다양한 주파수를 점유한 통신과 달리 700MHz 대역 주파수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행복 700 플랜’을 통해 11개 채널 중 9개의 채널이라도 주파수를 할당해달라는 읍소를 했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해당 주파수을 ‘국가 재난망+방송’로 정리하자는 뜻이다.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매각해 그 비용을 지상파에 지원하자는 기묘한 논리까지 나오는 마당에, 사실상 벼랑 끝 전술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또 일변했다. 굳이 700MHz 대역 주파수가 아니더라도 국가 재난망을 구축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바로 2.5GHz 대역이다. 현재 시의적절하게도 제4 이통사를 준비하는 KMI가 2.5GHz 대역에서 LTE-TDD를 준비하고 있다. 2.3GHz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하고있는 이통사는 LTE-TDD으로의 전환이 불가한 반면, KMI는 2.5GHz에서 lLTE-TDD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5GHz 대역에서 KMI가 LTE-TDD 방식의 국가 재난망을 구축하면 불필요한 소모전을 해결할 단초가 된다.
물론 이미 2.5GHz 대역 주파수 공고가 난 상황에서 KMI의 6번째 도전이 좌초될 확률도 있다. 하지만 ‘리스크’를 감안하고 2.5GHz 대역의 LTE-TDD 국가 재난망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우선 방송과 통신의 첨예한 대척점인 700MHz 대역 주파수 논란에서 자유롭고, 거의 사장된 기술의 주파수 대역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주파수 활용도에 있어 강점을 가진다. 다만 KMI가 신생업체라는 점은 변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LTE-TDD로 국가 재난망을 수렴하면, 의외로 골치아픈 문제가 단박에 사라진다. 국가 재난망을 상용망으로 구축한다면 존재하지 않을 고민이지만, 전용망이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