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최진홍) 이처럼 지상파 UHD가 주파수 수급, 전송방식, 표준정합모델 등의 문제로 막강한 플랫폼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이 유료방송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특히 4월 10일 UHD 상용화를 선언한 케이블의 행보가 매섭다. 이들은 UHD 콘텐츠 전문회사인 홈초이스를 통해 UHD 전용채널 유맥스(U-max)를 개국하고 제조사와 공동으로 소프트웨어 셋톱박스를 제작해 케이블 UHD 저변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 2월 4대 케이블 MSO는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셋톱박스 개발을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한편, 10만 대 공동구매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케이블 UHD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최우선 과제는 콘텐츠 수급이다. 케이블에서는 관련 인프라를 육성하기 위해 6,500억 원 수준의 투자를 실시하고(지난해 6억을 이미 투자한 것을 포함해 2014년 110억, 2015년 120억, 2016년 170억 총 406억을 투입할 예정/시설투자에는 2017년까지 모두 6082억 원을 투자할 예정) UHD 협의체의 콘텐츠 분과가 제안한 ‘올포유 펀드’가 탄력을 받는다 해도 200분에 미치지 못하는 콘텐츠는 분명히 문제다. 물론 5월을 지나 6월에 접어들며 콘텐츠 확보에 탄력을 받은 상황이지만(현재는 6000분) 계약 불발 및 콘텐츠 제작 미비는 케이블 UHD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케이블이 UHD 상용화를 천명한 4월 10일부터 실제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권역은 CJ헬로비전 13개 SO, 티브로드 19개 SO, 씨앤앰 7개 SO 등에 불과하다. 39개 권역에서만 소프트웨어 내장 셋톱박스를 통해 UHD 시청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HDMI 2.0 내장 셋톱박스 개발 추이 등을 감안하고 2014년 UHD 디스플레이 모델의 국지성이 더해지면 상용화는 전격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연말에 제조사와 협력한 셋톱박스를 통한 반전의 기회는 있지만, 4월 10일 상용화 일시를 감안하면 케이블 UHD의 경쟁력은 타 유료방송에 비해 인프라적 측면에서 약점을 가진다.
여기에 케이블 업계를 주도하는 MSO의 실적이 악화되는 부분도 변수다. 경제지 [머니 투데이]에 따르면 4대 케이블 MSO의 작년 매출이 1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도리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유가 제기되고 있지만, 8VSB 허용에 따른 전환비용과 더불어 UHD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성장지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소소하게 추진된 IPTV UHD는 셋톱프리 방식의 UHD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다만 IPTV의 특성상 낮은 UHD 스펙이 걸림돌이다. 실제로 IPTV는 스펙에 대한 구체적인 공개자료가 없지만, 본지 취재결과 기본적인 해상도에 30fps에 불과한 프레임, 8bit 이하로 예상되는 컬러비트, 타 플랫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색 재현률은 타 플랫폼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
다만 VOD에 집중한 서비스 방식을 채택하며 연말 셋톱박스 보급에 박차를 가하면 저변확대를 성공시킬 가능성은 높다.
가장 늦게 UHD 상용화를 선언한 위성방송은 유료방송 중 기본적인 인프라 측면에서 상당한 강점을 가진다. 6월 2일 개국한 SKYUHD를 통해 야심찬 출사표를 던진 위성방송은 출발부터 전국을 커버리지로 삼아 강력한 동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실제로 이남기 KT 스카이라이프 대표는 UHD 개국 기자회견에서 “국내 최초로 전국 동시 UHD 시대를 열었다”고 선포하며 “앞으로 다가올 통일시대에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 UHD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채널은 SKYUHD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상용위성 무궁화 6호를 활용해 HEVC 방식으로 UHD 콘텐츠를 전송하는 위성방송은 연말까지 자체·공동 제작, 국내외 판권 구매 등으로 230시간 분량의 UHD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위성방송 UHD에 있어 전국을 커버리지로 삼았다는 것 외에 특기할 만한 부분은 다채널 UHD 서비스다. 또 고화질(HD)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에 이어 UHD OTS도 출시한다는 방침은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위성방송도 셋톱박스 문제로 인해 본격적인 상용화 시기는 연말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고질적인 콘텐츠 문제가 상존하는 부분도 변수다.
이로써 대한민국 UHD 시장은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무료 보편적 뉴미디어 플랫폼 발전이 정치적-경제적 문제로 인해 흔들리고 유료방송의 ‘약점’이 여전한 부분은 일말의 불안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