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춘추전국 시대 맞이한다(상)

UHD, 춘추전국 시대 맞이한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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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최진홍) 케이블, IPTV에 이어 위성방송까지 UHD 상용화에 뛰어들며 대한민국 UHD 플랫폼 시장은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를 맞이했다. 원활한 콘텐츠 수급과 강력한 플랫폼 인프라를 구축한 지상파 방송사가 일부 진영의 노골적 정치적 공세로 흔들리는 사이 유료방송의 UHD 정책이 각개전투를 벌이는 분위기다. 여기에 콘텐츠 투자 및 디스플레이 생산과 전용 셋톱박스 출시라는 ‘열쇠’를 쥔 제조사의 협력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며 상황은 시계제로에 빠졌다.

지상파 방송사는 현재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UHD 실험방송에 돌입한 상황이다. 4월 5일 실시간에 방점을 찍은 KBS는 비교적 상위대역인 66번 채널(782MHz~788MHz)을 할당받아 UHD 스포츠 중계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으며 MBC는 52번 채널(698MHz~704MHz), SBS는 53번 채널(704MHz~710MHz)을 받아 현재 UHD 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전송방식은 DVB-T2며 HEVC 압축방식을 활용한다.

   
 

하지만 지상파 UHD의 앞날은 어둡다. 우선 재원인 700MHz 대역 주파수 문제다. 현 시점에서 해당 주파수의 할당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공동 연구반을 꾸려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모바일 트래픽 해소를 앞세운 통신의 논리가 정치적,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통신 스스로가 무제한 요금제 출시 및 모바일 IPTV 활성화 정책으로 주파수 수급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고백했음에도 막강한 통신사의 로비에 주파수 공동 연구반의 결정이 휘둘릴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여기에 해당 주파수에 국가 재난망을 구축하는 문제까지 겹치며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최시중 위원장 시절 구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통해 700MHz 대역 주파수 상하위 40MHz 폭을 통신에 할당하기로 의결하고, 이를 미래부가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에 포함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해당 주파수 대역을 국가 재난망+통신으로 묶자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통신 상하위 40MHz 폭 할당이 방통위원장 고시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방송에서는 이를 파기하고 해당 주파수를 국가 재난망+방송으로 구축하자는 대안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가 재난망이 LTE 방식의 통합 공공안전망 방식으로 수렴되며 미래부가 TF까지 꾸린 상황이다. 늦어도 7월에 구체적인 방식이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해당 주파수에 국가 재난망 구축을 전제한 상황에서 남은 대역에 방송을 할당할지, 통신을 할당할지를 두고 장고가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UHD의 걸림돌은 주파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송방식에 대한 이견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실시되는 지상파 UHD 실험방송에는 DVB-T2 방식이 활용되고 있지만 미래부는 DVB-T2와 ATSC 3.0 사이에서 전송방식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ATSC 종주 기업인 LG전자가 NAB 2014 행사를 통해 지상파 UHD 시연을 실시하며 ATSC 3.0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는 국내 지상파 UHD 전송방식에 있어 ATSC 3.0이 대세로 굳어질 단초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심지어 한국언론학회 세미나에서도 지상파 UHD 전송방식을 논하며 ATSC 3.0을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기술적 우위를 감안한다고 해도 2015년 12월 표준이 정해지는 ATSC 3.0은 지상파 UHD 상용화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 자칫 2000년 중반 디지털 전송방식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지상파 UHD 표준정합모델도 TTA의 석연치 않은 기술보고서 하향채택을 겪으며 굴곡이 깊어지고 있다. 우선 늦어도 7월에 표준정합모델이 정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다른 유료방송 UHD 표준정합모델과 비교해서 상당히 늦다.(하편에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