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주파수, 왜 방송인가

700MHz 주파수, 왜 방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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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한국언론학회가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UHD 방송 시대의 700MHz 주파수 활용방안 세미나’를 열고 해당 주파수의 활용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700MHz 대역 주파수의 방송 할당 당위성을 비롯해 지상파 UHD의 현황과 발전, 더 나아가 지상파 방송사의 역할론에 대해 폭 넓은 토론이 벌어졌다.

   
 

첫번째 발제를 맡은 서종수 연세대학교 교수는 700MHz 대역 주파수가 방송에 할당되어야 하는 이유를 짚어보고 UHD 전반의 발전상을 짚었다. 이에 서 교수는 "700MHz 대역 주파수는 UHD를 비롯해 양방향까지 아우르는 미디어의 미래를 담보할 것이다"며 차세대 뉴미디어의 발전과 주파수의 올바른 활용방안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서 교수는 "다양한 지상파 플랫폼의 발전을 위해 700MHz 대역 주파수의 한계를 미리 설정하면 곤란하다"며 "지상파의 차세대 뉴미디어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서 교수가 주파수 활용방안 및 지상파 UHD 현황을 설명하며 미국방식인 ATSC 3.0을 지나치게 강조한 부분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최근 NAB 2014에서 LG전자가 ATSC 3.0을 기반으로 하는 지상파 UHD를 성공적으로 시연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유료방송이 올해 4월과 5월 UHD 상용화를 천명한 상태에서 2015년 12월 결정되는 ATSC 3.0을 대한민국의 지상파 UHD 전송방식으로 정하면 시기적으로 너무 늦기 때문이다. 물론 ATSC 3.0은 서 교수가 주장한 대로 화이트 스페이스 활용도에 있어 상당한 주파수 효율성을 보여주며 SFN 방식의 구현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상용화 시기를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ATSC 3.0 강조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지상파 UHD 실험방송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정부의 유료방송 중심의 정책으로 인해 ‘말 그대로 실험방송’의 한계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기술적 우위만 따져 ATSC 3.0을 강조한 것은 논란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지상파 UHD 전송방식에 있어 유럽방식인 DVB-T2와 미국방식인 ATSC 3.0을 조율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서 교수는 WRC-12(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 모든 국가가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기로 결정했다는 전제를 발표해 추후 정정하기도 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상운 남서울대학교 교수는 WRC-12의 700MHz 대역 주파수 통신할당이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여론전임을 명확히 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이에 이 교수는 WRC-07과 WRC-12의 자료를 자세히 공개하며 "해당 주파수를 통신도 활용하도록 여지를 남겼다고 보는 편이 적당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700MHz 대역 주파수의 방송할당을 주장하며 경쟁자인 통신의 논리를 반박하는 쪽으로 발제를 이어갔다. 이 교수는 "2009년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미국은 700MHz 주파수에 공공할당을 넣고 각 채널을 분할해 할당했으며 일본은 해당 주파수 중앙에 공공대역을 삽입했다"며 해당 주파수를 방송에 할당한 유럽의 경우를 살펴도, 통신이 주장하는 700MHz 글로벌 활용설은 실체가 없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애플’이 700MHz 주파수 전체를 커버하는 단말기 제작을 거부한 사례도 있다. 해당 주파수의 세계 통신 활용설은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에서도 당위성을 잃은 것이다.

여기에 이 교수는 "WRC-12에서 1GHz 하위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는 것은 국토면적이 넓고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에 어울린다고 전제했다"며 "국내 700MHz 주파수는 당연히 방송이 할당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 및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등에 명기된 주파수 정책은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700MHz 주파수 상하위 40MHz 폭 통신할당은 방통위원장 고시가 아닌 점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해당 주파수의 활용방안과 지상파 UHD의 추진방안을 두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김경환 상지대학교 교수는 지상파가 해당 주파수의 할당과 UHD를 주장하려면 지상파 스스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지상파가 왜 UHD를 해야 하는지 증명해야 한다"며 "지상파 MMS, N-스크린 등에 지상파의 역량을 분산시키지 말고 UHD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구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박 교수는 해당 주파수 할당에 있어 방송과 통신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전제로 "방송이 왜 주파수가 필요한지 당위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박 교수는 주파수의 공공적 활용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지상파가 UHD를 왜 해야 하는지, 불필요한 다양성을 걷어내고 당당하게 주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박진우 KBS 미래미디어정책부장은 김 교수와 박 교수의 의견에 반박하며 포문을 열었다. 박 부장은 "방송은 다양해지고 있으며, 지상파도 이에 보폭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하는 것"이라며 "지상파 MMS, N-스크린 등 다양한 지상파 미디어 서비스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부장은 700MHz 주파수에 공공대역을 구축하자는 의견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박 부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는 통신이 마비됐지만 방송은 제역할을 다했다. 방송이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재난에도 특화되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며 "직접수신율을 끌어 올리고 주파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지상파의 보편적 미디어 서비스를 강화하려면 정부의 지나친 유료방송 중심의 정책을 막고 지상파의 UHD 발전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진 박사(SBS)는 지상파 UHD 당위성과 통신의 해당 주파수 할당설을 일축했다. 이 박사는 "지상파는 막강한 UHD 콘텐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UHD 정국에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방송은 통신과 기본적으로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방송이 700MHz 대역 주파수를 가져가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박사는 "와이브로 주파수를 놀리며 통신용 주파수로 700MHz 대역을 노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으며, 통신사의 무제한 요금제 출시 및 모바일 IPTV 사업을 보면 트래픽 현상이 심하지 않은것 같다"며 "해당 주파수의 세계 통신 활용설은 실체가 없는 만큼 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지상파에 700MHz 대역 주파수를 할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미정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사는 세월호 사건으로 촉발된 국가 재난망과 700MHz 대역 주파수의 활용을 함께 설명했다. 이에 정 박사는 "700MHz 주파수 상하위 통신 40MHz 폭 할당이 방통위원장 고시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주파수에 재난망과 통신을 넣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영역인 방송과 국가 재난망(안전행전부 10MHz+코레일 12MHz 포함)을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 박사는 "지상파가 주파수를 가져갈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사족을 달았다.

정 박사의 발언은 의미있는 발언으로 보인다. 국가 재난망이 최근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낙제점을 받아 다시 표류하기 시작했지만, 안행부와 코레일의 주파수 할당 주장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어느정도 반향을 일으킬 것이 확실한 만큼 차라리 해당 주파수를 공공으로 정의내려 ‘방송+재난망’으로 구축하는 것은 충분한 개연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통신 상하위 40MHz 알박기가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전제가 있다.

최동환 방송인총연합회 공동대표(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는 "대한민국 UHD 정책은 지금 역주행하고 있다"며 "방송은 문화가 있는 문화사업이기에, 단순히 산업발전의 논리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대표는 "장비업체와 만나면 모두 같은 하소연을 한다. UHD 컨버터만 구비하는 수준에서 UHD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국내 내수시장을 주도하는 지상파 UHD 역할론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방송은 방송이 잘하고, 통신은 통신이 잘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진리며 700MHz 대역 주파수는 당연히 지상파의 몫이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민감한 내용이 많이 등장했다. 700MHz 공동 연구반의 중간결과가 5월 말로 예고된 상황에서 DVB-T2와 ATSC 3.0을 아우르는 UHD 전송방식부터 WRC-12의 왜곡사례 정정, 세월호 사건을 통해 본 방송의 주파수 효율성과 국가 재난망이라는 변수까지 다양한 의견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