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00MHz, 그리고 재난망

세월호, 700MHz, 그리고 재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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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지금이라도 12년째 표류하고 있는 국가재난안전망을 확고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본지 취재 결과 안전행정부를 중심으로 각 유관 기관에서는 국가재난안전망 구축을 위해 지금이야말로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한 상태다. 700MHz 대역 주파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지지부진한 국가재난안전망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논의가 시작된 국가재난안전망은 군과 경찰청, 소방방재청, 지방자치단체 등 재난관련 기관의 무선 통신망을 하나로 통합해 재난이 발생하면 확고한 지휘통제를 활용해 통신 시스템의 무한 신뢰성과 안전성그리고 보안성과 즉각 대응성이 보장되도록 만든 국가 무선 통신망이다.

   
 

하지만 국가재난안전망은 2003년 이후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소방방재청, 구 행전안전부로 주무부처가 연달아 바뀌며 실질적인 동력을 상실했다. 연구와 시범사업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했으나 아직 본사업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테트라와 와이브로 방식을 정하는 문제에 있어 지나친 테트라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전체비용만 산출하면 와이브로 구축시 1조 2,427억 원이 소요되고 테트라 구축시 1조8,000억 원이 소요된다는 보고가 나와 경제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른바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사업은 12년 째 헛발질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재난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이 다시 강하게 대두되면서 분위기가 일변하고 있다. 벌써부터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2년째 방치하고 있는 국가 재난안전망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 문제가 얽힌다. 해당 주파수는 현재 방송과 통신이 치열하게 할당전쟁을 벌이는 중인데, 안행부가 해당 주파수 108MHz 폭 중 12MHz 폭을 할당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코레일도 10MHz 폭의 주파수를 할당해달라고 주문한 상태다.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 이후 108MHz 폭 중 이미 상하위 40MHz폭이 통신에 할당되기로 잠정 결정된 상황에서 방송과 통신을 제외한 다른 용도 지정 요청이 쇄도하는 셈이다.

당장 700MHz 대역 주파수로 지상파 UHD 실험방송을 추진하며, 국민행복 700 플랜이라는 주파수 쥐어짜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UHD 플랫폼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방송 입장에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해당 주파수 상하위 40MHz 폭 할당이 방통위원장 고시로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확정’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전파간섭 등을 고려하면 지상파 UHD 및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를 위해 40MHz 폭을 방송이 할당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남은 40MHz 폭 중 안행부가 12MHz 폭, 여기에 코레일이 10MHz 폭을 가져간다면 사실상 해당 주파수에서 방송의 자리는 사라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방송 업계 일각에서는 국가 재난안전망 구축은 핵심사안이지만, 현실성을 감안해 정확한 정책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방송과 통신의 경우, 각자가 가지는 주파수의 총량은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다양한 대역에서 주파수를 확보한 통신이 700MHz 대역 주파수를 포기하고 해당 주파수를 방송과 안행부, 코레일이 할당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최시중 위원장 시설 구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 108MHz 폭 중 상하위 40MHz 폭을 소위 알박기한 이유는 해당 주파수를 결국 통신용으로 활용하기 위함이지만, 앞에서 밝혔듯이 이는 방통위원장 고시를 통한 법적인 효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700MHz 대역 주파수에서 통신의 영역을 지우고 방송과 안행부, 코레일 등이 각각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주파수의 공공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유인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여기에 해당 주파수에서 기존처럼 방송과 통신의 할당을 유지하고 안행부와 코레일의 요구를 다른 주파수 대역에서 찾는 것이 옳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 재난안전망의 경우 주파수 대역이 확보된다고 해도 테트라와 와이브로 기술의 기본적 패착, 즉 특정 기업의 독과점 논란과 기능적 문제, 여기에 사장된 기술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국가 재난안전망 기술에 대한 논란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주파수 대역을 성급하게 정하면 재원 활용 효율에 있어 상당한 약점을 가진다는 뜻이다.

국가 재난안전망 구축은 세월호 사건과 무관하게 꾸준하고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핵심 사업이다. 다만 700MHz 대역 주파수에 집중해 사안을 바라보면,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장 합당하다는 것에 중론이 쏠린다. 첫째, 다른 대역에 막대한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는 통신의 700MHz 대역 철수와 방송 및 안행부, 코레일의 할당이며 둘째, 안행부와 코레일이 다른 주파수 대역에서 활용처를 찾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국가 재난안전망의 기술적 선택을 빨리 정하고 성급하게 주파수 대역을 먼저 정하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의 700MHz 대역 주파수 공동 연구반이 늦어도 5월이나 6월에 할당과 관련된 중간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해당 주파수의 방송 및 통신 할당을 뒤로 미루고 우선적으로 안행부와 코레일 주파수 대역을 먼저 확정하자는 의견이 무성해 지고 있다. 여기에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이 해당 주파수 할당에 대해 지상파 UHD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느린 호흡으로 할당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으며,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지상파 UHD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에서 해당 주파수의 할당 자체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