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주관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재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그룹장은 박근혜 정부 최초로 방송산업 전반에 대한 발전계획을 마련했다고 자평하며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안)을 발표했지만, 세부적인 계획도 전무한데다 지나친 유료방송 중심의 정부 정책과 보편적 공공의 미디어 서비스 말살에만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안) 일부 |
이재영 그룹장이 발제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안)은 한 마디로 유료방송 중심의 미디어 환경 고착화와 지상파 방송을 말살시키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에 이 그룹장은 아직 본 계획이 하나의 가능성이며, 정리된 안건은 아니라는 말로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프리미엄 서비스의 일환인 UHD 방송 정책 추진과 더불어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 및 지상파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 정책 등을 숨기지 않았다.
발표된 계획(안)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유료방송 권역별 규제 완화에 따른 특혜논란, 그리고 유료방송 중심의 UHD 발전과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 긍정적 검토, 지상파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 등이다. 이 그룹장은 “유료방송의 수평규제 추진 및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을 검토하는 한편,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상파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와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을 해내겠다”고 밝히며 “특히 UHD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추진하며 케이블 및 위성방송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정책들이 유료방송 중심의 정책으로 짜여진 셈이다.
이번에 발표된 계획(안)의 허점은 상당한 편이다. 우선 계획을 발표하며 세부적인 추진방향을 모호하게 설정해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영역에서는 아무런 정의도 내려지지 않는다. 여기에 계획(안) 구성 단계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역할을 철저히 배제해 실질적인 방송산업정책도 부재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대목은 역시 지나친 유료방송 중심의 정책추진이다. 특히 UHD 발전을 사실상 유료방송에 맡기겠다는 부분은 시청자의 보편적 미디어 복지 측면과 콘텐츠+플랫폼을 보유한 지상파 방송사의 역할론을 무시한 결과이기 때문에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 완벽한 디지털 전환이 아닌 케이블 SO에 대한 8VSB 허용은 일종의 종합편성채널 특혜로 여겨지고 있음에도 무리하게 방송산업발전에 밀어 넣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본 계획(안)이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700MHz 대역 주파수 공동 연구반과 UHD 협의체의 근간을 뒤흔들 가능성도 있어 논란이다. 700MHz 대역 주파수의 할당을 둘러싼 방송과 통신의 논란이 끝나지 않았고, UHD 협의체를 통한 논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래부, 방통위, 문체부가 직접 나서 유료방송 중심의 UHD 발전 계획을 발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사전교감이 있었을 확률도 있지만 공식적인 연구반–협의체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관련 정책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미래부–방통위–문체부의 계획(안) 발표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또 지상파 방송사가 이미 각 부처에 지상파 UHD 발전방향을 정식으로 제출했지만 본 계획(안)에 해당 내용은 철저하게 누락되어 있는 부분도 추후 잡음을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이번 계획(안) 발표 이후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고 지적하며 일정 정도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인 부분은 특기할 만 하다.
그런 이유로 발제가 끝나고 현대원 서강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참석한 패널들의 성토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이에 방성철 MBC 전략기획부장은 “(UHD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UHD 발전계획에 지상파 방송사가 완전히 배제된 이유가 뭐냐”고 반문하며 “지금 이 토론회를 연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또 방 부장은 “8VSB 허용은 콘텐츠 시장의 초토화를 불러올것이 뻔한데 계획(안)에 포함되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지상파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들이 유료방송 중심으로 추진된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정책위원도 “전반적인 방송정책이 유료방송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하며 “공공 미디어 서비스 안정화가 최우선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성기현 티브로드 전무는 “정부에서 발표한 계획을 살펴보면 지상파 재전송, 디지털 전환 활성화 지원 등 상당부분이 새로운 이슈가 아닌, 지난 5~10년 동안 이야기 된 고질적인 문제"라며 ”이제는 구체적인 세부계획과 수행 방법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에 논의된 계획(안)은 추후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11월 말 최종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토론회에서는 ▲방송산업규제혁신 ▲방송콘텐츠시장 활성화 ▲스마트 미디어 산업 육성 ▲차세대 방송 인프라 구축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등 5가지 세부 추진과제가 논의 되었으며 지상파 MMS 허용 검토 및 미디어 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지상파 방송의 난시청 해소 지원 등도 심도깊게 다뤄졌다. 또 콘텐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사용료 지급 기준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되었으며 특히 플랫폼 사업자가 PP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매년 홈쇼핑 송출 수수료의 증가분에 연동해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과 통합 방송법, DCS 허용도 토론 대상이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스마트 미디어 서비스를 적극 육성하기 위해 스마트 미디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마트 미디어 생태계 활성화 위원회’를 조직하고 공생 모델을 마련할 계획이며 개인정보 보호제도를 개선하고 T-커머스를 위한 데이터 방송 규제 개선, 교육 콘텐츠 개발 등의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