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명백한 언론사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지정이 결국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래부는 당초 지상파 4사를 일괄적으로 기반보호시설로 지정하려던 것에서 선회해 KBS만 우선 지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7월 24일 관련 설명회를 열어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기반보호시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가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했던 미래부가 다시 행동에 나선 것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 3·20 사이버 테러 공격 이후, 방송사의 정보보호 필요성이 높다며 지상파 방송 4사(KBS·MBC·SBS·EBS)를 정보통신기반시설에 넣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방송사 송출시스템을 특별 관리하는 것은 ‘언론사찰’이라는 반발이 광범위하게 퍼지며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련의 작업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실무 총괄을 맡는다고 알려져 반발은 더 커졌으며, 결국 해당 논란은 표면적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미래부가 다시 행동에 나서며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이에 미래부는 사이버 테러 등의 공격으로부터 지상파 방송사를 보호하기 위해 기반보호시설 지정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지정 권고 여부와 지정 대상은 방송사와 방송통신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래부는 당장 오는 25일 KBS와 최종 의결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반발은 엄청나다. 미래부가 정보통신기반 보호법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를 주요통신기반시설로 지정하고 점검을 목적으로 무자비한 사찰을 감행한다면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은 무참히 짓밟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사의 정보 시스템 전반에는 프로그램과 관련된 정부나 기업의 비공개 정보, 내부 고발자 정보, 취재계획 등 중요하고 민감한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의 기반보호시설 지정은 사실상 정부의 언론사찰이라는 반론이 거세다. 오히려 정보통신기반 보호법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의 기반보호시설 지정은 명백한 이중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우선 지정 대상으로 선정된 KBS도 내부 구성원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KBS 2노조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미래부는 언론사찰 의도가 없다느니 외부 기관에 대행해 문제가 없다느니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고 있지만 이는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며 “방송사의 송출, 보도 등 주요 시스템은 이미 자체 보안이 갖춰져 있어 국가기관이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을 정부가 고집을 꺾지 않는 것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래부가 지상파의 기반보호시설 지정 정국을 주도하며 KBS 우선지정 카드를 매만지는 가운데, 칼자루를 쥔 방통위는 일단 관망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최종 지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방통위는 미래부의 강력한 정책 모멘텀과 지상파 방송사의 반발 추이를 살피며 신중하게 상황을 살피겠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