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디지털 전환 정국에서 클리어쾀 도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논쟁이 격렬해지는 가운데, 정작 클리어쾀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케이블 내에서도 해당 플랫폼에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논란이다. 그러나 이는 ‘CPS(재송신료) 협상’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역으로 클리어쾀 TV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케이블 업체의 투트랙 전략일 뿐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현재 클리어쾀 TV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업계 자율화 방침을 내린 바 있다. 동시에 국회에서도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을 중심으로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법’을 통해 해당 플랫폼의 확산을 꾀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11월 30일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실에서 개최한 관련 토론회에는 “클리어쾀 TV는 저소득층 지원이 아닌, 케이블 업체를 위한 플랫폼일 뿐이다”라는 지상파 방송사의 입장과 “클리어쾀 TV는 김장실 의원 법안 발의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케이블 업체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었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해당 플랫폼을 디지털 전환 정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상파 진영은 ‘해당 플랫폼은 케이블 업체가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 1,100만에 대한 홈쇼핑 채널 판매를 이어가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고, 케이블 진영은 ‘해당 플랫폼은 채널 수 최소화 및 기타 제제 방안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활용될 것이며, 이 플랫폼을 거부하는 지상파는 김장실 의원 법안 무시와 같이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대의를 거스르는 행태’라고 반박해왔다. 여기에 IPTV를 비롯한 위성방송은 김장실 의원 법안에는 찬성하나 클리어쾀 TV 활성화에는 TTA 기술표준 반대 의견서까지 제출하며 강력하게 반발했으나 최근 ‘무조건 반대’에서 ‘조건부 반대’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 업체 내부에서 클리어쾀 TV를 반대하는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클리어쾀 TV를 통해 저소득층이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고 가입자가 확대되는 측면은 긍정적이지만, 해당 기술을 전면 도입할 경우 가입자 당 매출(ARPU)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즉, 장기적인 입장에서 ‘클리어쾀 TV는 케이블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보도에 대해 “이면을 분석해야 한다”며 “최초 클리어쾀 TV 활성화 방안이 등장했을 때, 케이블 업체 내부에서도 진통이 시작되다가 CPS에 대한 공동이익 전선이 구축되자 일제히 모든 케이블 업체들이 ‘클리어쾀 TV 찬성’으로 돌아섰던 사례를 상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이어 “미국의 경우 클리어쾀 TV가 활성화되자 FCC의 기대와는 달리 저소득층은 물론, 일반 중산층 가정에까지 클리어쾀 TV가 확산되어 결과적으로 콘텐츠 가격 하락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며 “특히 PP의 경우 SO와 달리 엄청난 타격을 입었으며 결국 이런 기조가 미국 내에서 클리어쾀 TV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바꾸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국내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확률이 크다는 것은 몇몇 케이블 업체들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지상파 재송신 중단 사태를 야기시킨 CPS 협상이 케이블 업체 입장에서는 더욱 큰 문제이기 때문에 케이블 측은 우선 CPS 문제에 있어 전향적인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클리어쾀 TV에 의견을 모았으며, 이런 기조는 클리어쾀에서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로 논의의 패러다임이 이동한 김장실 의원 법안 논란에 있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지금 이 상황에서 ‘케이블 업체 내부의 클리어쾀 TV 불만 확산론’은 TTA 기술표준을 실시하며 해당 기술의 상용화가 이루어지는 단계에서 제기되는 광범위한 외부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일종의 ‘물타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조심스러운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종합하자면 클리어쾀에 대한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더욱 부각시키고, 동시에 ‘이해 관계자인 케이블의 희생을 극적으로 표출’시켰다는 뜻이다. 처음 해당 기술이 등장했을 때 PP를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이내 모든 케이블 업체가 ‘CPS’라는 반강제적인 공동의 이익전선을 구축했던 것처럼, 이번 ‘내부 불만설’도 전혀 다른 이면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클리어쾀 TV 자체가 케이블 내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번 불만설은 해당 기술이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미디어 플랫폼이지만 케이블 업체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팩트’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