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오전 11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회장 최동환)는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누구를 위한 지상파 디지털 전환 정책인가’라는 슬로건으로 방통위의 올바른 지상파 디지털 전환 정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외에도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각 사 노조 위원장 및 한국PD연합회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감독연합회 등 각 단체 주요 인사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동환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은 “시청자 복지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방통위는 디지털 전환 정국에서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 회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TV를 직접수신으로 시청하는 가구가 방통위의 무능한 디지털 정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유료 방송에 가입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이 최소한의 미디어 플랫폼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방통위는 이와 관련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최 회장은 “디지털 방송의 혜택은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구현과 방송용 필수 주파수의 올바른 활용, 그리고 그 무엇보다 지자체의 공시청 설비 시설점검 관련 법령을 개정해 더 효과적인 시청권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방통위는 방송용 필수 주파수의 경매 비용만 챙길 뿐, 더 나은 미디어 서비스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 방통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주파수 조기 경매 움직임을 우려하기도 했다.
최동환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
이에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엉터리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방통위는 전부 자격 미달이다”라고 일갈하며 “방통위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확실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위원장은 “디지털 전환 사업이 진행될수록 가전업체의 이득만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유료 방송 가입자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 정부가 FTA 협상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처럼, 방통위도 이와 관련된 데이터 및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잔뜩 날을 세웠다. 동시에 이 위원장은 “시청자의 재산권 침해부터 시작해 무리한 자막고지로 국민의 미디어 접근성을 박탈시키고 있는 방통위에는 반드시 국민의 이름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
또 자리에 참석한 김현석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위원장은 “처음 방통위가 등장했을 때 ‘방통융합 시대를 맞아 새로운 미디어 시대가 열리겠구나’ 라고 생각한 내가 부끄럽다”며 “방송용 필수 주파수만 팔아먹으려는 방통위의 디지털 전환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주장했으며 남상석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 위원장은 “방통위는 디지털 전환보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이해관계에만 관심을 가진 나머지 제대로 된 정책 추진을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김인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부위원장은 “방통위는 방송용 필수 주파수의 올바른 활용이 올바른 디지털 전환 정국의 열쇠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도 방통위의 그릇된 디지털 전환 정책이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가전업체 및 유료 방송의 배만 불려주는 정책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에 동의하며 “무료 보편의 공공 서비스를 위해 힘을 합치자”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문명석 KBS 방송기술인협회장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국민의 시청권을 제한하는 ‘수도권 아날로그 TV 방송 자막고지’를 즉각 중지하고 아파트 입주민의 TV 시청권 및 매체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자체의 공시청 시설 점검 관련 법령을 개정하라”고 주장하며 아울러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민의 재산권 침해에 대해 시청자 복지 차원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채널 재배치 사업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위한 예산 및 인력을 확충하고 효과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도입 등 공익을 위한 방송용 주파수의 활용 계획을 수립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은 비가 내리는 악조건 속에도 불구하고 150명을 상회하는 많은 방송기술인과 관련 단체 주요인사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광화문 길 한쪽을 완전히 점령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던 취재진과 시민들의 지지 열기는 대선 정국을 방불케 했다는 후문이다. 동시에 최동환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과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기자회견이 종료된 직후 이계철 방통위원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위원장 부재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올바른 디지털 전환 정책 촉구를 주장하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원의 피켓 너머로 방통위의 아날로그 순차종료 홍보 영상이 등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