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문화 정착 우리부터 시작하자

[사설] 안전 문화 정착 우리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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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김지완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에서 안전의 욕구는 신체적, 감정적, 경제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욕구이며, 1단계 욕구인 생리적 욕구 다음으로 중요하다. 인간은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어야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봉화 광산 붕괴, 이태원 참사 등 세월호 침몰 사고를 겪은 지 8년이 넘어가는 2022년에도 안전한 환경은 요원하고 재난 참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도대체 과거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인가?

정치권은 참사를 정쟁화시키기에 정신이 없고, 정부는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주체들은 온통 약한 자를 찾아 책임을 떠넘기는 마녀사냥에 바쁠 뿐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의 원인 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의 조치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과연 일상적인 생활환경에서 재난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확립하고 안전을 위한 작은 행동을 실천하고 있는지도 돌이켜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만 보아도 분명 재난 발생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지대하게 크지만, 기업과 시민 스스로도 재난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영국 안전보건청이 분석한 ‘사고 예방 발전 단계’를 보면 법규와 절차 준수를 통한 재해 감소율은 75%이고, 관리 체계 개선으로 95% 수준까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한계는 안전 문화의 정착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안전 문화를 변화시키는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경제 활동에서 기업의 경영진은 선제적 재난 예방 활동은 낭비가 아니라 효율이 높은 투자 활동임을 인식해야 하고, 근로자는 평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안전을 점검하여 안전 불감증에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다.

올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기업은 안전관리 인력을 뽑고, 법정 의무 교육을 온라인 강의로 수강하는 등 반강제적으로 안전에 대해 최소한의 법적 의무는 하고 있지만, 안전의 주체이자 당사자인 경영진과 근로자는 안전을 주도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은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의 종사자보다 안전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안일한 것이 사실이다. 경영진은 안전관리자를 법적 책임 면피를 위한 보험처럼 앉혀놓고, 근로자는 온라인 강의만 틀어놓아서는 안 된다. 우선 우리 일터 주변부터 다시 한번 살펴보자. 스튜디오나 방송기계실에 안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없는지, 외부 촬영 현장에 안전 담당자를 두어 사고를 충분히 예방하고 있는지, 신규 직원이나 프리랜서 등이 위험한 장소에서 일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숨은 위험을 예측하여 대책을 수립하자. 또한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OJT나 훈련을 통해서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미디어 산업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 사례를 모아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 안전 문화 만들기를 시작해보자.

얼마 전 경북 봉화 광산 지하 갱도에 고립되었다가 열흘 만에 구조된 작업반장 박정하 씨의 인터뷰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와 가지고 바지에 흙 하나 안 묻히고 돌아서서 왔다 갔다 하다가 펜으로 하는 그런 걸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가서 만져보고, 두들겨보고, 흔들어보고. 저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할 수 있는지.” 재난 예방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몸이 함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