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는 전재희 문방위위원장 주관으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내정자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우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이계철 내정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스마트 미디어의 발전과 현재 야기되고 있는 망중립성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겠다"며 "방송 분야에 있어서도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정착과 전국 디지털 전환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 그리고 미디어렙 법안 문제를 잘 이끌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이 내정자의 발언이 끝난 후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은 "청문회를 하기에 앞서 현재 정부는 지금의 사태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국민의 혈세와 시간을 낭비하는 인사청문회가 다시 열린것에 대한 정부의 정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심지어 "국회 문방위가 인사위원회도 아니고, 최시중 위원장의 측근 비리 낙마로 열려서는 안되는 청문회가 열린 만큼 이에 대한 확실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도 이에 공감하며 "현재의 언론사 및 방송사 파업에 대한 여야의 확실한 대응책도 필요하다"며 작금의 미디어 생태계를 이끌었던 1, 2기 방통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이어진 청문회에서 전혜숙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내정자의 장남이 KT에 입사하게 된 경위를 정확히 밝혀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전 의원은 "당시 장남의 입사기록이 청문회 보고서에 누락되어 있는 상태인데, 아마 아버지의 입김이 채용에 영향을 미친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이 내정자는 "정식 문건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구두로 말하자면 당시 채용은 문제가 없다. 아들은 고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LG에 근무하다가 경력직 채용으로 KT에 응시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추가답변 시간에 해당 내용을 보충설명하기도 했다.
주파수 경매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현재의 주파수 경매제에 대한 방통위 금품수수 의혹과 함께 주파수에 대한 확실한 정책 로드맵이 없다는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고, 이 내정자는 "방통위의 계획대로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방통위의 ‘모바일 광개토 플랜이라는 명칭은 모르는 듯 했다.
현재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방송사 파업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 내정자는 이에 대해 확실한 입장정리를 하지 않아 의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김부겸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재의 방송사 파업으로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비전이 있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이 내정자는 "현재로서는 내부의 일이기 때문에 뭐라 언급할 수 없다"고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또 장병완 민주통합당 의원이 "현재 파업은 사장 인선으로 비롯된 문제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질문에도 거듭 "할 말이 없으며 정부가 개입하는 것도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맹공이 꼬리를 물었다. 전병헌 의원은 재차 "현재의 방송사 파업 상황은 낙하산 사장 인선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방통위원장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일을 막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라며 묻기도 했다. 그러나 이 내정자는 청문회 내내 "관여할 일이 아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어 이 내정자의 통신사 ‘고문직’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우선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이 "이 내정자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사장에 재직하며 다른 통신사에 고문으로 재직하며 고문료로 3억 원을 수령했다"고 지적하자 이 내정자는 "당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비상임 이사였기 때문에 문제 될 만한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한국통신 사장 역임 후 우리나라의 통신분야에 보탬이 되고 싶었기에 도와준다는 의미로 고문직을 수락한 것"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불법로비’에 개입되었다는 주장에는 "자신은 로비의 로자도 모른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전병헌 의원은 이 내정자의 고문 경력에 대해 "고문기술자"라며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이 내정자는 "로비스트인적이 없다. 나는 로비의 로자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 내정자의 발언이 결정적으로 흔들린 순간이 있었다. 바로 오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기석 비씨엔글로벌 전 대표의 발언 때문이었다. 유 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하자 전병헌 의원이 "이 내정자를 회사의 고문으로 영입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이에 유 전대표가 "KT 사장이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에 전 의원은 "이것이 바로 로비스트 활동의 증거"라고 주장했고 이 내정자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또 한국통신 사장 시절 지나친 구조조정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최종원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내정자가 한국통신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구조조정 대상자인 조태욱 당시 노조 대의원을 증인으로 참석시킨 다음 "당시 구조조정 당시 서로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일을 진행했다는 이 내정자의 말은 거짓"이라며 "이 내정자는 정부의 권고안보다 더 많은 숫자의 직원을 제 손으로 잘라내기도 했다"고 몰아세웠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도 질의가 오갔다. 주로 새누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어진 현 질의에서 허원재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에 계류중인 KBS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이 내정자의 견해를 물었고 이 내정자는 이에 "합당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 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과 같이 적법한 조치에 따라 수신료 현실화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의견은 피력하는 수준이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독일식 모델을 근거로 권력과 독립된 수신료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통신비에 대한 질의는 더욱 매서웠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많은 의원들이 이에 대한 이 내정자의 생각을 물었고 이에 이 내정자는 "통신사간의 경쟁을 통해 통신비 인하를 노리겠다"며 "정부에서 강압적인 방식으로 통신비 인하 압력을 주기 보다는 자체적인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많은 의원들이 "통신사들의 요금체계가 복잡하고 담합의 여지도 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그리고 최근 무산된 4 이동통신 진입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내정자는 미디어렙 및 각종 방송현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확인해 보갰다’고만 답변할 뿐 현실적인 로드맵을 갖추지 못했다는 혹독한 인사청문회 평을 받을 예정이다. 실제로 그는 방송사 파업 및 와이브로 사장 문제, 종편 문제 및 통신비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제대로된 답변을 피하거나 우회적으로 답하기 일쑤였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방송 및 통신에 대한 확고한 로드맵과 콘트롤 타워 부재에 따른 방통위의 한계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방송 및 통신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700MHz 대역 주파수 현안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는 등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참여율이 예상보다 저조해 이번 청문회가 의외로 ‘맥빠진’ 청문회 였다는 의견도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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