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의 마지막 기회

남북관계 개선의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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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 당국간 회담이 4월 21일 개성공단에서 있었다. 이번 접촉에서 북측은 개성공단에 대해 ‘6.15 공동선언의 상징’이라면서 남측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와함께 북측은 개성공단에서의 남측에 대한 특혜조치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고, 개성공단 사업 관련 기존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관계가 전면 중단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개성공단의 운명은 남북관계의 운명과 직결된다. 결국 지금의 개성공단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는가에 따라 개성공단 폐쇄-남북관계 전면파탄-라는 수순으로 나아갈 수도, 남북관계 개선의 단초가 마련 될 수도 있다.

 

북측이 이번 접촉에서 “현 남측 당국이 북남선언들과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부정하고 반공화국 대결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북남협력의 상징인 개성공업지구사업을 파탄시키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밝힌 것은 이번 개성공단 특혜조치 재검토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 태도-남북관계 개선의지-를 최종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지금처럼 북한의 요구를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돈 문제’로 접근한다면 파국은 불가피하다. 물론 남측의 입장에서도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고 남측 민간인을 ‘억류’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는 행위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측의 그와 같은 행동이 ‘지나치다’는 비판은 가능하지만 ‘지나친 행동’과 ‘책임 소재’는 엄연히 분리되어 평가되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개성공단과 더불어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이후 지난 10년 동안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던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데 에는 이명박 정부의 대결적 대북정책에도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대북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비핵개방3000’은 북한이 변화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남북관계 발전도 없다는 말과 같으며, 북한체제 붕괴정책의 변형일 뿐이다. 이러한 대결주의적 정책은 필연적으로 상대방의 반발을 초래하면서 남북관계 악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3.1절 기념사에서 ‘남북한의 합의정신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고 4월 3일에는 “만약 북한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면 대북특사를 파견할 준비가 항상 돼 있다”는 발언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음에도 2009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예년에 비해 더욱 강도 높게 진행하고, 북한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하여 PSI(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 전면 참여 등 대북제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핵개방3000’의 전면 폐기와 함께 남과 북의 신뢰 회복과 상호 존중을 통한 교류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대결정책의 현안인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북측은 PSI 전면 참여를 대북선전포고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PSI 전면 참여 방침 철회를 통해 대화의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표명하고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백마디 말보다 진심이 담긴 행동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만이 남북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유지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여는 길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간의 시간을 교훈삼아 남북관계 개선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자경(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