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방송 기술 및 서비스의 동향 및 전망

차세대 방송 기술 및 서비스의 동향 및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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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일본이 하이비전이라는 이름 하에 세계 최초의 HDTV를 상용화하였을 때, 기술 선진국이라 자부하던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는 충격에 빠졌고, 1980년대 말부터 HDTV 개발과 상용화에 대한 글로벌 경쟁이 첨예화되었다. 우리나라도 1989년부터 여러 부처의 국책과제로서 HDTV 기술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다. 이후 20여년 간의 끊임없는 연구 개발과 상용화 노력 덕분에 2012년 모든 아날로그 TV를 HDTV로 전환하려 하고 있으며, 전 세계로 디지털 TV를 수출하여 호평을 받게 되었다. 또한 2002년 경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TV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되었는데, 우리나라는 매우 신속하게 관련 기술을 개발하여 2005년 12월 5일 서울 및 수도권에서 세계 최초의 지상파 모바일 TV인 지상파 DMB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이후 지상파 DMB는 짧은 기간에 천오백만대 이상의 수신기가 보급될 정도로 기술적/서비스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매체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년은 그야말로 고정 수신, 이동 수신 분야를 통틀어 디지털 방송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라 할 수 있겠다.

무릇 모든 기술 발전 단계가 그러하듯이 이제 우리는 다음 단계의 방송 기술을 논하고, 어디에 투자를 집중하여야 하며,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차세대 방송을 도입하여야 할지 등에 대한 시나리오를 논할 시점이 되었다. 과연 우리는 과거로부터 무었을 배웠으며, 그러한 경험을 향후 어떻게 슬기롭게 활용할 것인지를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방송 기술의 선진국에 해당하는 미국, EU, 일본은 나름대로의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고자 애쓰고 있다. 미국의 ATSC는 중단기적으로는 현재의 ATSC와 호환적인 형태로 ATSC 2.0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ATSC-M/H, NRT 등의 추가 표준을 제정 중에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현재의 ATSC 표준과의 호환성의 굴레에서 벗어나 차세대 방송 표준에 해당하는 ATSC 3.0의 밑그림을 그리고자 요구사항들을 정리해 나가고 있다. EU의 경우, DVB에서는 현재의 DVB 방송 표준을 넘어 차세대 방송 표준에 해당하는 일부 DVB 2.0 기술들을 벌써 상용화 직전까지 몰고 가고 있다. 일본은 카메라 및 스튜디오 장비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UHDTV(Ultra-HDTV)와 3D TV 등 실감 TV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년 전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여전히 가까운 미래에 일본의 방송 신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는 고정 수신 분야에서 UHDTV와 3D TV 분야의 기술 개발을 조금씩 진행시켜 오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연구개발 단계에 접어들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다소 안타깝다. 또 이동 수신 분야에서는 현재의 지상파 DMB의 전송 능력을 2 배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AT-DMB(Advanced Terrestrial DMB) 기술 개발을 완성해 가고 있는 시점에 있지만, 그 이후의 차세대 모바일 TV 분야의 연구 개발은 아직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어 이 역시 안타깝다.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실감 방송을 위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근접할 수 있는 연구 개발이 잘 진행되고 있는 듯 보인다. 또한 일본, 유럽, 미국 등의 업체들도 4,000×2,000 화소급 해상도의 UHD 디스플레이와 무안경식의 3D 대화면 디스플레이 등의 기술을 이미 개발하여 대량 상용화 시기만 기다리고 있는 듯 보인다. 실제 기술 쇼나 컨퍼런스 등에 전시된 UHD 디스플레이와 3D 디스플레이를 경험한 사람들은 고정 수신형 차세대 방송이 어떤 형태가 될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HDTV의 해상도의 4 배(4,000×2,000 화소급 해상도) 또는 16 배(8,000×4,000 화소급 해상도)에 해당하는 화소를 갖는 UHD 디스플레이는 현재의 HDTV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실감 효과를 보여 주며, 또 무안경식 대화면 디스플레이 또한 입체감을 통해 기존 TV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실감 효과를 가져 오기 때문이다.

모바일 TV 분야의 차세대 기술 개발은 전송량 증대, 수신율 향상,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등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손 안의 TV를 구현하는 휴대형 수신기에 장착되는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조만간 VGA 급으로 보편화될 상황에 있고, 미래에는 더욱 획기적인 이동형 디스플레이 기술이 출현할 것으로 기대되는 바, 차세대 모바일 TV에서는 더욱 더 많은 정보량을 전송하는 능력을 갖추기 않으면 안 된다. 이동 환경에서의 전송 능력은 수신율과 서로 배치되는 관계에 있으므로, 수신율 향상은 그 자체로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전송 능력 향상과도 상관있다. 모바일 TV에서의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는 고정형 TV에서 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져 왔지만 아직도 폭발적으로 인기를 끄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발견되지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보다 더 세밀한 서비스 설계와 다양한 시도가 차세대 모바일 TV에서도 숙제로 남아 있다.

차세대 방송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체로 명확해 보인다. 우리는 과거 20 여년의 경험을 미래를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일본이 또 다시 고정형 TV 분야에서 차세대 방송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게 그냔 손 놓고 있는 것은 과거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다. 지금 당장 UHDTV와 3D TV 기술개발에 범국가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지난 20 여년간 가까스로 줄여온 방송 기술 격차가 또 다시 넓게 벌어지는 상황을 맞게 되고 이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든다. 아날로그 TV에서 HDTV로 전환하는 과정은 매끄럽지 못하였다. 지상파 방송사 당 수백억을 투자하여 HDTV로 전환하더라도 추가로 거둬들일 수익이 없는 구조로 인해 HDTV로의 전환은 매우 더디게 진행될 수 밖에 없었으며, 정부의 지원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UHDTV와 3D TV 도입 시에도 같은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것은 너무 우둔해 보인다. 매끄러운 상용화를 위해서는 투자가 수익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어떻게 해서는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가 HDTV 개발을 다소 늦게 시작하긴 하였으나, 후반부에서는 데이터 방송 분야에 많이 투자하였는데, 이로 인한 수익은 거의 발생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간과한 것인지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대체로 보아서 시청자의 심리적 선호도 분석을 너무 등한히 한 결과라고 추정된다. 지상파 DMB에서 얻은 교훈은 방송 장비 분야의 경쟁력 제고는 우리가 가장 앞선 방송 방식을 상용화할 때 가장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가 뒤진 특정 방송 장비 분야를 뒤따라가는 것은 최상으로 검증된 장비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방송 사업의 내재적인 거부감으로 인해 성공한 예가 거의 없으나, 우리가 선도하는 방송 서비스를 위한 방송 장비는 대체로 유일무이한 특성으로 인해 방송 실무에 실제로 활용되고 이를 통해 검증되는 순순환 루프를 타게 된다.

결론적으로 차세대 방송 기술 및 서비스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UHDTV와 3D TV 등 기술적으로 본질적인 분야에 대한 투자를 신속히 늘려야 하며, 과거에 다소 실패한 데이터 방송 분야와 방송 장비 분야는 여러 측면의 분석과 세밀한 전략을 수립한 후 이에 걸맞는 효율적인 투자가 필요하며, 기술개발 결과가 신속히 상용화되고, 상용화로 인한 수익이 다시 기술개발에 투자되는 순순환 구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보다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 설계가 꼭 필요하다.

서울시립대 김용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