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사건을 짚어보다

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사건을 짚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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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사건을 짚어보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

이임혜경


일명 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사건을 둘러싸고 범죄행위, 도덕성의 문제, 기강해이, 조직적인 유착관계의 표출, 권력형 부패 사건 등 다양한 시각이 있다. 하나하나 옳은 지적이다. 그리고 이 내용들이 다 포함되어 있는 총체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접대, 성매매 적발을 ‘재수없이 걸렸다’고 보는 경찰청장의 자세까지 덧붙여지면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완벽한 구성을 이룬다. 종합문제세트다.  


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사건은 3월 24일,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실의 행정관 2명, 방송통신위원회로 복귀한 전 행정관 1명이 케이블방송업체 관계자로부터 룸싸롱에서 술접대를 받고, 2차로 성매매를 하다 단속 경찰에 적발되며 시작됐다. 

사건 초기부터 적극적인 수사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과 청와대의 압력 의혹을 받았던 경찰수사는 4월 6일경 ‘앞으로의 업무에 도움을 받기 위해 접대를 한 것일 뿐 청와대, 방통위에 대한 조직적 로비로 볼 만한 정황이 없다’는 말장난 같은 결론과 함께 마무리됐다. 말문이 막힌다.

통신 업무를 담당한 행정관, 방송통신위원회 과장, 케이블업체 티브로드 팀장, 즉 직간접적으로 업무 관련성 있는 사람들을 만나 술접대를 주고 받고, 성매매를 알선하며 이 비용을 케이블방송업체 법인카드로 결재를 하였다. 심지어 접대가 이뤄진 시점은 문제의 케이블업체가 큐릭스를 인수하는 것에 대한 방통위 심사가 임박해 있었던 때라고 한다.   

경찰은 어떤 조직적 로비 정황을 기대했을까. 청와대, 방통위 사람을 만나 ‘로비’를 하라는 케이블업체 내 업무 지시 문건 내지는 내부 공문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경찰이 ‘조직적 로비’를 운운하려면 적어도 방통위, 케이블업체 티브로드 간부 소환 조사 정도는 해보는 의지와 의욕은 보이는 것이 기본은 아닐까싶다. 이런 지경에 뇌물수수 혐의는 인정하면서 로비는 아니라는 말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성매매를 전면 부인했던 자, 위증죄 추가는 잊지 마시라. 


청와대 행정관, 방통위 과장, 케이블업체 팀장 등의 성접대, 불법 성매매가 도덕성 해이, 기강의 문제라 불리는 것도 과히 흡족하지는 않다. 

‘도덕’이라는 단어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등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준칙이나 규범의 총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한번 따져보자. 한국사회의 사회적 여론, 관습 등에 비춰 보자면 ‘성매매’는 암묵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행동준칙과 같다. 적절한 사례가 바로 ‘재수없이 걸렸다’라고 사고하는 경찰청장과 이를 동조하고 침묵해준 언론이다. 또한 성접대, 성매매를 당연시 하며 경찰청장의 발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런 말을 한 자가 불법행위를 단속할 경찰청장이라는 직책이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이런 ‘도덕’성을 가진 사회에서 단지 ‘불법’이기 때문에 단속하는 행위는 한계가 있고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적어도 법 제정의 의미 정도는 알고 단속도 하고 수사도 해야 한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의 본질은 성매매가 왜 불법이냐는 것이다. 성매매특별법은 ‘불쌍하고 피해 받는’ 성매매 여성의 현실에 대한 고발이 아니다. 성을 구매하는 남성, 성을 판매하는 업주, 성매매를 산업화하는 사채업자 등 남성들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키고 이를 활용하여 이윤을 남기는 거대한 성적 서비스 산업, 남성들의 성욕은 참지 못하는 것이므로 충족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통념(성산업을 번창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대상화하는 시선과 사고를 지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속의 성착취구조와 인권침해, 일상화된 폭력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문화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성매매=불법=범죄=단속’이라는 도식화된 사고를 넘어 좀 더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한 이번 사건은 또다시 아무런 의미 없이 넘어갈 것이고 잊혀질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 주요 일간지 편집국장을 앉혀놓고 일상적 성매매를 하는 곳으로 잘 알려진 타이 마사지업소를 예를 들며, 외모를 운운하며 마사지걸을 고르는 노하우를 전수하였고 이를 ‘인생의 지혜’로 둔갑시킨 일이 있었다. 그 인물이 바로 지금의 대통령이다. 그리고 현재 청와대 행정관의 성매매 사건이 발생했다. 28일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진상을 파악했다고 밝힌 청와대는 언론 보도 전에 ‘금주령’을 내리기도 하고 하루 전인 27일에는 이 행정관들의 사표를 수리 했다. 봉합하기에 급급한 과정들이다.

법이나 국민의 질책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스스로,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는 접대문화, 성매매, 성착취의 구조에 대한 고민을 해 본 적이나 있는지 궁금하다. 적어도, 이런 관행들을 몸소 실천하며 남성적 유대감을 돈독히 하고 있지는 말아 주기를, 그런 접대를 바라거나 기대하지는 말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자신의 권력에 힘입어 접대받기를 바라는 자가 사라지면 제공자도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