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 파행 거듭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공동위원장 김우룡·강상현, 이하 미디어위원회)가 27일 국회에서 제2차 전체회의를 가졌으나 민주당 추천 위원인 강상현 공동위원장의 신문기고문을 두고 설전을 벌이며 파행을 거듭했다.
강 위원장은 지난 25일 <한겨레>에 기고한 ‘미디어국민위 훼방놓는 한나라’라는 글을 통해 “‘국민위’ 운영과 관련하여 비공개, 비조사,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는 여당 쪽의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성의도 없고, 예의도 없고, 정의롭지도 않다”며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헌법과 국회법에 ‘회의는 공개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대전제가 있는데도 비공개를 고집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실은 앞에 있는 티브이 카메라가 무섭거나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뒤에 있는 추천 정당이나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두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은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강 위원장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김영 전 부산MBC 사장은 “신문에 국민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발표했다”며 “강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앞으로 처신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이헌 공동대표는 “성의․예의도 없고, 정의롭지도 않다고 말을 한 분의 얼굴을 보며 회의를 진행하겠느냐”고 항의하며 퇴장했다.
회의 시작부터 이어진 30여분간의 논쟁과 이헌 공동대표의 퇴장으로 강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강 위원장은 “국회에서 일어나는 회의를 공개하는 것이 소임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전체위원들의 명예를 훼손코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기고문으로 인해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하며 회의를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 시작된 회의에서도 공방은 계속됐다. 한나라당 추천 위원이 ‘강 위원장의 자격’을 운운하자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국회 본회의에서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각 당이 회의를 마친 후 소회를 표명하기도 한다. 강 위원장의 경우 글을 통해서 소회를 말한 것뿐이다. 의견표명까지 제약을 하게 되면 검열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의견조율을 시도했다. 결국 이날 회의도 무의미한 공방만 거듭한 채 마무리됐다.
일각에서는 이 같이 파행만 거듭하고 있는 미디어위원회의 논의에 발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디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류성우 정책실장은 일각의 회의론에 대해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며 "정치권에서 보여주었던 파행에 대한 반작용으로 (미디어위원회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류 실장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씩 정리되어 가고 있는 부분이 있다. 지난 회의 때 많은 갈등이 있었던 회의공개의 부분이 이번 회의에서는 정리되었다”며 많은 쟁점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공개를 통해 류 실장은 국민여론 수렴의 길이 우선 확보됐다고 판단했다. 류실장은 "국민들이 미디어위원회 회의의 전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6월 입법과정에서 한나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여론이 제일 중요하다. 이런 여론을 과학적인 절차를 걸쳐 수렴해, 그 결과가 입법과정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