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밀실 심사 강행? ...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밀실 심사 강행?
방송통신실천행동 “미래부 M&A 관련 정보 공개 거부” “밀실 심사하겠다고 선언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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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 시장에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밀실‧졸속 심사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 보장을 위한 시민실천행동’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반드시 공개가 필요한 자료를 단 한 건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며 “이번 M&A 심사를 밀실에서 제 마음대로 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번째 공청회로 사실상 마지막 의견 수렴 절차를 마무리한 미래부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 심사에 본격 돌입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의견 수렴을 통해 이번 M&A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며 “각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결과가 3월 말에 나온다면 빠르면 4월 총선 전에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사업자의 합병 등과 관련해서는 공정위와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위의 심사 이후에 미래부의 판단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심사가 늦어지고 있어 미래부의 심사가 총선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문제는 미래부가 이번 M&A와 관련된 어떠한 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방송통신실천행동은 미래부에 SK텔레콤이 제출한 M&A 신청 계획서와 M&A 심사의 구체적인 항목 등의 공개를 요구했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방송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M&A를 시도할 때 그로 인한 소비자 편익과 공익성을 입증할 책임은 100% M&A 주체에 있는데 SK텔레콤은 관련 자료를 감추고, 미래부는 구체적인 정보 제공 없이 국민 의견 청취와 공청회를 마감했다”며 “공정한 심사를 위해 공개 청구한 자료들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실천행동에 따르면 미래부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 심사 자료에 관한 정보 공개 청구에 대해 사실상 모든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돌아온 공개 자료는 이미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명시된 심사 항목들을 옮겨 적은 종이 2장뿐이었고, 공개적으로 접수한 국민 의견 청취 결과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실천행동 관계자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에 가입해 모바일을 사용하고 방송을 시청하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바로 국민인데 미래부는 국민 의견이 몇 건이나 접수됐는지조차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국민 의견 청취와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는 절차적 구색을 맞추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사실 미래부가 이번 M&A를 밀실 심사로 마무리하려고 한다는 의혹은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한국언론인협회 주최로 열린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의 쟁점 및 향후 제도 개선 방향’ 세미나에 참석한 장경수 용인송담대 교수는 “미래부가 SK텔레콤이 제출한 사업 신청 계획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M&A 심사의 명확한 기준도 제시하지 않아 M&A 논의를 중구난방으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어 “적어도 어떠한 방향을 중점적으로 심사할 것인지, 심사 대책반을 꾸렸다면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이 돼 있는지 공개적으로 자료를 내놓고 심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미래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여론만 신경 쓰다 본질을 놓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도 “미래부에서 M&A 심사 대책반을 꾸리면서 여러 단체에 위원을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언론계에서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언론연대나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노조 등의 시민사회단체는 배제하고 진행했다”며 “M&A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위원들을 다 모아 놓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업에 우호적인 사람들만 모아 놓고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 어떻게 객관적인 심사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미래부의 정보 공개 요청 거부는) 투명한 자료 공개를 통해 M&A 심사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심도 있는 토론을 유도함으로써 M&A에 따른 폐해를 사전에 예방해야 하는 규제 기관으로서의 공적책무를 방기한 것”이라며 “미래부는 부실한 응답에 당장 사과하고 법에 명시된 대로 의견 수렴 결과를 공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방송통신실천행동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참여연대, 통신공공성시민포럼, 희망연대노동조합 등 14개 시민사회단체가 방송과 통신의 공공성‧지역성을 강화하고, 이용자 권리 및 시청자 주권을 확대하기 위해 결성한 연대단체로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 이해관 통신공공성포럼 대표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