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와 타협으로 포장된 누더기 법안 탄생은 절대 안돼

합의와 타협으로 포장된 누더기 법안 탄생은 절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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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와 타협으로 포장된 누더기 법안 탄생은 절대 안돼

방송, 신문법 등 언론/미디어 관련법 개정 논의를 진행하게 될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국민위원회’)가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의 자문기구(?)로 3월 13일 그 시작을 알렸다. 고흥길문방위원장은 국민위원회의 활동종료시점을 ‘위원회 구성에 관한 여야 간사합의’건이 통과한 지난 6일을 기점으로 해 100일이 되는 6월 15일로 못 박았다.

국민위원회 탄생 배경으로 거슬러올라가 보자.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하는 언론/미디어 관련 법안이 재벌방송, 조중동 방송을 탄생시키고 그로 인해 여론다양성 및 미디어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국민 70% 가량이 법 개정에 반대했다. 한나라당은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언론/미디어관련 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다 지난 연말 국회를 폭력이 난무하는 난장으로 만들었다.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친 한나라당은 쟁점법안에 대해 ‘야당과 처리시한을 두지 않고 합의처리 하겠다’고 서명하였다. 이후 한나라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관련 법안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나서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협박하고 국회본회의장 앞 농성까지 강행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이 ‘굴욕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타협해낸 것이 바로 이 국민위원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2일, 교섭단체 원내대표 합의안과 이에 따른 문방위 간사의 합의에 따라 여야 동수 20인으로 구성하여 언론/미디어관련 법안 논의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합의처리 서명이후 시민사회단체 학계 언론노조 등은 정치인을 배제한 각계 관련 인사들로 구성된 ‘언론과 미디어산업발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통한 논의를 공식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합의기구 아닌 논의기구 구성에서 이제는 자문기구로 위상이 급락, 위원회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시선에 부응하듯 국민위원회의 미래는 불투명하기 그지없다.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는 그저 자문기구(한나라당)일뿐이라는 입장과 논의기구로서 입법에 적극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고, 위원회를 이끌어갈 위원 선임관련해서도 말이 많다. 여야 각 10인씩 20인의 위원이 발표되면서 “11대9로 한나라당에 유리한 구성이다, 여야가 추천한 인사 면면을 볼 때 찬성과 반대의 대표적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논의 자체가 이뤄질지 모르겠다”는 우려 섞인 진단들도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100일이라는 그리 길지 않는 기간을 정해 놓고 달려야만 한다. 과연 가능할까? 제대로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 라는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간은 가고 있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탓일까. 인선된 위원들은 “정파를 떠나자” “특정정당에 추천을 받았다고 해서 따르지 않겠다” “정쟁수단이 되면 안된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지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사실 자신이 없다. 그러나 억지로라도 믿도록 최면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위원회는 한나라당의 표결처리를 위한 통과의례의 장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대다수가 반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시켜야 한다. 그동안 그 과정이 생략되어 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법안 자체가 미디어수용자의 이해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을 망각해서도 절대 안될 것이다. 우리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언론/미디어관련법은 단순히 경제논리로 포장되고 일자리창출이라는 미끼로 논의되어서는 안되는 사안이다. 커다란 영향만큼 사회적 합의도 중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현재 방송법 등은 부족하기는 하지만 ‘시청자권익보호 조항’ 등을 비롯,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던가.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합의와 타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하나주고 받기’즉 서로 나눠갖기식의 원칙이 무시된 누더기법안의 탄생이다. 그동안 많이 보아왔다. 민의대변의장이라는 국회에서 정치인들이 합의(??)라는 이름을 가장한 타협과 그로 인한 누더기법안의 탄생을.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국민위원회에 참여한 위원들, 여야를 가리지 말고 국민 앞에 책임감을 느끼고 앞으로의 일정을 보낸 다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논의기구인가 자문기구인가 논쟁으로 하기 보다는 그 공간을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명실상부한 여론수렴의 장으로 만들어내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국민위원회는 여당과 야당만의 협의공간이 아닌 언론/미디어수용자의 권익을 신장하고 보호하는 환경을 만드는 필요한 최우선 정책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언론/미디어수용자들은 기술의 발전하고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논리에 떠밀려 원하지도 않았던 디지털전환, 각종 뉴미디어 탄생으로 인해 주머니 부담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득이 적을 경우 방송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 허리가 휠 지경이다. 많아진 채널은 스스로 채울 내용이 없어 남의 것 재탕삼탕 틀어대고, 차마 민망해서 같이 보기 어려운 저질 프로그램들이 이 채널 저 채널에서 양산되고 있다. 일명 대기업 소유의 채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이익창출이 우선시되는 상업적 채널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국민을 위한다는 미디어정책들은 이렇게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더이상 국민, 언론/미디어수용자들의 미디어접근을 힘들게 해 외면하도록 하는 데 국민위원회가 힘을 보태지 않길 소망한다. 그리고 경제논리가 우선시 되는 미디어환경이 아닌 시청자/미디어수용자가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미디어환경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더불어 기대한다. 간절히.

노영란(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