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 재허가 심사 “공·민영 방송사 특성에 맞는 별개 심사 이뤄져야” ...

지상파방송 재허가 심사 “공·민영 방송사 특성에 맞는 별개 심사 이뤄져야”
심사 실효성, “사업자 버티기 없게 엄격해야” vs “사업자 길들이기로 악용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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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방통위의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 있어 공·민영 방송에 대한 구분 없이 동일한 심사가 이뤄지는 데에 근본적 모순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0월 20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11호에서 ‘지상파방송 재허가 심사의 실효화’ 세미나를 개최하고 현행 재허가 심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점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누가, 무엇을, 어떻게 심사하는가’라는 측면에서 재허가 심사를 살펴보며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다양한 개선 사항을 제시했다. 이 중 몇몇 사항은 많은 공감을 샀으며 활발한 토의가 펼쳐졌다.

우선, 방송사의 소유 구조와 경영 형태에 따른 특성이 평가에 반영되고 있지 못한 점이 지적됐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민영방송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엄격히 심사해야 하며 공영방송은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의 실적 및 계획을 심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심사 항목과 배점을 적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고낙준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동감 의사를 밝히며 “방송법에 의해 설립된 KBS의 경우 재허가를 하지 않으면 국회가 만든 법률을 행정기구가 폐지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민영 방송을 동일한 조건에서 평가할 수 없는 모순적 상황에 있는 것이다.

심사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이명박근혜 정권 10년을 거치면서 재허가 제도의 상당 부분이 후퇴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민방에서조차도 과거에 그나마 존재했던, 방송법에서 규정하는 방송의 책무와 의무, 공공성을 재점검하는 기회, 설립 목적에 맞게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할 기회를 사실상 상실했다”고 말했다.

재허가 심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심사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재허가를 거부하거나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유명무실한 통과의례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다. 김동원 정책국장 역시 “재허가 거부가 이뤄지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으니 OBS 사태처럼 재허가 조건만을 부여받으며 사업을 지속하고 버티기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고낙준 과장은 “OBS에 재허가 거부를 한다면 그 뒤에 누가 들어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플랫폼보다 콘텐츠가 중요해진 다매체 시대에 방송사의 위기와 맞물려 가지는 현실적 고충을 털어놓았다.

또한, 고 과장은 “사실 가장 걱정하는 것은 실직 문제”라고 밝혔다. “재허가 거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열심히 일해 온 종사자들”이라며 “이 딜레마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칼을 가지고 있지만 칼을 쉽게 쓸 수 없는 한계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이러한 고민에 공감하며 “재허가 심사에 있어 종사자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이제는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언급했다. 또, “재허가 심사를 단순히 엄격하게 해야만 한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허가를 엄격하게 할 경우, 행정 기관의 사업자 길들이기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방송사가 공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기 위한 심사가 자칫하면 정부에 비판적 언론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전혀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재허가 심사에 있어 시청자 의견이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활동가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러한 부분에 기대가 컸으나 지금으로서는 기존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평했다.

권 활동가는 정부 차원에서 홍보가 잘 이뤄지지 않고 참여 문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점을 보완해 ‘지상파 1번가’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1번가는 ‘무료 지상파 불만 신고 대행 서비스’를 표방하는 시청자 의견 수렴을 위한 플랫폼으로, 투표, 좋아요 등 클릭 몇 번만으로도 시청자 의견을 수집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고낙준 과장은 “법에 있는 절차를 수행하는 것이고 이를 따르다 보니 다소 접근성이 떨어졌던 것 같다”며 “지적받은 점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있으나 공론화와 논의 과정을 거쳐 제도화하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