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서광은 비추나 속단은 금물

지상파 UHD, 서광은 비추나 속단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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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KBS를 방문해 지상파 방송사의 UHD 추진계획과 KBS의 실험방송 결과를 비롯해 각 방송사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최 장관은 "지상파 UHD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와 공동으로 운영 중인 연구반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바람직한 정책 제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동시에 최 장관은 “단일주파수망(SFN) 테스트 등 지상파 UHD 기술 검증을 위한 실험방송에 대해서 700MHz 여유대역을 일정기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적극 지원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논란이 되던 미래부 산하 TTA의 지상파 UHD 표준정합 채택 불발에 대해서도 “지상파 UHD 표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전했다.

   
 

당장 지상파 UHD 정책에 있어 커다란 전기가 마련되었다는 평가다. 우선 지상파는 최 장관의 약속이 현실로 이뤄지면 SFN 방식의 지상파 UHD 실험방송을 실시할 기회를 잡는다. KBS의 경우 자체 UHD 콘텐츠를 제작하며 역량을 끌어 올리고 있으며 상암시대를 맞이해 제2의 개국을 준비중인 MBC도 개국방송을 UHD로 꾸미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SBS도 2014년에 집중된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UHD 방송으로 실험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 장관의 전향적인 발언은 지상파 UHD 추진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UHD 전략은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 있었다. 작년 8월 케이블을 중심으로 하는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정책이 속도를 내며 해당 기술의 주체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부와 방통위는 서로 엇박자를 내며 UHD 정책의 난맥상은 더욱 심해졌다.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이 미국 출장 후 “UHD 국내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비상식적인 언급을 통해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은적도 있었으며 작년 8월에는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한국방송협회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상파 UHD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한 일도 있었다.

여기에 작년 11월 1차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초안에 지상파 UHD 정책이 누락된 부분이 문제가 되어 한바탕 논쟁이 이어졌으며, 2차 종합계획에는 UHD 정책에 있어 미래부와 방통위 모두 일정 정도 거리를 두는 스탠스를 취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 지상파 UHD와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700MHz 대역 주파수 공동 연구반이 파행을 겪으며 동력을 상실한 사태도 발생했다.

그러나 화룡정점은 미래부가 작년 12월 발표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과 전파진흥기본계획, 그리고 TTA의 지상파 UHD 표준정합 모델 거부였다. 한 마디로 지상파 UHD에 비수를 꽂는 미래부의 정책은 동시 다발적인 양상을 보였다. 물론 전체 UHD 정책을 추진하는 UHD 정책 협의체도 변수로 꼽힌다.

정리하자면, UHD 주체를 둘러싼 논쟁에 있어 미래부는 재원의 성격을 가지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는 한편, 지상파 UHD를 적극적으로 외면했으며 방통위는 유보적인 입장만 내보이며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최근 양휘부 한국케이블TV협회 회장이 신년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지상파는 UHD가 필요없다”고 단언하게 만든 원동력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상파는 국민행복 700플랜을 발표하는 한편, 2015년 지상파 UHD 본방송을 천명하는 등 여러차례 승부수를 던진 바 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지금까지 700MHz 대역 주파수의 통신 활용 및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정책을 추진하던 미래부의 수장이 지상파 방송사를 방문해 700MHz 대역 주파수의 방송 할당을 고려한다고 밝히며 지상파 UHD 가능성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최 장관의 ‘약속’은 논란이 되던 700MHz 대역 주파수의 방송-통신 할당전에 있어, 지금까지 수세에 몰리던 방송이 통신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공공의 미디어 플랫폼이 고사 직전에 몰린 상황에서, 미래부가 지상파 UHD 실험방송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주파수의 공공재적 활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단초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장관의 발언이 지상파 UHD 정책에 있어 기념비적인 상징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아직 700MHz 대역 주파수의 방송 활용과 더불어 지상파 UHD 정책이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우선 실험방송의 한계다. 최 장관은 지상파 UHD에 대한 대승적인 협력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의 할당은 방통위와의 협의를 통해 국무총리실 산하 주파수관리위원회에서 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100% 전향적인 태도로 보기에는 어렵다. 이는 역으로 생각하면 ‘지상파에 UHD 실험방송 정도는 허락하지만, 그 이상의 협조는 유보한다’라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작년 8월 최 장관이 한국방송협회 간담회에서 지상파 UHD를 부정한 대목과 더불어 700MHz 대역 주파수의 통신 할당을 전제로 하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과 전파진흥기본계획이 여전히 추진중인 상황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미래부의 논의 대상인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3월에 바뀐다는 것도 문제다. 상임위원 교체라는 어수선한 상황을 맞은 방통위가 지상파 UHD에 대해 구체적인 안건을 제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어차피 미래부가 주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실험방송을 허락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또 결정적으로, 미래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최문기 장관은 지상파 UHD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통위와 공동으로 운영 중인 연구반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바람직한 정책 제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고 언급하면서 ‘700MHz 대역 용도는 현재 방송 분야 외에도 공공 및 통신 분야에서도 주파수 수요를 제기하고 있어,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동으로 구성한 연구반을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인 검토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실험방송 이상의 지상파 UHD는 명기되지 않았다.

최 장관이 기계적인 형평성을 연출하기 위해 KBS를 방문했으며, 현장에서 ‘립 서비스’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작년 연말 지상파 UHD에 유보적인 이경재 위원장이 KBS를 다녀간 사례가 있기 때문에, 최 장관도 자신의 행보를 비슷하게 연출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현재 가동중인 UHD 정책 협의체에서 유료방송 중심의 UHD 로드맵이 상당부분 완성되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유료방송 분과는 콘텐츠 분과와 더불어 논의를 마무리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현재 유료방송 분과 중 케이블 UHD 정책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케이블은 오는 4월 케이블쇼에서 UHD 상용화를 발표하고 CJ헬로비전과 씨앤앰이 먼저 소프트웨어 셋톱을 활용한 UHD 본방송을 시작하는 한편, 하드웨어 셋톱의 상용화도 하반기로 정한 상태다. 위성방송은 2015년 상반기 UHD 본방송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IPTV는 기존 30p가 아닌 60p 기반의 UHD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그러나 지상파 분과는 제대로된 보고서는 커녕, 가시적인 성과가 전무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 장관이 KBS를 방문해 지상파 UHD 실험방송 가능성을 타진한 것에 큰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한다고 분석한다. UHD 정책 협의체를 통해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정책이 공식적인 발표 시기를 저울질 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유료방송이 UHD 표준모델을 확정한 상황에서, 미래부가 지상파 UHD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실제적인 상황과 별개로 부담이기 때문이다. 같은날 미래부와 방통위가 UHD 정책 협의체(연구반)에 참여하고 있는 방송사, 제조사, 제작사를 모아 100억 원 규모의 UHD 콘텐츠 제작지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한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미래부 인사들이 KBS를 방문한 자리에서 UHD 콘텐츠 제작에 대해 유료방송의 경우 독립제작사에 의존하고 있으나 수급이 불분명하기에, 지상파가 콘텐츠 제작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발언한 부분이 있다. 특기할 만 하다. 여기에최 장관은 “UHD 표준제정 지정은 어렵지 않을 것이며, 본방송은 최소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보다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본방송 시기를 언급한 것은 그 만큼 의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지상파 UHD와 700MHz 할당은 방통위와의 협력을 전제로 했지만, 의외로 이러한 발언이 방통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한 수사적 표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최 장관과 배석한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프랑스의 지상파 UHD 사례를 언급하며 국내 지상파 UHD 가능성을 충분히 타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우선 확실한 점은, 700MHz 대역은 지상파에 실험방송용으로 일시 배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지상파 UHD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는 점이다. 다만 미래부 차원의 전향적인 태도가 100% 진정성을 얻지 못하는 지적은 불안요소다. 실험방송에서 본격적인 지상파 UHD 정책이 윤곽을 드러낼지, 아니면 지상파 MMS의 지지부진한 역사를 답습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