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미래창조과학부’, ‘미래’가 흔들린다

위기의 ‘미래창조과학부’, ‘미래’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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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의 미래가 심상치 않다.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가 공들여 추진한 핵심적인 정부 조직 개편안이 사회적 공감을 얻는데 실패하면서, 신설되는 미과부의 기능이 상당부분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2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ICT진흥과 컨트롤타워 구축을 위한 바람직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미과부는 껍데기만 ICT 전담조직”이라고 혹평하며 조직 이기주의에 편승한 일부 정부 부처가 미과부에 해당 기능을 이관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비판했다.

 

   
 

ICT 기능 이관만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정훈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도 “지식경제부에서 R&D 기능을 뺀 소프트웨어 산업만 미과부로 넘어오고, 게임 산업의 경우 문화부에 그대로 존치됐다”며 “(차기 정부는 미과부의) 기본 정신을 살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물론 이러한 논란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이다.

동시에 여권에서도 흔들리는 미과부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성명을 통해 “그동안 ICT 업계가 원했던 것은 ICT 관련 정책이 한 부처에서 일관되고 효율적으로 처리되면서 산업 생태계를 복원시킬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정작 국회로 넘어온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본질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방송정책의 미과부 이관과 별개로 현재의 조직 개편안이 ICT와 관련된 미과부의 정책적 기능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장 뜨거운 화두로 부상한 방송정책의 미과부 관장도 논란거리다. 당장 민주통합당과 시민사회단체는 “방송정책을 미과부로 이관하는 것은 옛 공보처의 부활이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이러한 주장은 조금씩 외연을 넓혀가며 사회 전반에 거쳐 호응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진화에 나섰다. 박 당선인은 2월 13일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들과의 비공식 오찬에서 “미과부의 기능 중 정보 및 통신기술을 떼어내면 핵심이 다 빠지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방송정책에 대해서도 “(야권에서는 신설되는 미과부로 인해)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훼손된다고 걱정하지만 지상파와 종편, 보도채널에 대한 규제는 모두 방송통신위원회에 그대로 남겨뒀기 때문에 미과부에서 규제할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즉, 미과부를 흔드는 두 개의 축인 방송정책 관장 문제와 껍데기뿐인 ICT 진흥 논란을 두고 선제적 방어에 나선 것이다. 박 당선인의 발언 요지는 “방송정책에는 야권에서 우려하는 공공성 훼손이 없을 것”과 “ICT 진흥을 위해 조직 이기주의를 탈피한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박 당선인의 ‘논란 진화’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미과부의 미래는 현재진행형이다. 12일 국회 문방위 회의 파행과 13일 공청회에서 나온 양측의 치열한 논쟁에 더불어 14일로 예정된 여야 정부 조직 개편 법안 합의도 늦어질 것이 거의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미과부의 미래를 두고 차기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전제 아래, “방송정책 및 ICT 전담부처 무산에 따른 미과부의 해당 기능 관장 미흡의 이유로 미과부 자체가 정식으로 출범하기 전에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2월 25일 출범을 앞두고 (인선 자체에 난항을 겪고 있긴 하지만) 차기 정부 인수위가 미과부 장관 선임을 계기로 해당 조직에 대한 반전의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혀 다른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