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庚子年) 흰쥐의 해를 맞으며

[신년사] 경자년(庚子年) 흰쥐의 해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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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이상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존경하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원 여러분,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경자년(庚子年)으로 흰쥐의 해라고 합니다. 흰쥐는 쥐 중에서도 가장 우두머리이자 지혜로워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데다가 생존을 위한 적응력까지 뛰어나 예로부터 쥐의 해는 풍요와 희망, 기회의 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쥐의 뛰어난 민첩함, 영리함과 같은 기운이 회원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2019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多事多難)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한상혁 위원장 체제로 출범하면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또한, 종합편성채널의 ‘의무송출’ 특혜를 폐지하면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에 한 발 더 다가섰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는 광고 수입 감소로 경영 위기를 선언하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으나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도전으로 그 위기를 극복하고자 SK텔레콤과 ‘아시아판 넷플릭스’인 웨이브를 출범시켰습니다. 각 방송사는 주 52시간 근무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제작 업무를 새롭게 정의하고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여의치 않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말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하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인수합병을 조건부로 인가하면서 미디어 시장의 재편을 예고했습니다. 이동통신사와 케이블, 지상파의 결합이 늘어나면서 2020년 미디어 시장은 또 한 번 격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지상파 방송사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세계 최초로 시작된 지상파 UHD 방송과 콘텐츠 경쟁력입니다.

지상파 UHD 방송은 초고화질과 다양한 부가서비스로 새로운 방송시대를 열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 지상파 방송 광고 시장의 침체와 방송사 경영악화 등으로 방송사 자력으로 UHD 방송 제작과 운영을 이어가기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HD 방송대비 몇 배로 늘어난 제작비와 운용 인력 부족 등에도 지상파 방송사는 정해진 의무편성비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UHD 방송 정책의 재검토 필요성을 정부 및 유관기관에 주장해 왔습니다. 더욱이 관련 규제의 완화와 중간광고 등 지상파 방송사의 숨통을 틔우는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에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지상파 UHD 방송 활성화를 위해 방송사, 가전사,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운영하고 새로운 ‘지상파 UHD 방송 정책방안’을 지난 7월 수립하기로 했고, 그전까지 임시로 적용될 기준으로 경과 조치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이로써 현 상황에 맞는 의무편성비율 경감과 함께 시⋅군 지역 지상파 UHD 방송 전환에 여유가 조금이나마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변화를 환영하는 동시에 지상파 방송사는 이런 기회를 살려 더욱 내실 있는 UHD 방송 제작 환경을 구축하고,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2019년은 하락세를 걷던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들이 경쟁력을 빛낸 해였습니다. KBS의 ‘동백꽃 필 무렵’은 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종편과 케이블에 밀리던 지상파의 콘텐츠 경쟁력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SBS의 ‘열혈사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MBC도 신선한 시도로 한 해를 보냈습니다.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에서도 지상파의 콘텐츠는 꽃을 피웠습니다. 2019년의 아이콘이 된 MBC ‘유산슬’, EBS ‘펭수’가 대표적입니다. 한동안 종편과 케이블에 밀렸던 지상파 방송사는 새로움을 추구하며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 제작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를 이끄는 바탕에는 기술이 있습니다.

UHD를 넘어선 제작을 위한 IP 플랫폼과 네트워크 환경 구축으로 첨단 방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AR/VR과 같은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고, 스트리밍,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변화의 중심에서 이를 이용할 수도 있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인공지능에 지속해서 관심과 관련 도입, 그리고 인력 양성을 통해 콘텐츠 제작과 관리의 효율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원 여러분, 지난 2019년 다사다난했던 모든 순간이 의미 있는 순간이었길 바랍니다. 그러한 시간과 노력, 염원하는 마음이 변화하는 방송 환경에 대처하는 한 걸음이 되도록 우리 방송기술인의 끊임없는 도전과 쟁취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2020년 새해에는 여러분들이 변화의 주역이 되시기를 바라며 모두의 가정에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