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정부개편에서 살아남나

방통위, 정부개편에서 살아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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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면 정부조직은 자연스럽게 개편의 수순을 밟게 된다. 소속 공무원들에게는 뼈아픈 일이자 기회의 순간이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정부가 조직개편을 통해 자신들의 국정 철학을 투영시키고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수단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정부부처 조직개편은 사실상 ‘차기 세력의 몸풀기’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방송통신위원회의 운명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송과 통신을 묶어 ICT와 관련된 정부 정책 로드맵의 최고의결기구 역할을 담당했던 방통위. 그러나 정부의 언론장악 첨병으로 활약하며 각종 관련 사업의 진흥보다는 규제에 더 집중했다는 이유로 방통위는 차기 정부개편 0순위로 지목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동시에 방통위는 ICT 진흥을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의 탄생과 통신회사들이 중심이 된 ICT 대연합의 외곽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18대 박근혜 정부의 방통위’는 어떻게 변화할까? 현재로서는 지극히 정치적인 이유로 ‘존속 가능’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선거기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ICT 전담부처 설립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내세우는 ICT 전담부처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ICT 대연합이 주장하는 전담부처와는 미묘한 온도차이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ICT 전담부처에 대해 가장 확실한 공약을 세웠던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와 박 당선인의 주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결론적으로, 박 당선인은 ICT 전담부서보다는 공약으로 내세웠던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에 방점을 찍은 정책적 정부개편을 실시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동시에 정치권에서는 인수위원회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전제로 박 당선인 측이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정책 기능과 미래기획위원회의 미래전략과 관련된 인문학적 기능, 여기에 거대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국가전략 기능 일부를 통합시켜 새로운 신설부처를 탄생시킬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가칭 ‘미래창조과학부’에 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권한을 보장하는 한편 국가 R&D 사업을 통한 예산적 기능까지 몰아준다는 복안이다. 사실상 ‘과학기술의 콘트롤 타워’가 되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방통위의 운명도 갈리게 된다. 만약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부가 주도하는 과학정책의 총 책임자를 자임하며 ICT 콘트롤 타워의 역할을 포함할 경우 방통위의 존속은 어려워진다. 그러나 인수위에 참여할 것이 유력한 한 인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식경제부와 방통위의 ICT 진흥 기능 등을 가져와 전담 대부처를 구성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해도 결국은 방통위 존속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만약 미래창조과학부의 전담 대부처가 마련되지 않고 독립된 전담부처가 신설된다고 해도 방통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극히 정치적인 이유로 방통위의 존속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방통위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된다고 해도 ‘규제적 합의위원회’의 성격으로 그 명맥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다. 특별법에 의해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되는 조직인데다 방통위 해체를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언론장악을 통해 재미를 본 정치권, 특히 국회가 방송 관련 차관급 상임위원 자리가 2개나 있는 방통위를 쉽게 없애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변수는 존재한다. 만약 방통위의 존속을 결정짓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이 무산되거나 병행되고, 동시에 관련 업계에서 주장하는 가칭 ‘정보통신미디어부’가 예상외로 강력한 부처로 등장할 경우 방통위 존속 문제는 또 한 번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닥치더라도 방통위는 규제 위원회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한편, 산업 정책 추진 중심의 전담부처를 신설하고 별도로 현행 방통위를 유지해 방송산업의 진흥을 뒷받침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미래창조과학부가 탄생하든, 정보통신미디어부가 탄생하든 방통위는 규제위원회의 성격으로 존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ICT를 제외한 인문학적 미디어 정치의 성격이 개입할 경우 방통위의 존속 범위는 크게 요동을 칠 전망이다. 동시에 방송산업의 위상을 격하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구조적인 요인들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와 거대 공룡 부처 설립을 둘러싼 ‘업무 난맥상’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CT 발전에 대한 차기 정부의 인수위원회 조직에 커다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현재 인수위부터 ICT 정책을 이어갈 인물로는 윤창번 국민행복추진위 방송통신추진단장과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 강은희·전하진 의원과 KT 상무 출신인 권은희 의원, 벤처협회장 출신인 장흥순 벤처 특보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또 최문기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과 손연기 전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