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IPTV 진출 ‘초읽기’…미디어 시장 급변하나?

넷플릭스 IPTV 진출 ‘초읽기’…미디어 시장 급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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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국내 미디어 생태계 존립 흔들릴 것”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국내 진출 후 ‘찻잔 속 태풍’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넷플릭스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579억 원을 투자한 영화 <옥자>에 이어 올해 초에는 유재석 씨를 간판으로 내세운 첫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를 공개했고, 하반기에는 1회당 20억 원을 쏟아 부은 대작 드라마 <킹덤>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LG유플러스와의 제휴에도 속도가 붙고 있는 만큼 인터넷TV(IPTV)로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볼 수 있다면 현재 약 30만 명으로 추산되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급속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ver-the-top, 이하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7일 국내에 진출했지만 콘텐츠 부족으로 초기 성적표가 썩 좋지 않았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하 KISDI)이 발표한 ‘2016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보고서에서는 “OTT 서비스는 아직까지 기존 방송의 대체재라기보다는 보완재 형태로 이용되고 있다”며 “OTT 서비스 이용자의 53.8%가 다른 방송이나 통신 상품과 결합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답한 것을 보면 이는 OTT 서비스가 방송이나 통신 고객들의 이탈을 막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다만 “설문조사 결과 유료 사용자 46.2%가 OTT 서비스의 유료방송 대체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점을 고려하고, 1인 가구 확산 등 환경 변화에 따른 이용행태 변화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는 방송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움직임을 위협적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6월 15일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안준식 MBC 편성국 콘텐츠전략부장은 “국내 시장의 가입자 수는 아직 위협적인 수준이 아니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한국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넷플릭스의 움직임은 위협적”이라며 화려한 출연진과 엄청난 제작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 <미스터 션샤인>을 언급했다. 안 부장은 “<미스터 션샤인>은 편당 18억 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돈이 어디서 왔느냐? 넷플릭스가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이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 하청업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한류’에 대한 인기를 바탕으로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시장을 발판으로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 보면 시청자 입장에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중소 콘텐츠 제작 업체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자본이 들어왔을 때처럼 우수한 제작 인력을 뺏길 수 있고, 콘텐츠 시장 자체가 외국 자본에 잠식돼 결국에는 콘텐츠 다양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LG유플러스의 제휴가 성사되면 미디어 시장의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분석도 많다. 현재 LG유플러스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들은 넷플릭스 콘텐츠 3개를 월간 ‘맛보기’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 간 제휴 협상은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와 LG유플러스의 제휴가 이뤄지면 이후 SK브로드밴드나 KT로 확대될 수도 있다. 최근 유영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넷플릭스를 포함해 푹이나 티빙 등 다른 사업자와 제휴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는 성명을 통해 “일부 유료방송 사업자가 넷플릭스와 제휴하기 위해 파격적 수익 배분율을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유리한 거래 조건으로 국내에 진출하면 국내 미디어 산업 생태계의 존립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앞서 국내 진출을 선언한 뒤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들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독자적으로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통 수익 배분은 5:5나 6:4 정도로 이뤄지는데 넷플릭스는 8:2 또는 9:1 정도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LG유플러스가 수익의 80~90%를 넷플릭스에 주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넷플릭스 같은 거대 해외 자본이 국내 사업자보다 더 유리한 거래 조건까지 얻어가며 진출한다면 PP 사업자들은 콘텐츠 제작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플랫폼 사업자도 넷플릭스가 독점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때문에 가입자를 빼앗기고 시장 주도권도 내 줄 공산이 커 결국 국내 미디어 산업 생태계의 존립이 흔들리게 되고, 국부 유출까지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 대표들 역시 이 같은 부분을 우려해 6월 22일 열린 방통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넷플릭스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요구했다. 방통위는 국내 사업자에 대한 규제 과정에서 넷플릭스와의 역차별이 없는지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