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관점에서 본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

[기고] 시청자 관점에서 본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EBS에만 허용된 지상파 다채널, 현재 추가 허용 계획 없어"

시청자 관점에서 본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EBS에만 허용된 지상파 다채널, 현재 추가 허용 계획 없어”
지상파 다채널 방송 도입 등 무료 보편적 서비스, 공공 서비스 강화로 무료 방송 플랫폼 복원 정책 절실

 

시청자 관점에서 본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MS Multi-Mode-Service)?
무료 보편적 서비스, 공공 서비스 강화를 위한 플랫폼 복원?

위와 관련된 정책을 이야기하면 ‘아직도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며 변화된 미디어 환경을 모르고 하는 주장이라 일축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상파는 위기라는 말을 달고 다니고, 케이블도 못 살겠다 소리치는 시장에, 다수 시청자의 반대에도 자신 있다며 서로 들어오겠다 난리 치던 종편 4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 아우성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중간 광고를 제외한 간접 광고, 가상 광고, 협찬 등 광고 규제를 풀어 프로그램 속으로 광고가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넓혀 주는 것으로 이들의 목소리에 화답해 시청자들은 드라마 대사인지 광고인지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이처럼 현실은 방송은 사회적 공기이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제대로 전달하고 감시해야 하는 저널리즘 기능을 약화시키고 ‘재밌으면 그만’이라며 메시지보다는 재미에 치중하는 오락 기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방송의 공적 책무, 공영성, 공공 서비스는 이익 추구를 우선시하는 가치에 뒤로 밀려나고 있다. 산업이라는 단어가 방송 뒤에 붙게 되면서 방송사의 이러한 행태는 산업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당연시되고, 막장에 비유되는 설정과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표현을 남발하면서도 다수가 좋아하니 불편한 사람이 보지 말라고 강요하고 있다. 시청률 전쟁, 광고 전쟁이라며 경쟁은 상생보다는 죽고 죽이는 전쟁이 돼 버렸다 하고, 방송의 공적 책무를 구시대 유물 취급하는가 하면, 방송사의 이익 추구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방송사가 대다수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미디어 환경에서 오히려 시청자 입장에서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 공공 서비스’ 강화는 여전히 놓을 수 없는, 현재 진행형 어젠다일 수밖에 없다.

다채널 도입된지 20여 년, 디지털 전환으로 지상파도 다채널 가능하지만 지상파방송은 여전히 채널은 5~6개에 머물러. 올해 EBS 채널 하나 추가한 수준

다매체 다채널이 도입된지 어언 20여 년. 무료 방송인 지상파방송만 있어 텔레비전을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시청하던 시대에서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IP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텔레비전을 보고 있고 채널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휴대전화, 태블릿 등 다양한 전자 기기로 TV 수신이 가능해지면서 시청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사회 공공재인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국민)’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격차 없이 TV를 시청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정부는 지상파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난시청 해소는 물론이고 고화질, 쌍방향, 다채널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시청자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2012년 12월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실제는 디지털 전환이라기보다는 아날로그 종료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됐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애초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도 무료로 18~20여 개 채널을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상업 방송에 의존하지 않고 무료 지상파 채널로만 오락을 포함한 정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 전제였다. 이를 통해 유료방송 가입자가 90%가 넘는 불균형적인 방송 환경을 개선해 무료방송 VS 유료방송이 각각의 특성을 살려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초석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지상파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지 4년째에 들어섰지만 시청자가 무료로 볼 수 있는 채널은 여전히 전환 이전과 같은 5~6개밖에 되지 않는다. 유료방송의 채널이 수십 개로 늘었지만 시청자가 원하던 콘텐츠 다양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TV 콘텐츠 시청을 위한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무료방송의 채널 증가, 다채널 서비스는 시청자 복지, 주권 실현의 일환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내야 할 주체인 방통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송사업자들 눈치만 보다 최근 ‘사업자의 의견을 반영’해 시범 서비스 중이던 EBS의 본방송을 허용하고, EBS를 제외한 다른 방송의 다채널 서비스 도입은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 EBS만 허용해 시범 서비스 중이던 MMS 올해 본 방송 추진키로
다른 지상파방송의 MMS 허용 여부는 검토하지 않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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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단체를 비롯한 여러 시청자단체, 시청자들은 지속적으로 ‘시청자가 원하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도입과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관련 부서에 제안해 왔으나 여전히 사업자 의견 반영이 우선이다. 물론 정부도 초기에는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 확대를 통해 시청자 채널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있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청자가 아닌 이해관계에 놓인 사업자들의 눈치만 보다 다채널 MMS 정책은 후퇴를 거듭해 오고 있다.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2013년 12월, 방통위‧미래부‧문체부 합동)
“시청자 복지 증진 및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무료로 서비스되는 지상파 다채널 방송(MMS) 도입 방안 마련”

2014년 업무 보고(2014년 2월)
“시청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지상파 다채널 방송 정책 방안 마련”

방송통신위원회 제3기 비전 및 정책과제(2014년 8월)
“시청자 복지 증진, 외국어 등 교육, 공익적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무료방송(EBS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

방통위, EBS만으로 다채널 방송 시범 서비스 도입 계획 보고(2014년 12월)

EBS, MMS 시범 서비스 개시(2015년 2월 11일)

방통위, EBS MMS 본 방송 도입 결정. 법 개정 추진하기로(2016년 1월 28일)


 

이에 방송환경에 미칠 영향이 적을 것으로 예측되는 EBS에 우선적으로 허용, 2015년 2월 11일 시범서비스가 시작됐다. 다채널이라면서 겨우 채널 하나 늘린 것이다. 그마저도 시범 서비스 종료 시기, 본방송 시작 시기, 채널 운용(광고, 편성) 등 MMS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제대로 된 정책 계획조차 갖추지 않은 채 급작스럽게 시작된 시범 서비스는 지난 1월 본방송 허용을 결정하기까지 1년여 동안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한 다채널 방송을 바라보는 입장이 달라, 시청자와 사업자 사이 마찰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방통위, EBS 이외에 다른 지상파방송에 대한 MMS 허용 여부는 현 단계에서는 검토하지 않기로 해…사실상 MMS 추진 의지 없어

시청자단체들은 아날로그 방송 시절 난시청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무료 지상파방송을 보기 위해 돈을 내고 유료방송에 가입한 시청자가 많았는데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누구나 언제든지 어디서나 무료방송 시청을 원할 경우 난시청이 해소된 수신 환경을 만들어 직접 수신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콘텐츠 확보로 많은 시청자가 찾는 무료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원했다. 그러나 EBS는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 시청자의 볼 권리를 주장하며 2TV를 의무 재전송 채널로 지정해 유료방송에서도 접근이 쉬운 번호대에 편성되길 원해 애초 다채널 서비스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시청자와 EBS, 유료방송과 EBS 사이에 마찰이 생기자 방통위는 부랴부랴 중재에 나서 케이블방송 IPTV 등에 EBS 2TV 재전송을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직접 수신의 경우, 안테나 설치하거나 공시청망에 TV 단자를 연결해야 했으나 유료방송과의 재전송 계약 체결로 안테나 없이 편리하게 2TV를 볼 수 있다고 홍보해 직접수신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리라 기대했던 다채널 방송이 오히려 지상파를 직접 보는 것은 불편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이처럼 방통위와 EBS가 MMS를 직접수신율 제고에 둘 것인지 아니면 늘어난 지상파 채널을 유·무료방송 가리지 않고 많은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우선 목표인지 정리돼 있지 않아 초래한 상황이다. 방향을 명확히 하지 못한 채 시작한 정책이 어떻게 표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초·중학 학습, 영어교육 콘텐츠 중심으로 편성해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보완, 교육 격차 해소를 목표로 매일 19시간 방송해 온 EBS 2TV는 지난 1년 동안 본방송 실시 등 다채널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 일정 등 종합 계획이 제시되지 않아 방송운영 계획을 잡는데 혼란을 겪는 듯 보였다. 우선 EBS만 허용하지만 다른 채널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던 방통위의 말은 적극적 정책 추진 의지 없는 립서비스였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시범 서비스만 하다 마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늦었지만 지난 1월 28일 방통위는 “사교육 절감 효과(1,750억 원 미디어미래연구소 15.11), 기술 안정성이 검증(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15.11)돼 채널 법적 지위, 채널 운용 등 관련 정책 방안을 마련해 시범 서비스 중인 EBS 2TV의 본방송 도입을 위해 방송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EBS 이외에 다른 지상파방송에 대한 MMS 허용 여부는 현 단계에서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MMS의 도입은 전 국민에게 제공되는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 확대 정책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다채널 방송 도입은 전 국민에게 제공되는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 확대를 위한 정책으로서 EBS 2TV 본방송이 개시된다면 사교육비 절감 효과 등 국민 복지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방통위원장이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다채널 방송의 도입은 전 국민에게 제공되는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의 확대 정책’임에도 방통위는 상대적으로 시청층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전문 채널인 EBS는 허용하고 더 많은 시청자가 시청하는 공영방송인 KBS 등 다른 지상파방송은 왜 허용하지 않는지, 현 단계에서는 검토하지 않지만 도입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 정책 로드맵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과도하게 상업화돼 가는 방송 환경에서 무료로 시청이 가능한 공공 서비스 플랫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저조한 지상파 직수율 퍼센트만을 주장하며 동일 경쟁을 요구할 경우 무료방송 플랫폼은 무료방송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경쟁과 개방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방송 콘텐츠의 발전을 위해 공적 책무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공공 서비스, 무료와 유료가 구분되는 플랫폼 서비스, 콘텐츠 차별화로 경쟁하는 다채널 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상파 MMS 지지부진의 1차 책임은 방통위에 있어”
이제라도 적극적 추진 의지 보여줘 무료방송과 유료방송 경계 명확히 해 디지털 정보 격차 줄이는 계기 마련되길

지상파 디지털 전환과 함께 도입됐어야 할 서비스가 몇 년이 지나 지금, 그것도 EBS에만 허용됐기 때문에 지지부진해질 우려가 크다. 1차 책임은 오랫동안 사업자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낸 방통위에 있다. 직수율을 높일 수 있는 공동주택 MATV(공시청 시설) 의무 법제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에 몇 년째 그대로 방치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인 지상파방송에 대한 직접 수신 환경 개선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유료방송이 공시청망을 훼손하거나 전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하고, 공동주택의 경우 이미 설치하도록 의무화돼 있는 공시청망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아예 지상파방송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의무화해 유료방송은 지상파 채널을 제외한 순수 유료방송 채널로 상품을 만드는 것도 적극 고민해보자.

거대 통신사인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나서 승인 작업이 진행 중이고 유명한 방송 작가들이 지상파가 아닌 CJ E&M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야단을 떨고, <시그널>, <미생>, <송곳>, <치즈인더트랩> 등을 언급하며 이제 드라마도 케이블이라는 기사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방송 VOD 가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제는 채널별로 따로 구매해야 할 지경이다. 이만큼 방송 환경이 변했다. 상업성의 급격한 확대, 산업 활성화 정책에 시청자의 권익, 복지는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고품질 콘텐츠가 줄고,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하는 저널리즘이 위축되고, 실종되고 있다. 경쟁 앞에 지역성이 약화되고 있다. 계층 간, 지역 간, 정보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 시장주의는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무한 경쟁이 모든 문제를 저절로 해소해주지는 않는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규모가 다른 통신을 기반으로 한 방송과 지상파 플랫폼이 동일 경쟁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방송 시장 개방이 본격화되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무료방송 플랫폼이 굳건하게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방송사들의 끊임없는 수신 환경 개선과 대국민 홍보가 이뤄지도록 관리·감독하고 무료 보편적 방송, 공공 서비스 방송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형평성 있는 정책과 법 보완이 필요하다. 결코 지상파가 잘해서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아니다. 위기를 입에 달고 사는 지상파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방송의 제자리 찾기, 시청자의 권리 찾기가 절실한 시점이다. 시청자 권익 증진과 복지 실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