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상품 ‘공짜 마케팅’ 진짜 없어지나?

결합상품 ‘공짜 마케팅’ 진짜 없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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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정부가 방송통신 결합상품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방송 서비스를 인터넷 또는 통신 가입자 유치를 위한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끼워 팔기관행이 계속되는 한 결합상품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은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86과도한 위약금 금지 표준약정기간 도입 특정 상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공짜 마케팅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방송통신 결합상품 제도 개선안을 확정발표했다.

결합상품은 통신과 집 전화, 초고속 인터넷, IPTV, 인터넷 전화 등 여러 가지 상품을 묶어서 각각의 서비스를 따로 가입할 때보다 싸게 판매하는 상품으로 가입자 유치 효과가 높아 통신 사업자는 물론이고 케이블 사업자들까지 결합상품으로 가입자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최근 결합상품의 가입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단품에 비해 위약금 산정이나 약정 기간, 해지 절차 등이 복잡해 이용자 불만과 피해가 많아지고, 특정 상품을 공짜로 제공한다고 허위과장 광고하는 등 사업자 간 불공정 행위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제도 개선을 추진하게 됐다연 전문가로 구성된 결합상품 제도 개선 TF 운영을 통해 수렴된 의견과 소비자단체의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한국소비자원의 결합상품 관련 불만 상담 사례 등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우선 그동안 소비자 불만이 폭주했던 약정 기간 내 결합상품 계약 해지 시 과도한 위약금 지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약금 산정 방식을 개편해 이용자 부담을 줄이고, 표준약정기간(2)을 도입키로 했다. 또한 결합상품 전용 이용 약관을 신설하고 이를 불이행하는 행위를 금지 행위로 규제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결합상품 가입 및 해지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 경쟁 촉진을 위해서는 특정 상품을 무료 또는 저가화해 허위과장 광고를 하거나 특정 상품을 과도하게 할인하는 이른바 공짜 마케팅을 바로 잡기 위해 이용 약관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개선안에 따라 이용 약관 개선, 고시 및 지침 제개정, 법령 개정 등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관련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SK텔레콤을 제외한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제도 개선안으로는 결합상품을 둘러싼 불공정 경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앞서 KT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 전이를 막아야 한다며 SK텔레콤의 점유율 제한 등을 제안했고, 케이블 업계는 모든 상품을 똑같이 할인하는 동등할인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이번 개선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케이블 업계가 현실적 대안으로 제안한 구성상품별 요금 비중, 즉 공정 가치에 따른 동등 할인이 반영되지 않았다과도한 할인 등 불공정 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 정률적 판단 기준이 없어 방송 끼워 팔기가 계속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결합상품으로 방송 콘텐츠 저가화 추세가 지속돼 콘텐츠 생산을 위한 선순환 구조가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미디어 콘텐츠 가치 정상화 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정준희 중앙대 교수는 통신 사업자가 자신의 통신 상품의 방어 및 추가 이익 획득을 위해 인터넷TV(IPTV)의 가격을 지나치게 낮추어 책정하고 있어 콘텐츠 제공자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이 정당하게 책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으며,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케이블과 IPTV 등 유료 매체의 경쟁이 콘텐츠의 차별화를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시장 내 가격 경쟁에만 집중되다 보니 유료 매체의 저가화와 결합상품을 통한 과도한 할인 경쟁이 발생하고 결국 콘텐츠 가치에 대한 수신료 배분액은 매우 낮은 수준에 정체돼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결합상품이 국내 방송 산업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결합상품의 불공정 행위를 제어할 구체적인 규제 장치는 마련하지 않고 있어 새로운 제도 개선안에도 불구하고 결합상품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