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이고 공정한 전파진흥 기본계획이 필요하다

[사설] 체계적이고 공정한 전파진흥 기본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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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계적이고 공정한 전파진흥 기본계획이 필요하다.


  지난 2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전파진흥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향후 5년간 주요 전파정책 기본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 전파 이용촉진 및 전파산업 발전방향 등을 포함한 종합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전파법 제8조에는 5년마다 전파진흥기본계획을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는 내용의 중요성이 큰 만큼 방송사, 이동통신사 등의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여 공청회 열기를 더했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수립한 기본계획이 주파수를 사용하는 관계자들의 의견은 수렴하지도 않고 추진되었기 때문에 향후 많은 문제점 노출과 이해 당사자들과의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분야의 정부정책이 당사자인 국민과 이해 당사자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사회적 혼란을 겪는 시행착오를 수 없이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송통신위원회의 전파진흥기본계획 수립과정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심히 우려스럽다.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은 기존의 방송주파수 분배 틀 안에서 수십 년간 방송을 해왔기 때문에 정부와 학계 등에서 별도의 연구가 필요 없었다. 하지만 통신은 기술발전에 따라 수요가 지속적으로 팽창해 왔기 때문에 많은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었고 이해도 많이 하고 있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와 학계의 관계자들의 지상파 방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남게 되었다.


  이날 방통위 관계자가 발제에서 언급한 전파이용의 보편화, 다양화, 광대역화에 따른 주파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을 효율화하겠다고 말한 것은 충분히 동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본격화되면 전파 이용도는 필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도 관계자들은 모두가 같이 인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주파수는 방송, 통신, 사회 안전망 등 한정된 분야에서만 사용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한정된 분야에서 주파수를 사용하다보니까 주파수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했고, 이 때문에 회수 및 재배치를 통한 재정리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용하고 있는 기존의 주파수 사용처가 있다. 방송, 통신, 사회안전망 등에서 포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는 비록 신호의 디지털화로 전송용량이 대폭 늘어남으로써 사용효율화를 꾀할 수는 있지만, 이용도가 증가하여 주파수 부족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이미 운영하고 있는 무선국은 주파수 재배치에 따른 대규모 자금이 새롭게 투자해야하는 과제를 생겼다. 현재와 같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주파수의 재배치 작업은 주파수간 혼신과 간섭을 회피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재배치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남게 된다.


  수요에 대해서도 점검해봐야 한다. ITU에서 향후 수요를 전망한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는 현재의 압축기술을 근거로 산출하였고, 이를 근거로 세계 각 나라가 주파수 확보에 나서고 있다. ITU에서 전망한 주파수 수요를 그대로 국내에 적용해서는 안된다. 이동통신용 주파수 수요는 우리나라의 인구 수 와 밀도, 이동통신 이용행태 등을 다양한 변수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산출해야한다. 주파수를 관리하는 정부는 보다 체계적이고 정확한 주파수 수요산출에 노력해야 한다.


  방송주파수 재배치 정책방향을 보자. DTV 전환을 계기로 주요 선진국에서 일부 방송주파수대역을 회수하여 통신에 할당하고, 방송주파수도 경매제가 도입하여 일부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차이점을 보면 통신은 가입자를 기반으로 주파수 운용과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주파수를 더 많이 사용하겠다는 것은 수요에 따른 수익이 연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이 연동되지 않는다면 주파수 할당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주파수를 확보할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의 할당대가를 지불하여 확보한 주파수로 최대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통신사업자의 기본 사업 전략이다. 반면 방송은 어떠한가? 작년에 DTV 전환 이후 방송주파수가 남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주파수 재배치 작업을 했었고, 회수 예정 주파수를 경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것은 미국, 일본, 영국 등 다른 나라가 주파수를 재배치한 기준을 근거로 우리나라에 무리하게 적용했다. 우리나라만의 지형, 인구 밀집도 등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비록 DTV채널 재배치반이 부닥친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방송통신위원회도 무리하게 방송주파수를 회수, 재배치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금년에 가동 예정인 주파수활용연구반에서는 합리적이고 철저하게 검토해 무료보편적 방송서비스인 지상파방송의 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해야한다. 수요 변화에 따라 주파수를 회수하고 재배치하는 작업은 해야한다. 하지만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 보호와 발전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배려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