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CJ 특별법 차례인가

[분석]다음은 CJ 특별법 차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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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케이블 SO와 위성방송, IPTV 사업자에게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O와 위성방송, IPTV가 사실상 동일한 유료 방송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방송법과 IPTV 법이라는 다른 법을 적용받고 있어 비대칭 규제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원칙으로 사업자간 균형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김대희 방통위 상임위원의 책임하에 방송정책국장에게 실무 총괄을 맡기고, 방송‧경영‧법률 전문가 등 분야별 외부 전문가 7인과 업계 대표 및 방통위, 미래부 관계자 등으로 ‘법제정비 연구반’을 운영해 올해 말까지 ‘방송분야 금지행위‧사전규제 위반 관련 법제정비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디테일한 추진계획도 나왔다. 공개 토론회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친 뒤 법제 정비안을 확정 짓고, 이르면 내년 초 법령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하지만 방통위의 유료 방송 동일 규제 방안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유료 방송과 무료 방송의 가치판단을 떠나서,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미디어 사업을 부흥시키겠다는 긍정적인 로드맵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역으로 “정권 초기부터 불거진 유료 방송 특혜 논란이 다시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방송 정책을 이분화시킨 뒤 각각의 조직에 뉴미디어(산업의 진흥)와 올드미디어(산업의 규제)를 관장하는 개념을 주입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공룡 부처로 거듭난 미래부가 유료 방송(뉴미디어)을 맡으며 자연스럽게 ‘방통위의 협조가 필요한’ 유료 방송 동일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최근 방통위의 동일 규제 적용 결정은 이러한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유료 방송 동일 규제의 지향점이 과연 미디어 산업에서 절대적인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당장 방통위의 유료 방송 동일 규제는 지금까지 공정한 유료 방송 경쟁 시장에서 불필요하게 여겨지던 장치들을 걷어낸다는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동시에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동일 규제의 적용을 이유로 각각의 유료 방송들이 평균적으로 동반 상승한 특혜 권리를 쥘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명 CJ 특별법이다.

이번 방통위의 유료 방송 동일 규제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조항이 단순한 제재 동일에 한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케이블 SO, 특히 CJ는 오랜 시간 동안 점유율 제한에 있어 유료 방송 전체를 기준으로 하는 IPTV에 비해 케이블 가입자를 기준으로 하는 자신들의 점유율 산정 방식이 불리하다고 주장해 왔다. 물론 종합편성채널 및 기타 시민사회단체가 일명 CJ 특별법, 혹은 CJ 특혜법에 확실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SO로서의 CJ는 아직 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IPTV 가입자 700만 돌파 시대를 맞이해 유료 방송 시장에서 케이블 SO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부분도 1위 사업자 CJ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의 유료 방송 동일 규제 적용 방침은 곧 CJ 특별법의 현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같은 규제를 받는다는 측면에서 제재에 대한 부분과 점유율에 대한 부분이 따로 생각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블 SO, 특히 CJ에게는 이번 방통위의 방침이 일종의 호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숙원사업을 풀어갈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러나 굳이 통합 방송법까지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또 유료 방송 동일 규제를 점유율 기준 동일화로 전제하지 않더라도 CJ 특별법을 말하기 전에 SO-PP의 소유겸용과 지역 밀착형 매체로 분류되는 SO의 정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지난 6월 20일 국회에서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가 주관한 <SO와 PP의 공정한 시장점유 장치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민주당 추천 진술인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이 언급한 대목을 다시 한 번 곱씹을 필요가 있다. 당시 김 팀장은 “기존 전송 네트워크(망)를 기준으로 방송 사업자를 구분하고 있는 현행 방송법과 IPTV 법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전제로 수평 규제에는 동의했지만 “SO는 방송법에 따라 지역 밀착형 매체로 정의돼 왔으며 로컬리즘과 공익성을 실현하도록 요구돼 왔다. 그런 점에서 SO 소유규제 완화 이전에 지역성 강화 대책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팀장은 시청자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유료 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계열 PP나 특정 MPP의 채널 비율을 규제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료 방송 동일 규제를 논하며 해당 논의가 CJ 특별법, 혹은 통합 방송법 논의로 흘러가기 전에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의 주장을 다시 한 번 곰곰히 복기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IPTV의 숙원사업인 특별법 개정안과 더불어 DCS 허용, 유료 방송 플랫폼 크로스 오버 활용과 더불어 IPTV 직접사용채널까지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한 그릇에 뒤섞인 가능성이 높아진 부분에 대해서도 김 팀장의 논리가 주효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혜와 규제 완화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