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P 33% 제한 완화 ‘구설수’

[분석] MPP 33% 제한 완화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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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정부가 방송채널사용사업(PP)산업 발전전략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고 PP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PP 수신료 배분 조건 부과, 저가 유료방송 요금구조 개선, 방송 프로그램 자체제작 투자비용에 법인세 감면 등이 포함됐다. 고질적인 요금구조 비정상을 바로잡고 콘텐츠 제값 받기를 제도화 시켜 PP 산업 발전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창조경제 분야 청와대 업무보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케이블 PP의 독과점 및 수직 계열화를 질책한 이후 정부 차원에서 영세 PP 산업을 살리기 위해 마련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MPP 매출 33% 규제 완화’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영세 PP를 보호하고 육성해 새로운 창조경제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분위기가 만연한 상황에서 갑자기 대기업 위주의 규제완화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튀어나온 것이다.

방송법에 따르면 MPP 매출액은 전체 PP 시장 매출액의 33%를 넘을 수 없다. 이에 CJ를 위시한 대형 MPP 사업자들은 매출 제한 규제를 완화해달라며 줄기차게 요구했고, 이에 화답하듯 정부도 매출 제한선을 기존 33%에서 49%로 완화하는 방송법 시행령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MPP 매출 제한 규제완화가 CJ와 같은 대형 사업자를 위한, 소위 ‘CJ 특별법’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없던 일’이 됐다. PP 산업의 다양성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우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룡’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끝까지 MPP 매출 제한 규제완화를 요구했고, 이에 힘입어 정부는 작년 12월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기어이 매출 제한 규제완화를 포함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PP 산업 발전전략에 따라 당분간 매출 제한 규제완화는 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MPP 매출 제한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근거는 간단하다. 영세 PP를 보호하고 육성하자는 정부의 뜻은 잘 알고 있지만, 내년 3월 발효되는 한미 FTA에 따라 유료 콘텐츠 시장이 전면 개방되는 상황에서 토종 MPP를 적극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외국제품이 국내시장을 노리고 쏟아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국내 토종 기업에 힘을 집중해 외국제품의 국내 공략을 막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들의 주장은 MSO 영역에서는 이미 현실화 됐다. 이미 정부는 MSO 권역별 규제 완화를 풀어주며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운신을 넓혀주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들은 PP 분야에서도 대형 사업자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지극히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한다고 해도 막상 산업적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처럼, 결국 PP 매출 제한 규제완화도 대형 사업자의 이득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고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영세 PP의 희생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MPP 매출 제한 규제완화는 내년 초 제정될 통합 방송법에 담겨져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형 사업자의 몸집 불리기가 방송 시장 전체의 재앙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SO 분야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낸 대형 사업자들은 이제 PP 분야도 ‘국내시장을 지키자’는 대의명분 아래 영세 사업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세상으로 만들려 한다.

하지만 온 국민을 비탄에 잠기게 만든 세월호 참사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지나친 규제완화였음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가뜩이나 정부가 영세 PP를 육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규제완화를 바탕으로 이에 역행하려는 대형 사업자의 욕망은 지금도 꿈틀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