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살아남을 것인가

[분석] JTBC, 살아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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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JTBC <뉴스9> 중징계가 결정되며 미디어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게다가 방통심의위는 JTBC가 지난달 21일 및 28일 자 뉴스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한 것과 26일 박창신 신부 발언을 보도하며 김형태 변호사를 출연시킨 점에 대해서도 심의를 내릴 것으로 보여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손석희 사장 체제의 JTBC 뉴스는 방통심의위를 중심으로 하는 외부의 압력에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JTBC의 선택과 미래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자체가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내년 재승인 심사와 맞물린 JTBC의 손석희 체제가 어떻게 생존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JTBC 뉴스가 지상파 방송사를 뛰어넘는 보도의 객관성과 진실성을 보여준다는 말이 상식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최근 JTBC의 상황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JTBC가 처음 손석희 사장을 임명할 때 많은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삼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JTBC의 모기업인 중앙일보의 특성상 ‘손석희 사장이 부임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반응과 ‘그래도 손석희는 다르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JTBC는 삼성의 아킬레스건인 백혈병 문제와 산업재해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는가 하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및 쌍용차 문제 등 성역을 가리지 않는 보도로 눈길을 모으기 시작했다. 또 포털 사이트와의 공격적인 제휴를 통해 JTBC 뉴스의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가 하면 클로징 멘트에 나오는 BGM 하나로 커다란 이슈를 생산할 만큼 영악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의심이 말끔히 가신 것은 아니다. ‘보수와 수구’라는 이미지에 갇힌 종편이라는 매체에 대한 불신이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는 만큼, 호평받는 손석희 사장 체제의 JTBC도 내년 재승인 심사를 위한 일종의 도구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최근 삼성코닝정밀소재 주식 매각과 관련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지분도 매각대상에 오른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 소식은 단순한 주식 매각 소식과 달리 경제계보다 언론계 전반에서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홍석현 회장이 보유한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주식은 삼성과 중앙일보의 상징적인 연결고리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과 중앙일보의 유착을 넘은 밀착관계를 아는 사람들은 홍 회장의 주식 매각이 삼성과 중앙일보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렸다. 하지만 이런 분석이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변화들은 삼성과 중앙일보의 ‘마이 웨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자구책 마련의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자구책은 무엇인가?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JTBC의 생존’이라고 단언한다. 내년 재승인 심사 정국을 맞이해 야권을 중심으로 하는 종편의 재승인 심사 불허 기류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JTBC가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카드를 뽑았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홍석현 회장의 주식 매각은 전혀 다른 논리로 생각해야 한다는 상황판단이 깔려있다. 게다가 JTBC에 대한 홍석현 회장의 ‘정성’은 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일종의 프레임으로 이해되는 만큼, JTBC의 자구책은 삼성과 별개로 생각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재 홍 회장의 아들도 JTBC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JTBC의 변화는, 급속도로 가속화된 방송 및 언론의 보수화 속에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까? 알려진 바와 같이 JTBC는 차별화된 뉴스로 생존의 가능성을 지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단지 야당을 중심으로 하는 종편에 대한 비판만 100% 의식한 결과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결국 답은 시청률이다. 손석희 사장 체제의 JTBC가 때아닌 정권의 압력을 받는 이유도, 심지어 손석희 사장을 사장으로 임명한 배경도 시청률이라는 측면에서 살피면 아귀가 들어맞는다.

시청률은 곧 영향력이다. 이는 내년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도 일정 정도 야권의 으름장에 반격할 수 있는 무기이며 동시에 대의명분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흐름은 JTBC의 생존에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다. 아주 단순한 부분이 어려운 문제의 해답이 되는 법이다. 당장 오너 일가의 목표인 JTBC의 생존을 위해서는 정권의 탄압을 받는다 해도 외연을 넓히고 시청률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최근 종편은 집단 토크 체제의 뉴스 프로그램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물론 내밀히 살펴보면 제작비 부족이라는 한심한 이유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종편의 집단 토크 체제의 뉴스 프로그램은 일정 정도 먹힌 것이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JTBC는 기존 종편의 집단 토크 뉴스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심층 보도를 적절히 활용하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 JTBC는 관심을 바탕으로 하는 시청률 제고에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는 사람 하나로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