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민영화는 해답이 아니다

[분석] 주파수 민영화는 해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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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담론이 거세다. 비록 철도노조가 국회 소위 구성을 계기로 파업 철회를 선언했으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이 여전히 추진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절대 민영화가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당장 JR 계열 7개 회사 등으로 철도를 분할해 민영화한 일본과 이미 오래전 철도 민영화를 추진한 영국과 독일의 사례가 널리 회자되며 최근 새롭게 대두되는 의료 민영화와 더불어 국민의 불안감만 부추기고 있다. 공공 인프라의 성급한 민영화는 그 자체로 치명적인 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 국민이 철도 민영화와 의료 민영화에 신경을 빼앗긴 나머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주파수의 민영화. 철도와 의료와 달리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영역이지만 주파수의 민영화가 차근차근 실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주파수는 방송 및 통신은 물론,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그 여파는 철도와 의료와 맞먹을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다.

주파수는 일종의 재원이다. 열차가 달리려면 연료가 필요하듯이, 방송과 통신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움직이려면 주파수라는 연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연료는 지금도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이며 정부는 국민의 재산을 위임받아 그 활용처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공익과 사익의 영역에서 적당히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러한 공공의 재원인 주파수를 전격적으로 민영화하려 한다. 작년 12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발표해 앞으로 새롭게 발굴할 막대한 주파수를 통신사에 전격적으로 할당한다고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통신의 발전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KT의 민영화 이후 통신 사업자들은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 사업자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심지어 국내 통신사들은 외국과 비교해 적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윤 극대화를 위해 막대한 주파수를 낭비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그런 이유로 미래부는 옛 정보통신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통신사와의 긴밀한 카르텔을 유지하며 막대한 주파수를 통신사에 무작정 밀어주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민의 재산을 사기업에 모조리 몰아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화룡점정은 따로 있다. 바로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이 등장한 직후 향후 5년 동안 중장기 주파수 활용방안을 골자로 하는 전파진흥기본계획이다. 이 기본계획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공공기관 보유 주파수의 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공 주파수 이용현황과 적정가치 연구, 유휴 주파수 반납 유인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공공기관이 활용하는 공익적 주파수 활용을 재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이용 대가를 물리겠다는 뜻이다. 물론 미래부는 당장 이용 대가를 부과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벌써 일부 언론에서는 공공기관이 활용하는 소위 ‘공짜 주파수’를 당장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공공용 주파수가 전체 가용주파수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방송용 주파수를 포함하면 전체 가용 주파수의 약 50%를 공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며, 공공용 주파수가 공익적 목적대로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또 기술발전과 트렌드 변화에 맞춰 주파수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는지, 조사나 논의작업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고 꼬집고 있다.

정리하자면 공공 주파수가 방만하게 활용되고 있을지도 모르니 이 기회에 이용 대가를 물리든 재배치를 하든 주파수 공공의 활용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견 효율적인 면에서 맞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뭔가 느껴지는 것이 없는가? 이들의 주장은 철도 민영화를 지지하는 이들의 논리와 소름 끼치도록 닮아있다.

보수논객으로 유명한 전원책 자유경제원장은 JTBC 뉴스 9 신년특집에 출연해 철도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공기업들의 방만 운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는 “철도 민영화를 해야 한다. 공기업 부채가 400조에 달하는데 야당 주장처럼 공공요금도 있지만 방만 경영 문제가 크다”며 함께 출연한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즉 전 원장의 논리는 철도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가 되니 효율적인 체질개선을 위해 민영화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 원장의 발언에도 당연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순수한 의도를 가진 사람과 달리, 공공의 인프라를 민영화시켜 결국 사익의 도구로 삼길 원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들은 공공의 인프라가 가지는 단점을 극대화시켜 결국 사익의 도구로 환치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파수도 마찬가지다. 공공의 영역에서 활용되는 국민의 재원을 효율 만능주의에 입각해 무작정 사익 중심으로 넘겨 버린다면 우리 모두는 파국을 맞을 것이다. 국민의 재원인 주파수를 성급하게 민영화 시키지 말아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