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다양성은 민주주의의 초석

[김광호 교수]언론의 다양성은 민주주의의 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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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다양성은 민주주의의 초석


   김광호(서울산업대학교 교수)

  한나라당은 대기업·신문의 방송 겸영 허용을 뼈대로 하는 ‘미디어 관련법’ 7개를 국회에 제출하고 이번 법 개정안은 미디어 산업 육성을 통하여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방송과 신문 통합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이 개정의 명분도 전혀 정당하지 않고, 그 목적도 순수하지 않으며, 법 개정의 절차와 방법에서도 극히 비민주적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법안제출과정에서 한 번의 공청회도 없었다. 법안 제출전에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등과 현업 종사자들 간에 실질적인 토론을 통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충분히 심층 논의하고 바람직한 개선방향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와 과정이 없었다. 이렇듯 제출한 지 한 달도 안 된 법안을 공청회 한번 없이 강행 처리하겠다는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고 그 하나하나가 아주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지만 이번 법안의 핵심적인 이슈는 여론의 독과점과 다양성에 관한 것이다.
 법안 내용에서 신문·방송 겸영 전면 확대는 여론 독과점에 관한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신문사의 방송사업 진출, 대기업의 방송 진출은 지금 국내에서 가능하고 또 실제 하고 있다. 현재 방송법이 유일하게 진입을 금지한 분야는 보도채널·종합편성채널·지상파채널일 뿐 영화·드라마 채널은 소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디어 산업 발전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해외의 경우 미국도 같은 지역 내 신문·방송의 겸영을 막고 있고, 유럽도 여론 지배력에 따른 교차소유의 제약을 두고 있다. 이렇듯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정교한 여론 독과점 규제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1퍼센트도 허용되지 않던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방송 지분 보유 한도를 어떤 기준으로 20퍼센트까지 개방하려는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20퍼센트면 보도 논조나 프로그램 내용에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분이다. 이런 점에서 신문·방송 겸영확대는 보도방송을 통해 특정사업자에게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 그 중점사안이라 할 수 있다. 여론의 다양성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겸영을 통한 특정 언론의 여론 독과점은 소수자에 대한 배려 없이 다수의 지배적 목소리만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다고 할 수 있다.
  사이버 모욕죄도 인터넷이 갖고 있는 긍정적 기능까지 원천적으로 차단해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를 없애게 된다. 인터넷에서 타인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글에 대해서는 이미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자가 마음대로 글을 삭제할 수 있는 법안에다 사이버 명예훼손죄까지 추가되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여론 다양성은 크게 후퇴될 것이다.
 모든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반은 여론의 다양성이다. 그런데 이번에 제출된 신문법, 방송법, 언론중재법, 정보통신망법 등은 비판적인 소리는 억제하고, 여론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보여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약화되고 국민들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역시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언론은 기업이기 이전에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공기와 같은 공공의 매체로서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할 시스템의 유지 속에 그 공정성, 객관성을 견지해 경제, 사회 민주화와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의 추진동력이 되어야 하며 권력의 부패를 감시하고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야한다.
 미디어와 관련된 법은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그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수 의석이 확보됐다고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라 충분한 연구와 토론을 통해 신중히 법안이 처리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와 여론 다양성은 크게 후퇴될 것이다. 앞으로도 언론이 제4부로서의 역할을 유지하도록 그 위상이 보장되어야 여론의 다양성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