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CBS 배준석 차장

[기술인이 사는 법] 대구 CBS 배준석 차장

2823

AM방송은 현해탄을 넘어~~

 

 

“AM1251kHz, 표준FM103.1MHz 바르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방송 대구CBS입니다. HLKT~” 하루에 24번씩 나의 일터에서 흘러나오는 시보 멘트 콜사인이다. 대구를 포함하여 경북 일대에 거주하고 있으면 FM라디오뿐 아니라 AM라디오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방송이다. 그런데, 음질이 별로 좋지 않고 잡음이 쉽게 발생하는 AM방송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을까? 방송을 내는 필자조차도 의문이다. 그래도 듣는 사람이 있든 없든 방송은 해야 하는 법.

그런데, AM방송을 잘 청취하고 있다는 편지가 자주 온다. 대구 사람, 경북 구미에 살고 있는 사람, 아니다. 일본사람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AM방송이 사용하는 중파대 주파수 특성상, 주로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한국과 일본사이의 바다를 넘어 한국의 AM방송이 일본 본토까지 넘어간다. 대구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데도 불구하고 전리층에 반사된 전파가 상대적으로 감쇄도가 낮은 물을 만나면 물길을 따라 멀리까지 전파되는 것이다.

일본의 한 범인(凡人)은 고가의 라디오를 소유하고 있으며, 새벽 일찍(주로 새벽 4시~6시) 일어나 주파수를 스캔해가며 수신되는 한국, 중국, 러시아 등등의 나라에서 보내는 방송을 들었을 것이다. 그는 청취한 일시와 방송 내용을 자세하게 적어서 Reception Report(청취 보고서)를 해당 방송사에 보낸다.(전 세계 방송국 주파수와 호출부호, 주소까지 자세하게 기록된 책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각 방송사마다 가지고 있는 QSL카드(수신 승인 카드)를 요청하고 그 카드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인 사람이다. 인터넷 사연과 휴대폰을 이용한 애청자의 피드백에 익숙한 요즈음에, 편지 사연을 받는 것은 방송 관계자들을 들뜨게 만들기도 하는데 국제우편으로 바다를 건너 온 편지는 더 특별하다.

디지털 방송, 인터넷 방송, DMB 그리고 스마트 방송 시대에 뜬금없이 잘 듣지도 않는 AM방송은 무슨 얘기? 앞으로 2년여 후면 대한민국 TV방송의 아날로그 시대는 끝이 난다. 본격적인 디지털 TV시대를 앞두고 디지털 라디오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 져야 할 것이다. FM방송과 더불어 AM방송의 디지털방송 전환까지 기대해 본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디지털 FM방송은 물론 AM방송까지 디지털로 시험 방송을 하며 본 방송을 하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미국이나 영국과는 달리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AM방송의 수신율 향상을 위해 대체재로 표준FM방송을 만들었고, 그로 인해 AM방송은 청취자로부터 외면 받아 왔다. 동일한 내용으로 동시에 AM과 FM방송으로 방송되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음질이 좋은 방송(FM)을 듣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2채널로 방송을 하는 것은 공공의 재산인 전파의 낭비에 해당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AM 라디오방송이 디지털이 되면 AM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잡음을 줄일 수 있고 음질도 CD이상의 수준으로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추가로 데이터서비스까지 가능하다. 고품질의 오디오 서비스를 포함하여 교통정보, 뉴스 등에 관한 문자, 그래픽 등의 비주얼 정보 제공까지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동수신 및 휴대성이 좋고 특히 운전자에게 친숙한 매체로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라디오에게는 혁명과도 같은 일이다.

최근 일본에서 온 편지를 하나 소개하며 마칠까 한다. 보통 편지봉투 안에는 답신 우편료로 사용할 액수만큼의 돈이 들어 있는데 미화로 1달러 혹은 2달러를 넣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 봉투 안에는 한화 3천원이 들어 있었다. 아마 받는 방송사 국적이 한국이다 보니 수신자를 생각하여 한화를 어렵게 구해서 넣은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 돈은 2007년 전까지 사용했던 구폐였다. 은행에서 바꾸어 줄지 모르겠다. 배려를 한다는 것이 더 불편하게 만든 꼴이다. 혹, QSL카드 모으는 취미를 가진 분이 있다면 답신 우편료로 미화 달러가 가장 좋을 듯 하며, 친절하게 해당 나라의 화폐로 보낼 것이면 그 나라의 화폐 개혁에도 자세하게 조사를 해야 그 수고가 빛이 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TV방송이 종료되고 몇 년이 지나면 디지털 라디오 방송도 시작될 것이다. 그때는 FM방송뿐 아니라 AM 디지털 방송도 서비스 되어서, 일본인을 포함하여 대구 시민들이 AM방송을 듣고 청취자 편지를 보내는 날들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