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무단협 20일째…“26일 행동하는 날” ...

SBS 무단협 20일째…“26일 행동하는 날”
정형택 “위기의 순간마다 ‘단결’이라는 해답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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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SBS의 무단협 상태가 20일째 접어들었다. 하지만 임명동의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정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본부장은 10월 21일 본부장편지를 통해 “SBS 노조는 23년 전 모든 구성원의 권익을 지키지 위해 만들어졌고, 노조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변함없다”며 “공정방송과 노동의 가치가 지켜지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사측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를 얕잡아 보고 노조와 구성원을 겁박해 갈라치기 하고 틈새를 벌려 뭉치지 못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우리는 위기의 순간마다 ‘단결’이라는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싸움의 맨 앞에 제가 서겠다. 노조가 구성원의 든든한 방패막이 되겠다”며 “우리 일터의 미래를 위한 싸움에 함께해달라”고 요청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오는 26일을 행동하는 날로 정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특보를 통해 “사측은 노조의 양보안을 거부한 이후에도 아무런 대안도 내지 않은 채 여전히 임명동의제 전면 삭제만을 고수하고 있다”며 “SBS 31년사에 오욕으로 기록될 사측의 단협 해지권 행사에 따른 무단협을 해결하기 위해 구성원과 함께 뛸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동의제는 지난 2017년 10월 13일 SBS가 방송사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편성·시사교양·보도 부문 최고 책임자에 대한 구성원들의 임명동의를 제도화한 것이다. SBS 대주주의 보도통제 및 SBS를 통한 광명 역세권 개발 사업 로비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윤세영 회장은 SBS의 소유와 경영의 완전한 분리를 선언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그 일환으로 임명동의제가 도입됐다. 분명 노사 합의에 따라 도입된 제도인데 사측은 올해 1월 갑자기 임명동의제 조항을 단체협약에서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BS 내외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노조 방송자회사(계열사)협의회는 10월 18일 성명을 통해 “이번 SBS의 무단협 상황은 이번 기회에 노조를 길들여보겠다는 단기실적 상승과 주가상승에 취한 경영진의 오판과 과욕에 따른 참사”라며 “노조가 없었다면 SBS가 지금보다 더 나았을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이어 “노조는 굴복시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같이 힘을 모아야 할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방송자회사(계열사)협의회는 무단협 상황의 책임을 사측에 돌렸다. 이들은 “언론노조 SBS본부는 그동안 많은 양보를 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소유경영 분리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변경에 동의했고, 지난 8월에는 실익과 명분을 접고 미래로 향하기 위해 1, 2차 검찰 고발 건에 대한 항고를 포기하는 결정도 했다. 그리고, 무단협을 막기 위해 임명동의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사장을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제안도 했다”며 “하지만 SBS 경영진은 임명동의제의 삭제만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교섭의 의지도 보이지 않으며 별도 TF를 통해 협의하자는 주장을 새로운 협상안인 듯 이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언론노조 미디어발전협의회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일방적으로 단협을 파기한 사측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측은 방송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근로환경과 근로조건을 제공할 의무를 갖고 있지만 대주주의 사익을 위해 방송독립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인 단체협약까지 헌신짝 같이 버렸다”며 “단체협약 해지는 SBS 사측이 했지만 부끄러움은 직원의 몫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통신위워회를 향해 “SBS 사측의 잘못된 행보에 철퇴를 가해 소유경영 분리라는 방송의 독립성을 구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SBS의 노사 갈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12일 열린 환노위 국감에서 “MB정부 때 노조파괴가 기업의 스포츠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는데 최근 SBS 상황을 보며 기시감이 들었다”며 “단협에 대한 일방적인 파기가 이후 노사 갈등을 만들고 파업을 유도해 결국 노조의 힘을 빼기 위한 수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장 의원은 “특히 문제가 되는 게 임원들에 대한 임명동의제 같은 경우인데 청장님이 보시기에 공정방송이라고 하는 영역이 언론사에서 핵심적인 노동조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한 뒤 “내용을 보니 실제로 공정방송 영역이 핵심적인 노동영역이냐에 대한 논쟁이 있는 것 같은데 언론사들이 공정방송의 내용이 언론사의 가장 핵심적인 영역이고 SBS의 경우 단협에 굉장히 중요한 노동조건이라고 명시를 해놨다”며 “최근 언론 개혁 이슈와 언론이 더 발전하는 방향에 있어 회사 내부의 편집권 독립이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가치이자 의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SBS 노사 관계가 단순히 한 개의 기업을 넘어서 10년 전 복잡한 노사갈등이 되느냐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의 지표가 될 수 있어서 관심 있게 보고 지도도 철저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