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이제 피할 수 없다

OTT, 이제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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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드코리아는 1월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다문화 OTT(Over The Top) 방송 개국 축하행사’를 열고 베트남 ‘씬짜오 TV’ 서비스를 시작했다. 씬짜오 TV는 VTV, VTC, YeahTV 등 베트남 국영 및 민영 방송사가 송출하는 종합편성채널, 경제, 문화, 오락 등 무려 21개 채널을 제공하며 교육, 엔터테인먼트, 어린이, 뉴스 등 2,000여개의 VOD와 1만 여곡의 베트남 가라오케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여기에 모바일 기기에서도 볼 수 있는 N-스크린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12만에 달하는 국내 베트남 인구가 주 시청 타깃으로 여겨진다. 물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OTT 박스 구입에 15만 원, 매달 1만7천 원에 달하는 월정액을 납부해야 하기에, 외국에 비해 낮은 유료방송 가입료를 유지하는 대한민국 유료방송 시장을 감안했을때 폭발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지로드코리아의 새로운 방송 서비스는 ‘다문화 가정의 시청복지 증진’이라는 정무적인 의미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CJ의 ‘티빙’을 비롯해 지상파의 ‘푹’ 등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의 등장이라는 측면에서 OTT의 재발견이 화두로 떠오르는 중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진정한 의미의 OTT는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욱 강세다. ‘동영상 콘텐츠를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즐길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OTT를 이해할때, 하위 개념인 N-스크린의 진정한 구현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내의 사정은 확장성에서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OTT의 성장은 물론, 새로운 진화마저 동시 다발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2007년 인터넷과 TCP/IP의 아버지라 불리는 빈트 서프(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 의장/구글 부사장)가 "무선 HDMI 시대가 온다"고 일찌감치 예언한 이래 OTT 발전도 무한한 미래로 나아가는 중이다.

세계 OTT 발전은 넷플릭스와 훌루가 대표한다. 넷플릭스는 1997년 DVD 대여 서비스 사업자에서 2007년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변신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한 달에 8달러에도 미치지 않는 적은 금액으로 공격적인 가입자 유치를 통해 OTT를 대표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그리고 훌루는 넷플릭스의 성장을 경계한 기존의 콘텐츠 제공자 겸 플랫폼 사업자, 즉 ABC와 폭스 등의 연합 플랫폼으로 출발했으며 현재 넷플릭스와 미국 방송시장을 두고 일대 격전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OTT의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간파한 곳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방송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인 속성’ 바탕으로 자체 콘텐츠를 포함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자체 드라마의 등장이다. ‘웹 드라마’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하우스 오브 카드는 현재 넷플릭스의 진화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사례다. 이제 단순한 플랫폼 사업자를 뛰어 넘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태생이 콘텐츠 제작자인 훌루가 막강한 서비스 제공 능력을 바탕으로 한다면, 넷플릭스는 순수 플랫폼 사업자인 OTT의 영역을 스스로 확장시켰다는 의의가 있다. 이에 힙입어 넷플릭스의 지난해 4분기 순익은 4,800만달러(약 515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6배 늘었고 매출은 11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국내의 사정은 어떨까. 서두에서 밝힌대로 아직 국내의 OTT 성장은 느리다. 여기에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저가화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 중론이 쏠린다.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 플랫폼이 막강한 유인효과를 가지지 못하면, 그 자체로 원동력을 상실한다는 오래된 격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내  N-스크린은 비록 태동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어느정도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콘텐츠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국내 N-스크린(앞으로 통칭 OTT라 칭한다) 시장은 케이블의 정통 서비스와 통신사, 즉 IPTV의 모바일 서비스를 선두로 후발주자인 지상파의 도전이 맹렬하게 따라붙는 구조다. 흥미로운 부분은 지상파의 푹이 미국의 훌루와 같은 주요 콘텐츠 제공자의 연합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맹공에 힘을 못쓰는 훌루의 전철을 국내 지상파가 주축이 된  ‘푹’이 어떻게 피해가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OTT는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 아마 넷플릭스 발전 모델이 해답이 될 것이다. 통상적인 콘텐츠 운용에서 벗어나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자신들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모든 OTT의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OTT를 지상파가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작년에 열린 토론회에서 지상파의 비전을 위해 OTT의 활성화를 주문한 바 있다. 직접수신율 제고와 같은 전통적인 지상파 살리기와 더불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복안이다.

충분히 일리있는 말이다. 이미 흐름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최근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는 정보통신방송정책 ‘초점 : ICT 산업의 발전과 빅뱅파괴 혁신의 이해 -파괴적 혁신과의 비교를 중심으로-’를  발간하고  네비게이션 어플 등 다양한 산업군의 등장과 더불어 OTT가 혁신적 사업의 주류로 급부상한다고 발표했다. 스마트 디바이스의 유비쿼터스 기술 플랫폼과 모듈화된 방식으로 개발되는 어플을 통해 급진적인 수용형태가 가능하게 됐고 앞으로도 ICT의 구성요소인 개방형 OS 플랫폼,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디바이스 등과의 조합 및 결합을 통해 빅뱅파괴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CJ의 티빙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 전용 콘텐츠 제작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에 IPTV도 지난달부터 ‘열개소문’이라는 자체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졌다. OTT를 새로운 서비스의 진화로 이해하고, 이를 전담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뜻이다. 또 현대 HCN과 판도라 TV도 합작 설립한 무료 OTT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웹툰 및 매거진 채널 등을 신설했다. 장르 파괴를 불사하고 OTT 내부 생태계를 다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통적인 TV 시장의 붕괴와 더불어 OTT는 새로운 기술의 대세로 자리잡는 중이다.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미진한 수준이지만 유료방송을 중심으로 거대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푹’이 훌루와 같은 콘텐츠 상위 공급자의 지위를 누리며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승부수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공격적으로 점유할 것인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망중립성 원칙이 본거지인 미국에서 부정당하며 망 사업자, 특히 OTT 사업자들에게 험난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도 OTT의 미래를 타진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