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심” 외치더니…국가직무능력표준(NCS) 결국 탁상공론

“현장중심” 외치더니…국가직무능력표준(NCS) 결국 탁상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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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능력 중심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이하 NCS)이 현실과 거리가 먼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NCS는 산업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태도 등의 직무능력을 국가가 산업부문별수준별로 체계화해 국가적 차원에서 표준화한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01년부터 능력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해 산업  현장에 적합한 NCS 교육 모델과 학습 모듈이 지속적으로 개발돼 왔고, 박근혜 정부 들어 창조경제를 견인할 창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NCS 기반 교육과정 개발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NCS 교육 모델과 학습 모듈을 만들기 위한 기반인 NCS 분류 체계가 산업 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20일 제3차 국가직무능력표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원회)NCS 분류 체계 중 방송기술에 관한 세분류 867개를 확정했다. 하지만 이날 확정된 분류 체계는 지난해 210일 관련 전문가 타당성 검토를 거친 분류 체계가 아니었다.

고용노동부, 교육부,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이하 연합회)와 한국전파진흥협회(RAPA)가 철저한 직무 조사와 광범위한 심층 분석을 통해 정리한 분류 체계에서 대분류 20(정보통신 관련직)-중분류 방송기술소분류 방송제작기술에 포함돼 있던 세분류 촬영, 조명, 음향, 편집 등을 대분류 08(문화예술디자인방송 관련직)-중분류 문화 콘텐츠소분류 영상 제작으로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2013년 만들어진 방송기술의 분류 체계가 현장과 맞지 않아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시해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분류 체계가 만들어졌는데 산업 현장을 전혀 모르는 운영위원회가 말 한 마디로 분류 체계를 바꿨다NCS 분류 체계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방송기술 교육 모델과 학습 모듈을 개발하고 있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운영위원회가 방송기술의 NCS 분류 체계를 변경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KCA 관계자는 방송기술 분야의 NCS 분류 체계가 변경된 지 3개월 정도 지난 뒤에 그 사실을 알게 됐다분류 체계가 변경됨에 따라 교육 모델과 학습모듈 개발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영위원회에 의해 NCS 분류 체계가 변경되자 연합회는 방송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전담팀(TF)을 가동해 대분류 20-중분류 방송기술소분류 방송제작기술에 세분류 방송영상 방송음향 방송조명 방송편집 방송특수영상 라디오제작 부가방송제작기술을 신설하고, ‘대분류 20-중분류 방송기술소분류 방송플랫폼기술에 세분류 위성방송을 추가, ‘대분류 20-중분류 방송기술에 소분류 방송품질관리, 세분류 제작품질관리 송신품질관리 수신품질관리 송출품질관리 방송망보안품질관리 부가서비스품질관리 파일기반품질관리 등을 신설한 분류 체계를 마련했다.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

세분류

정보통신

방송기술

방송제작기술

방송영상

방송음향

방송조명

방송편집

방송중계

방송특수영상

라디오제작

부가방송제작기술

방송플랫폼기술

지상파TV방송

라디오방송

지상파DMB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방송품질관리

제작품질

송신품질

수신품질

송출품질

방송망보안

부가서비스품질관리

파일기반품질관리

방송서비스

유무선통합서비스

방송시스템운영

정보시스템운영

방송기술지원서비스

방송장비설치유지보수

이후 연합회 TF팀은 방송 제작 현장의 의견을 모아 마련한 새로운 분류 체계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전달했지만 공단은 운영위원회의 결정은 한국고용직업분류(KECO)’에 따른 것으로 연합회의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앞서 김용주 고용노동부 사무관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NCS 분류 체계는 KECO를 기반으로 정비하게 되어 있어 이를 바탕으로 방송기술 분류 체계가 확정된 것이라며 운영위원회의 결정이 일방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NCS 분류 체계가 KECO를 기반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KECO도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산업 현장에서 방송과 영화, 영상 제작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KBS 관계자는 방송은 시청자의 시청 환경이 다양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색상과 음향 등을 전송, 송출하는 과정을 고려해 제작해야 하는데 영화는 스크린, 공연예술은 무대라는 정해진 공간에서 관람하기 때문에 제작 환경 자체가 다르다“NCS 분류 체계에서 업무의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MBC 관계자 역시 방송기술은 방송 프로세스 전반에 이해가 필요한 직무로 제한된 시간에 품질과 효율의 조화로운 접점을 찾아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 측면이 더 강조되는 분야라며 전자공학적인 기본 능력에 예술적인 창의력이 융합되는 직무이기에 방송기술은 대분류 20에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NCS 분류 체계의 핵심은 현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학교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을 처음부터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필요한 직무능력이 무엇인지 표준화해놓고 이 표준에 맞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현장에서 별도의 재교육 없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NCS의 핵심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들이 정부 정책 담당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반영이 안 된다면 NCS 분류 체계는 물론이고 교육 모델, 학습 모듈도 다 소용없는 짓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종인 연합회 사무처장은 “NCS 분류 체계 및 교육, 학습 모듈 개발 논의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지만 NCS 자체가 표준화 작업이기 때문에 직무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정부는) 어떠한 성과를 내놓기 위해 성급하고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창조경제를 견인할 인재 육성, 신규 인력에 대한 교육 효율성 향상 등 NCS 분류 체계의 기본 목적을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분류 체계를 수정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합회는 앞으로 방송통신위원회미래부 등 방송기술 관련 부처와의 면담을 통해 NCS 분류 체계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