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주파수, 유휴 대역 아니야”

“700MHz 주파수, 유휴 대역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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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논의의 전제인 ‘700MHz 대역 주파수의 유휴부분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난시청 해소가 필요한 현 상황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를 유휴 대역으로 전제한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것이다. 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을 둘러싼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22일 오후 2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진행된 ‘700MHz, 공공대역 설정의 필요성특별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700MHz 대역 주파수 논의의 전제가 되고 있는 명제는 유휴여부라면서 디지털 전환 이후 난시청 문제가 현존하는 상태에서 이 대역을 유휴 대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논의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으니 전제부터 다시 바로 잡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전파 자원의 활용 계획인 주파수 분배표에서 용도를 정한 제5란을 보면 700MHz 대역 주파수가 TV 방송용으로 표시되어 있다. 여기서 TV 방송용은 (난시청 해소를 위해) 중계소를 설치운영하기 위한 주파수도 포함한다. 문제는 디지털 전환 이후 난시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 교수는 바로 이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은 DTV 방송 대역 외에 난시청 해소 등을 위해 추가적으로 주파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무시했다. 그런데 지금 디지털 전환이 완료됐는데도 불구하고 직접수신율은 여전히 낮고, 난시청 문제도 존재한다며 애초부터 700MHz 대역 주파수는 유휴 대역이 아니라고 말했다. 700MHz 대역 주파수는 놀고 있는 대역이 아니라 난시청 해소를 위해 마땅히 사용되어야 하는 주파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700MHz 대역 주파수를 이동통신에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난시청 해소 당위성에 대한 반론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난시청 해소의 당위성은 헌법과 개별 법률인 디지털 전환 특별법에서 정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먼저 헌법에서는 정보의 자유’, ‘알 권리를 언론의 자유 가운데 하나로 보장하고 있다. 국가가 국민 누구나, 불특정 다수인이 접근해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원을 제공해야 하는데 지상파방송이 바로 그 최소한의 정보원에 해당한다. 고 교수는 국가는 기본적으로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정보원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난시청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정보원에도 접근할 수 없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난시청 해소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또한 디지털 전환 특별법에서도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1조의 시청자의 권익 향상부분과 제12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DTV 활성화를 고려해 지상파 방송사가 난시청 해소를 위해 보조국 개설을 신청할 경우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700MHz 대역 주파수가 이른바 놀고 있는 대역이라는 전제에 기초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과 그에 따른 이동통신 할당론등은 그 전제의 타당성과 합리성을 찾기 어렵다700MHz 대역 주파수는 방송용으로 이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의 새로운 법적 해석에 대해 세미나 참석자들은 대다수 공감의 뜻을 표했다.

최우정 계명대 법정대 교수는 방송은 국민들이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이것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 제공되지 않고 유료로 제공된다면 향후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어떻게 되겠는가?”라면서 방송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기능, 즉 사회 구성원이 객체가 아닌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헌법적 가치를 구현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700MHz 대역 주파수는 난시청 해소를 위해 방송사가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미정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다수의 언론에서 직수율이 낮기 때문에 보편성에서 떨어진다고 보도하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난시청 문제를 해결해 직접 수신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직접 수신을 강화해 돈을 내고 방송을 보는 현 환경이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700MHz 대역 주파수를 방송이 이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유료 방송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현 방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역시 고 교수의 법적인 해석에 공감을 표하며 현재 700MHz 관련 연구반이 운영되고 있는데 경제성, 공공성 외에 법리적 해석에 대한 분과가 만들어져 법적인 검토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방송기술저널

한편 이 자리에서 고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국가 재난 안전망 활용 계획이 위법성을 갖고 있다며 또 다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고 교수는 전파법 제63방송법 제2조 제2호의 방송 사업을 위해 이용하는 주파수는 방통위가 관리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주파수 분배표가 개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TV 방송용으로 용도가 정해져 있는 700MHz 대역 주파수에 대한 관리는 방통위가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부가 이 같은 정책 발표를 통해 해당 주파수의 이용 계획을 밝힌 것은 권한 밖의 일을 한 것으로 위법 행위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맥락에서 국가 재난 안전망 활용 계획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절차상의 위법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전파법 제6조의2 3항은 주파수를 새롭게 분배하거나 회수 또는 재배치할 경우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주파수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미래부는 주파수 이용 계획을 밝히면서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 고 교수는 미래부 장관이 오는 9월 관련 사항을 주파수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밝힌 만큼 치유될 수 있다고 보는 관점도 있지만 행정행위의 치유는 법치주의 관점에서 볼 때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700MHz 대역 주파수가 애초에 유휴 대역이 아니고, 미래부의 주파수 활용 계획 발표 자체가 위법 행위인 만큼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모든 논의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