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700MHz 재난망 할당 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최성준 “700MHz 재난망 할당 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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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디지털 전환에 따라 회수된 700MHz 대역 주파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주파수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어제(28일) 경기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를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구축에 우선 배정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구 방통위에서 이동통신용으로 배정한 40MHz 폭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한정된 주파수 자원의 용도를 공익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방통위가 700MHz 대역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해 놓은 것 자체가 공익적 관점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시절인 지난 2012년 1월, 구 방통위는 700MHz 대역 주파수가 회수되기도 전에 전체 108MHz 폭 가운데 상‧하위 40MHz 폭을 이동통신용으로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아 할당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구 방통위는 단순 의결 사항을 기정사실화했고, ‘모바일 광개토 플랜 1.0’을 보완‧발전시킨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에서는 상‧하위 40MHz 폭이 이미 이동통신용으로 할당된 것처럼 표시했다. 명백한 행정적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이에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업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주파수의 주인은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에서는 그 어디서도 국민을 위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이 계획은 완전히 ‘이동통신의, 이동통신을 위한, 이동통신에 의한’ 정책일 뿐”이라며 700MHz 대역 주파수 정책을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앞서 28일 오전 방송인총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성명서를 통해 통신 재벌 배불리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재난망 구축 사업은 지난 10년 동안 기술 방식 등을 놓고 논의해왔던 사업인데 통신 재벌들의 막대한 로비가 펼쳐진 상황에서 불과 한두달 만에 700MHz 대역에서 LTE 방식으로 재난망을 구축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재난망 구축이 제대로 추진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 진의가 의심되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졸속 정책 결정을 경계한다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통신 재벌을 배불리려는 양두구육식의 속임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언론노조는 “미래부가 국민을 위한 주파수 정책을 진정 고민한다면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당장 폐기하고 재난망과 UHD 방송에 주파수를 할당함으로써 700MHz 대역 주파수를 온전히 국민에게 돌려줄 것”을 주장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 역시 이 같은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정된 주파수 자원의 활용에서는 공익적‧공공적 활용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 방통위 당시에는 재난망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최 위원장은 “(700MHz 대역 주파수에서) 20MHz 폭은 재난망으로 가는데 이견이 없다”고 언급하면서 “구 방통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 원점에서 협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00MHz 대역 주파수의 재난망 활용에 대한 논의 자체가 나오지 않았던 만큼 재난망 할당을 위해서라도 700MHz 주파수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백지화하기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주파수 신규 배분 및 재배치 권한을 가진 미래부가 최 위원장의 발언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며 미래부의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700MHz 대역 주파수 정책을 위해 방통위와 공동 연구반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동통신용으로 할당된 40MHz 폭을 재논의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그냥 방통위원장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르면 이번 주 최 위원장과 최양희 미래부 장관의 첫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분명 이 자리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 정책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 방안을 둘러싼 방통위와 미래부의 온도차가 확연히 드러난 만큼 이번 첫 만남은 합의 보다는 ‘기싸움’이 재점화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